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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밍타이거x류성실, SARANG! The Solution

ARTNOW

전위예술가 백남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예술가 바밍타이거와 류성실이 전한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

예술이란 과연 무엇일까? 20세기 전위예술의 선봉장으로 ‘비디오 예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백남준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예술의 힘을 명쾌하게 보여준 인물이다. 당시 동시대적 하이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시대를 조명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낸 그의 작품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며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예술 세계를 개척했다. 2024년 탄생 40주년을 맞이한 최초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 역시 이러한 그의 실험적 면모를 무척 잘 드러낸다. 이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백남준은 1984년 새해 첫날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생방송으로 총 22개의 시퀀스를 연결한 작품을 송출했는데, 이를 전 세계 2500만 명이 시청하며 기술 시대가 도래했음을 자축했다. 조지 오웰이 소설에서 예고한 1984년은 기술과 네트워크, 일명 ‘빅브러더’가 개인의 삶을 잠식하고 억압하는 전체주의적 감시망이었지만, 백남준은 오히려 이를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며 테크놀로지의 낙천적 면모에 집중했다. 2025년 2월 23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전시 〈일어나 2024년이야!〉는 중앙에 여러 스크린으로 구조물을 구축해 당시 위성으로 송출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시퀀스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백남준이 궁극적으로 자신의 예술 활동을 통해 전하고자 한 ‘세계 평화’의 가치가 담긴 작품을 대거 선보이며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메시지를 더욱 단단히 뒷받침한다. 마지막으로 바밍타이거와 류성실의 협업 작품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는 당시 하이테크놀로지였던 라이브 방송 기술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된 지금, 평화를 위한 해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물으며 백남준의 작품과 공명한다.

바밍타이거x류성실, SARANGHAEYO 아트 라이브, 컬러, 유성, 12분 24초, 2024, 백남준아트센터 커미션.

바밍타이거x류성실, SARANGHAEYO 아트 라이브, 컬러, 유성, 12분 24초, 2024, 백남준아트센터 커미션.

바밍타이거x류성실, SARANGHAEYO 아트 라이브, 컬러, 유성, 12분 24초, 2024, 백남준아트센터 커미션.

전시 준비 기간이 매우 짧았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이니까 말할 수 있다’ 싶은 협업 에피소드가 있나요?
류성실(R) 준비 기간이 정말 짧았어요. 3~4개월 안에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두 완성해야 했죠. 이번 협업에서 제가 최종적으로 편집을 맡았는데, 가편집본 제작뿐 아니라 최종 편집본까지 모두 약속한 날짜보다 늦게 영상을 전달하고 말았네요. 면목이 없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준 바밍타이거, 특히 어비스님께 감사드려요.
바밍타이거(BT) 과연 여러 개의 영상을 다른 감독과 함께, 다른 지역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문제없이 만들 수 있을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런 고민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지만 모두 합이 잘 맞아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죠. 영상 중 단체체조 시퀀스를 찍은 날이 생각나네요. 홍찬희 감독 연출로 서울대학교 야외 잔디밭에서 반팔 의상을 입고 촬영했는데, 이날 원망을 많이 들었을 거예요. 한겨울이라 정말 추웠거든요. 그리고 시차가 나는 뉴욕에서 준비를 마치고 촬영 등 모든 것을 진행한 영상 마감이 늦어졌을 때 조마조마했던 기억도 생생해요. 무사히 도착한 후 모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죠.
이번 협업을 통해 바밍타이거의 영상 3점과 류성실 작가의 영상 1점이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라는 작품으로 탄생했어요. 이들을 하나로 엮을 때 가장 염두에 둔 것은 무엇인가요?
R 협업 방식에 대해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우선 다 같이 모여 하나의 기획안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여러 갈래로 챕터를 나눴죠. 기획을 세분화해 바밍타이거와 류성실이 각각 디테일을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했어요.
BT 다시 말해 4개의 영상은 이미 하나의 기획에서 파생한 챕터입니다. 서로의 세계관을 간섭하지 않으면서 서사를 통합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이번 협업에서 가장 중요했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등장인물과 세계관이 뒤엉키는 협업이다 보니 이를 중점적으로 신경 쓸 수밖에 없었네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일어나 2024년이야!〉의 전시 전경.
아래 〈일어나 2024년이야!〉전에서 함께 볼 수 있는 백남준의 ‘칭기즈 칸의 복권’ 및 ‘굿모닝 미스터 오웰’ 설치 전경.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란 제목 역시 의미심장합니다.
R 처음부터 염두에 둔 제목은 아니었어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 전면에 드러나는 디렉터가 백인인 ‘데이비드’잖아요. 그가 직접 지었을 것 같은 제목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두의 의견을 모았어요.
BT 작품 속 그 인물이 한국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쓸 법한 단순한 제목으로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로 확정했습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벌써 40년 전에 첨단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보여준 혁신적 작품이죠. 이 작품에 사용한 기술이나 예술적 표현 방식은 백남준의 바람대로 오늘날 우리의 삶을 수놓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아티스트입니다. 백남준의 작품을 읽은 방식이 궁금해요.
R 염세주의가 마치 ‘선’인 것처럼 행동하는 저 같은 나약한 예술가에게 경종을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미래를 향한 긍정적 희망을 동력 삼아 탄생할 수 있었던 그 작품과 백남준이란 선배 작가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미술관에서 먼저 바밍타이거와 전시를 결정하고, 바밍타이거가 저에게 협업을 제안했어요. 이 새로운 상황이 개인적으로 재밌었습니다. 이 전시에 바밍타이거가 꼭 필요한 이유와 제가 바밍타이거와 함께 작업하게 된 이유, 협업자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을 상상하는 과정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형식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BT 작품 그 자체로 첫눈에 시선을 끄는 점, 긴 설명 없이도 작품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백남준 작품의 특징 아닐까요? 특히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이를 종합하며 유희와 오락적 특징도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저희 작품에 가져오고자 했어요. 현재 우리도 수많은 전쟁과 분쟁의 소식을 듣습니다. 세상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어요.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담긴 백남준의 평화에 대한 메시지는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거침없이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려는 그의 면모는 우리 바밍타이거가 노력하는 자세와 닮았어요. 표현 방식의 낡고 새로움을 떠나 그는 진정한 표현가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용기가 멋져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주요 시퀀스 중 오잉고 보잉고의 ‘일어나 1984년이야!’와 스튜디오 베르소.

