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Test
세계 각지에서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차를 시승하고 온 기자들의 목격담을 공개한다.



Maserati Levante
마세라티는 2003년 쿠뱅 컨셉으로 SUV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그러나 결실을 내놓기까지 무려 14년이 필요했다. 마세라티의 꿈은 원대하다. 2012년 판매 대수는 6000여 대. 페라리보다 적었다. 그러나 2018년 7만 대까지 끌어올릴 참이다. 르반떼는 이 꿈을 이루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주역이다. 마세라티는 기블리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르반떼를 개발했다. 그러나 거의 새롭다. 포장도로와 험로, 일상 주행과 실용성 등 다양한 재능을 섞고 뭉치기 위해서다. 이날 마세라티는 디자인을 설명하며 비율을 거듭 강조했다. 경주차처럼 보닛을 최대한 길게 뽑고, 캐빈은 뒤쪽으로 잔뜩 밀어냈다. 첫인상은 강렬하다. 매서운 눈매와 쩍 벌린 흡기구가 포악스럽다. 반면 뒷모습은 민숭민숭하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맷집 좋은 SUV로 효율을 높일 때 걸림돌은 공기저항. 속도에 비례해 제곱으로 늘어나는 까닭이다. 르반떼는 공기저항계수를 Cd 0.31까지 낮췄다. 세상의 SUV 가운데 가장 낮다. 꽁무니 디자인에서 힘을 빼고 동글동글 다듬은 결과다. 앞뒤 무게 배분은 50:50이고, 무게중심은 세상 어떤 SUV보다 낮다. 엔진은 전부 V6 3.0리터로 가솔린과 디젤 각각 두 가지씩이다. 국내에서 주력으로 팔 르반떼는 V6 3.0리터 디젤 터보 엔진을 얹고 275마력을 낸다. 최대토크의 90%를 2000rpm 이하에서 토해낸다. 전 모델에 에어 서스펜션과 마세라티 고유의 사륜구동 시스템인 Q4가 기본이다. 마세라티는 르반떼로 여성 고객의 비율을 높일 참이다. 매끈한 디자인, 제냐 원단을 씌운 시트, 편안한 승차감, 부드러운 운전 감각 모두 궁극적으로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미끼다. 물론 강렬한 가속감과 자극적인 사운드 등 마세라티 고유의 특징도 빠짐없이 챙겼다. 글 김기범(<로드테스트> 편집장)

McLaren 570GT
GT(Grand Tourer)라 불리는 모델은 대륙을 넘나들 정도로 긴 주행거리를 빠르고 안정적이며 편하게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자동차를 말한다. 서킷에서 태어난 맥라렌은 전통적으로 모든 모델에 MR(엔진이 차체 중간에 놓인 뒷바퀴 굴림) 방식을 고집한다. 하지만 문제는 탑승자와 엔진이 승객 룸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 이로 인해 실내는 매우 비좁고 엔진이 탑승석 바로 뒤에 위치해 열과 소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문제는 또 있다. 고속 주행 시 안정성을 위해 맥라렌 모델은 서스펜션이 굉장히 단단해 도로 상황을 곧바로 탑승자의 온몸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GT 카에 바라는 것과 상충되는 특성이다. 하지만 맥라렌은 570GT에 맥라렌 특유의 주행 감각과 GT 카의 특징을 적절하게 버무렸다. 비좁은 승객 룸엔 투어링 덱이라는 엔진 커버 위 적재 공간을 만들어 220리터의 추가 공간을 마련했고 80mm 정도 문턱을 낮춰 승하차 시 편의성을 배려했다. 또한 앞뒤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해 장거리 고속 순항에도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그래도 맥라렌이다. 호방한 가속력과 안정적인 고속 주행감, 날카로운 코너링은 그대로다. 엔진은 V8 3799cc 트윈 터보 엔진을 사용하며 7단 DCT와 맞물려 최대출력 570마력, 최대토크 61.2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0→100km/h까지 도달 시간은 3.4초며 최고속도는 328km/h에 이른다. 인상적인 점은 이 강력한 출력과 토크를 다른 맥라렌 모델처럼 과격하게 토해내지 않고 우아하게, 부드럽게 읊조리며 마법의 양탄자를 탄 듯 편안하게 도로를 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맥라렌은 570GT를 통해 사랑하는 연인과 8개의 B&W 스피커로 은은한 음악을 감상하며, 지붕을 뒤덮은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로를 씹어 삼킬 듯한 브랜드 이미지에 가당키나 한 소리냐?’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놀랍게도 이게 가능하다. 맥라렌 570GT는 올 하반기 국내 출시가 예정돼 있다. 어서 연인을 만들고 별자리 공부를 시작하자. 글 이종우(<탑기어> 에디터)


