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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lworld 2017] New Movement

FASHION

계속되는 시장의 침체 속에서도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시계 브랜드는 빼어난 걸작을 쏟아냈다. 이는 곧 이들의 워치메이킹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님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문전성시를 이룬 바젤월드 박람회장 입구

바젤월드는 전 세계에서 생산한 시계를 한자리에 모으며 한 해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행사다.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는 커지고 사람들은 이 열띤 축제의 장을 기꺼이 즐긴다. 이러한 바젤월드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1917년 창설 당시에는 ‘바젤월드’라는 정식 명칭도 없었고(스위스 샘플 페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스위스 태생의 29개 브랜드만 참여했지만,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은 220개에 달하는 세계 최고 브랜드(183개의 시계 브랜드, 26개의 주얼러, 11개의 시계 부품 및 기계 공급사)가 거대한 부스를 세운다. 올해 시계 축제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4400여 명의 기자단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고, 이와는 별도로 10만6000여 명의 관람객이 박람회장 입구를 통과했다. 문전성시의 바젤! 그런데 활기찬 축제 현장과 달리 올해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박람회장에 감돌았다. 바로 2016년 ‘바닥을 친’ 스위스 시계 산업의 침체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짚고 가자면, ‘스위스 메이드’ 시계는 스위스 전체 수출량에서 3위를 차지하는 분야다(1위는 제약, 2위는 기계 공구 산업). 그 작은 땅덩어리에 700개가 넘는 시계 회사가 있고 6만 명이 그곳에서 일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계 산업의 부진은 분명 스위스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1 태그호이어의 부스   2 100주년을 맞은 바젤월드의 오프닝 세리머니   3 올해도 15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바젤월드를 찾았다.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22일, 스위스 시계산업위원회 대표 프랑수아 티에보(Francois Thiebaud)는 2016년 스위스 시계 산업을 되돌아보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스위스의 시계 수출 산업은 2015년에 전년 대비 3.2% 감소했고, 2016년에는 9.9% 하락했다. 200억 스위스프랑(약 22조6000억 원)에 미치지 못한 건 5년 만의 일이다. 이러한 결과가 도래한 데에는 테러 위협, 정치적 문제, 경기 침체 등으로 유럽을 찾는 이들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스위스프랑의 꾸준한 강세도 원인으로 꼽혔다. 최근 6개월간 조금씩 상승 곡선을 타고 있지만 스위스 시계의 최대 고객인 중국 시장의 침체 또한 한몫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에는 스위스를 비롯한 전 세계 시계 브랜드가 혁신과 도전정신을 잠시 접어두고 ‘팔릴 만한’ 시계를 대거 선보였다. 이를테면 스틸 소재 시계, 이목을 끄는 컬러 베리에이션 모델, 시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스리 핸드 모델 등을 말이다. ‘안전한 선택’이 결국 2016년 시계 산업의 큰 축이었다는 얘기. 그렇다면 올해의 상황은 어떨까?

4 브레게의 마린 에콰시옹 마샹 5887   5 더블 스트랩이 특징인 불가리 뉴 세르펜티   6 60년간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2017년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업계의 침통한 분위기와 달리 시계 명가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제품은 지난해보다 다양했고, 무엇보다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풍부했다. 먼저 생일을 맞이한 컬렉션이 각 브랜드를 대표하며 숱한 화제를 모았다. 오메가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스피드마스터·씨마스터 300·레일마스터가 런칭 60주년을 맞았고, 브라이틀링의 다이버 워치인 슈퍼오션 헤리티지 역시 같은 나이가 됐다. 그리고 올해는 프로페셔널 다이버 워치의 핵심 시계인 롤렉스의 오이스터 퍼페추얼 씨-드웰러가 탄생한 지 50년이 되는 해인 동시에 샤넬의 프리미에르 워치가 서른 살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이는 곧 샤넬의 시계 제작 역사가 30년이 됐다는 이야기!). 파텍필립의 경우에는 칼리버 240의 탄생 40주년과 더불어 엔트리 컬렉션 아쿠아넛도 만 스무 살이 되어 겹경사를 맞이하기도! 이를 기념하는 다채로운 기념 모델 덕에 쇼케이스는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한편, 여성용 시계의 경우엔 액세서리 느낌을 주는 더블 스트랩 모델이 강세로 불가리의 뉴 세르펜티, 펜디의 셀러리아 스트랩유, 에르메스의 난투켓, 디올의 라 미니 드 디올, 모리스 라크로와의 아이콘 등이 대표적 얼굴. 여성 시계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면, 남성용 제품이 강세인 컬렉션에 여성 고객을 유혹하기 위한 제품이 추가됐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오메가는 남성성의 상징이던 스피드마스터의 크기를 줄이고 화려한 다이아몬드를 세팅했고, 블랑팡과 오리스는 여성만을 위한 문페이즈 모델을 각각 빌레레와 아틀리에 컬렉션에 추가했다.

7 쇼파드의 밀레 밀리아 클래식 크로노그래프   8 브라이틀링의 슈퍼오션 헤리티지   9 시계 제작 30주년을 맞은 샤넬 워치의 아름다운 디스플레이

올해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트렌드는 빈티지 모델의 복각 또는 잠시 주춤하던 컬렉션의 부활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안전하고도 편한 방법이다. 태그호이어는 시대를 풍미한 링크 컬렉션을, 제니스는 헤리티지 146 모델을 통해 1960년대의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복기했고, 위블로는 빅뱅 페라리 컬렉션을 모던하게 재정비했다. 클래식 카 경주 대회인 밀레 밀리아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새롭게 디자인한 쇼파드의 클래식 크로노그래프 모델도 놓쳐서는 안 될 명작! 이 밖에도 그랜드 세이코와 라도, 오리스 등을 통해 등장한 복각 모델은 빈티지한 감성을 즐기고자 하는 애호가에게 최고의 선물이다(옛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다!). 그 와중에 하이 컴플리케이션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 브랜드도 있는데, 바로 불가리(울트라 신)와 브레게(균시차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그리고 제니스(하이비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위스 워치메이킹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보내야 마땅할 듯.
이처럼 손목 위의 작지만 위대한 세상을 창조하려는 워치메이커의 각고의 노력 덕분에 조금은 침체된 상황에서도 2017년의 바젤월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힘차게 요동하고 있다.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 정진원(jinwonjeong@noblesse.com)
디자인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