머스 커닝햄의 ‘스페이스 요들’ 퍼포먼스 역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주요 시퀀스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감상할 수 있는 샬럿 무어먼의 ‘TV 첼로’.

결국 ‘평화’를 빼놓고는 이번 작품을 이야기할 수 없어요. 요즘은 과연 사람들이 총칼을 휘두르는 곳만 전쟁터일까 싶은 생각이 들 지경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SARANGHAEYO 아트 라이브’에서 외치는 평화가 그저 관성적 메시지처럼 들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R 번 협업을 진행하면서 매번 타이밍이 신기할 정도로 딱 맞아떨어졌어요. 이게 바로 운명이 아닐까 싶었다니까요. BJ ‘체리 장’ 선생은 지난해에 바밍타이거가 발매한 정규 앨범 의 수록곡 ‘5:5 Dharma’에 피처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는 다음 곡 ‘Sudden Attack’과 이어지는데, 바밍타이거는 사실 이를 백남준아트센터 커미션 작품의 주제곡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저와 이번 전시 협업을 이어가게 됐죠.
BT ‘Sudden Attack’의 가사는 평화를 반복적으로 역설하며 맹목적으로 뱉습니다. 평화와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는 데스메탈 음악과 가사가 충돌하는 흥미로운 곡이죠.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레퍼런스로 제안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평화를 키워드로 한 작품이고, <일어나 2024년이야!> 역시 이를 중심으로 엮은 전시이기에 전시와 바밍타이거의 음악을 연결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거칠게 표현하면 이번 협업을 일종의 ‘Sudden Attack’ 뮤직비디오를 제작한다 가정하고, 미술관에서 상영할 것을 생각해 유연한 형식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대해 서로 협의할 필요가 있었죠. 자연스럽게 평화를 해석하는 방식 역시 음악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이를 하나의 구호로 가정하는 것으로 귀결됐어요.
궁극적 평화란 무엇일까요? 이룰 수 있는 것일까요?
R 실현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작업도 그런 마음으로 합니다. 안 되는 걸 붙잡고 되게 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과정이 있어야 결과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것이 나오죠. 이후 그것을 통해 희망적 상상력을 동원하고 그다음 단계를 그려보는 것 아닐까요?
BT 소위 아무도 다치지 않는 평온한 상태의 평화가 궁극적 형태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사람이라는 존재가 필연적으로 타고나는 욕망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이는 이루기 어렵지 않을까요? 요새는 ‘웃음’, ‘유머’가 평화적 상태에 무척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소금, 황희찬, 류성실, 산얀 그리고 어비스.

평화는 사랑으로 이뤄질까요? 작품명에서 힌트를 얻어보았습니다만.
R 언젠가 조각가 김종영 선생님의 수필에서 “예술은 사랑의 가공”이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평화는 잘 모르지만, 최소한 예술은 사랑에서 파생한다는 그의 말에 동의해요. 그 대상이 인간이든, 개념이든, 예술 그 자체든 말이에요. 여기서 출발해보면 나름의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기대할 만한 올해의 행보가 있다면요?
R 올 10월에 뉴욕에서 개인전을 열 계획입니다. 변방의 작고 선량한 한국인이 바득바득 뉴욕까지 가서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과연 무엇일지, 여러 가지를 상상하며 재미있게 잔머리를 굴려보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BT 해외 투어는 물론 세계 각국의 페스티벌에서 무대를 꾸밀 겁니다. 새로운 싱글과 뮤직비디오 공개도 앞두고 있죠. 특히 올해는 데뷔 후 바밍타이거의 국내 첫 단독 콘서트도 계획 중이라 여러모로 바쁜 한 해가 될 듯합니다.

류성실 2021년 최연소로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현대미술 작가. ‘체리 장’이라는 BJ로 활동하며 시리즈 작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예술과 비예술, 실재와 허구 등 경계를 허물며 오가고, 개인적 가족사부터 정치·사회적 이슈, 전통에 대한 관념을 날카로우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조명하며 독창적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간다.
바밍타이거 산얀, 소금, 홍찬희, 어비스, 오메가 사피엔, 머드 더 스튜던트, 원진, 언싱커블, 이수호, 헨슨, 잔퀴 총 11명의 멤버로 이뤄진 얼터너티브 K-팝 그룹. DJ, 래퍼, 보컬리스트, 프로모터 & 에디터, 프로듀서, 멀티플레이어 등 멤버의 면면이 화려하다. 2018년 1월 결성해 앨범 발매부터 영화 제작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예술의 영역을 탐구하고 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조영훈(인물), 백남준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