Mercedes-Benz S-Class Cabriolet
S-클래스 카브리올레가 돌아왔다. 1971년 이후 처음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이 대형 럭셔리 컨버터블을 되살린 이유는 간단하다. 벤틀리와 롤스로이스가 세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S-클래스 카브리올레는 벤틀리 컨티넨탈 GT 컨버터블, 롤스로이스 던 등과 경쟁하는 모델. S-클래스 카브리올레는 굉장히 우아하고 차분하다. 잔뜩 부풀린 펜더나 커다란 크롬 패널 등으로 남성성을 내세우는 경쟁자들과는 대조적이다. 실내 구성은 S-클래스 쿠페와 같다. 커다란 디스플레이와 정교한 버튼 그리고 야들야들한 가죽과 견고한 알루미늄 패널 등이 그대로다. 물론 에어스카프, 지능형 공조 장치 등 찬 바람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할 오픈톱 모델의 필수 전용 장비는 빠짐없이 갖췄다. 정숙성은 여느 S-클래스와 비슷하다. 루프를 열었을 땐 에어 캡과 전동식 윈드 디플렉터가 바람의 흐름을 비틀고, 루프를 닫았을 땐 두툼한 소프트톱이 외부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한다. S-클래스 카브리올레는 현재 500, 63 4매틱, 65 등으로 나뉜다. 프랑스 코트다쥐르에서 열린 시승회에서는 500과 S 63 4매틱을 준비했다. 나는 국내에서 주력 자리를 꿰찰 S 63 4매틱에 집중했다. S 63 4매틱은 굉장히 활기찼다. 제원표에 드러난 동급 최고의 가속 성능이 피부에 고스란히 와 닿았다. 그러나 가속 성능보다는 카브리올레가 주는 여유가 더 놀라웠다. 무작정 달리기에는 주행 질감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성능에 대한 욕구는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히 충족됐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메르세데스-벤츠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글 류민(<자동차생활> 에디터)


Volvo V90
스페인 말라가 햇살 아래서도 볼보 V90은 의연했다. 요즘 차들은 차체에 라인을 많이 넣고 곡선과 곡면을 부각한다. 이런 복잡한 라인은 보는 각도에 따라 음영이 달라지면서 시각적 자극을 유도한다. 하지만 이런 시선 동량 디자인은 쉽게 질리기 마련이다. V90은 라인이 많지 않다. 있어도 모두 직선이다. 차분하고 정갈하다. 은은한 세련미를 자아낸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시선을 이끈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특히 이런 대형 왜건이 이렇게나 멋스러운 디자인인 것이 참 용하다. 이런 게 왜건 명가의 품격이 아닐까. 그 품격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고루한 볼보는 과거의 흔적일 뿐이다. 최첨단과 클래식 그리고 스웨덴 특유의 질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것이 요즘의 볼보다. 승차감은 차급에 맞게 부드럽고 유연하다. 핸들링이 자극적이지 않고 반응도 명민하지 않다. 엔진과 배기음은 들리지도 않는다. 이 차는 운전에 심취하도록 만들지 않았다. 볼보의 기함으로서 기품과 품위를 유지하며 탑승자에게 평온과 안정을 준다. 스페인 말라가 해변을 달릴 때 이 차는 내게 그 어떤 느낌이나 신경을 요구하지 않았다. 차를 느끼고 그 느낌에 반응하도록 종용하지 않으니 이동하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더 많이 느끼고 기억할 수 있었다. 이런 차라면 기름이 떨어질 때까지 운전하더라도 지치기는커녕 힐링이 될 것 같다. 실제로 이 차는 스스로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으며 운전도 한다. ‘이동의 휴식’이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V90을 운전하는 건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안락하며 안전한 왜건을 탄다는 것이다. 글 이진우(<모터트렌드> 수석 에디터)
에디터 | 이기원 (lkw@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