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순수한 페라리
페라리의 DNA를 상징하는 자연흡기 프런트 미드 12기통 엔진을 장착한 2인승 모델 ‘12칠린드리’가 세상에 나왔다. 아시아 프리미어 현장에서 글로벌 프로덕트 마케팅 총괄 엠마뉴엘레 카란도를 만나 ‘페라리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글로벌 프리미어를 진행한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전 세계 두 번째,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12칠린드리(12Cilindri)를 공개했어요. 이유가 있나요? 페라리에 한국은 매우 놀랍고 중요한 나라입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럭셔리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고객이 많죠. 아시아 여러 국가 중 가치관이나 분위기가 유럽과 가장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고요. 근래 페라리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 중 한 곳인 만큼 12칠린드리의 전 세계 두 번째 공개 장소로 한국을 택했습니다.
이번에 공개한 12칠린드리는 페라리의 정체성과 다름없는 자연흡기 V12 엔진의 최신 버전을 장착한 점에서 특별해 보입니다. 브랜드에 어떤 의미를 지닌 모델인가요? 자연흡기 V12 엔진은 페라리의 DNA 그 자체입니다. 1947년 브랜드 설립 후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공장 문을 맨 처음 통과해 세상에 나온 모델 125S 역시 V12 엔진을 장착했죠. 이후 페라리는 지난 77년간 끊임없이 V12 엔진을 지켜내며 혁신을 거듭해왔어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2칠린드리는 이러한 파워트레인 철학을 오롯이 품은 모델입니다. 스포츠카 드라이버와 레이싱 드라이버를 모두 만족시키는, 브랜드의 포지셔닝 맵에서 중간 부분을 차지하는 아주 중요한 차량입니다.
2025년, 본격적인 전동화 시대를 앞두고 엔진에 자부심이 큰 슈퍼카 브랜드도 다운사이징을 감행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이토록 강력한 V12 엔진을 품은 새로운 모델을 출시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페라리는 ‘고객이 원하는 각기 다른 모델을 찾을 수 있게 하자’는 제품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강력한 엔진과 막강한 성능, 아름다운 디자인의 페라리다운 자동차를 만들되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다채로운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는 라인업을 구성하고자 했죠.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면 자연흡기 V12 엔진을 비롯해 여러 내연기관 엔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을 두루 갖췄어요.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도 출시할 예정이고요. V12 엔진을 향한 애정과 열망이 큰 페라리 팬을 위해 12칠린드리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12칠린드리는 페라리 812 콤페티치오네의 후속 모델로도 알려져 있어요. 터보도, 하이브리드도 없이 6.5리터 V12 자연흡기 내연기관 엔진만으로 830마력을 뽑아내는데요. 새로운 V12 엔진은 무엇이 달라졌나요? 페라리가 지향하는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여러 부분을 개선했습니다. 전작인 812 콤페티치오네에 탑재된 V12 엔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죠. 먼저 엔진이 더 가벼워졌고, 최대 회전수도 높아져 9500rpm까지 올라갑니다. 2500rpm부터 최대토크의 80%를 발휘하는 만큼 저속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을 자랑합니다. 티타늄으로 만든 커넥팅 로드를 적용해 배기 시스템도 개선했고요. 브랜드 최초로 V12 엔진과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결합해 레이스 트랙에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주행의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엔진의 성능은 더 막강해졌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요소가 있어요. 바로 사운드트랙입니다. 자연흡기 V12 엔진이 뿜어내는 유니크한 사운드는 페라리의 영혼과도 같아 많은 운전자에게 특별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만큼 기존 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디자인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페라리의 역사적 모델인 365 GTB/4가 겹쳐 보인다는 의견이 많은데, 특히 신경 쓴 부분이나 변화된 부분 등이 궁금합니다. 신차를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페라리의 DNA를 계승하면서 미래지향적 형태를 갖추는 것입니다. 12칠린드리의 경우 365 데이토나는 물론 1970년대 512 모델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블랙 스크린, 4개의 테일라이트와 4개의 배기관 등 다양한 요소를 차용했는데요. 여기에 현대적이고 세련된 새로운 스타일 코드를 적용해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것 같은 차체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브랜드의 오랜 공식을 깨고 쿠페와 스파이더 모델을 동시에 발표했는데, 이유는요? 페라리는 고객에게 늘 예측 불가능한 경험을 제공하고 싶어 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인 V12 엔진을 품은 새 모델인 만큼 그에 부합하는 새로운 느낌을 전하고자 했죠. 12칠린드리의 경우 쿠페와 스파이더 모델을 동시에 개발하게 되어 효율성 측면에서 함께 론칭한 점도 있고요.
12칠린드리와 특히 잘 어울릴 만한 고객을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이 모델을 소개할 때 ‘소수를 위한 차’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데요. 여기서 소수는 페라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일종의 마니아층을 의미합니다. 어울리는 고객을 상상해보면 ‘현대사회의 젠틀맨드라이버’가 적당할 것 같네요. 예를 들어 1950~1960년대 250GTO나 275GTB 오너 같은, 일상에서 편안한 주행을 추구하는 동시에 레이스 트랙 위에서 스피드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죠.
한국의 슈퍼카 시장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한국은 처음 방문인데, 서울을 둘러보며 굉장히 놀랐어요. 하이테크와 예술, 전통과 현대, 젊음과 세련미가 공존하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하는 도시 같더군요. 한국 고객들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매우 섬세한 취향과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슈퍼카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럭셔리 비즈니스가 성장하기에 좋은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사진 FMK페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