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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미국 역사의 수장고

ARTNOW

지금까지 워싱턴DC를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 정치, 외교의 중심지로만 생각했다면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Nam June Paik, Electronic Superhighway: Continental U.S., Alaska, Hawaii, Fifty-one channel video installation (including one closed-circuit television feed), custom electronics, neon lighting, steel and wood; color, sound, approx. 460 x 1220 x 122cm., 1995.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Gift of the artist.

Martha Rosler, First Lady (Pat Nixon), from the series House Beautiful: Bringing the War Home, Printed 2018, Archival inkjet print, overall: 61×50.8 cm, 1967~1972.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Gift of Norbert Hornstein and Amy Weinberg and museum purchase through the Luisita L. and Franz H. Denghausen Endowment. Courtesy of the artist and Mitchell-Innes & Nash, New York,© Martha Rosler.

Tseng Kwong Chi, Disneyland, California, from the series East Meets West, Gelatin silver print, 91.4×91.4 cm, 1979, Printed 2013.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Museum purchase through the Luisita L. and Franz H. Denghausen Endowment and the Asian Pacific American Initiatives Pool, administered by the Smithsonian Asian Pacific American Center. ©Muna Tseng Dance Projects, Inc.

포토맥강 기슭을 따라 자리한 워싱턴DC는 백악관과 국방부, 연방의회 의사당 등 국가 주요 기관과 180개국 대사관이 집중된 미국의 수도로 잘 알려져 있지만, 무수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즐비한 예술과 문화의 도시이기도 하다. 주요 기관으로는 스미스소니언협회(Smithsonian Institution) 소속 무료 미술관과 박물관을 꼽을 수 있다. 그 외에도 국립 여성 예술가 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Women in the Arts), 필립스 컬렉션(The Phillips Collection), 내셔널지오그래픽 박물관(The National Geographic Museum), 국제 스파이 박물관(The International Spy Museum) 등이 끊임없이 방문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스미스소니언협회 소속 미국 여성사 박물관(The Smithsonian American Women’s History Museum)은 거의 10년에 걸친 기획 끝에 마침내 첫 전시를 선보인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개막한 〈가시화하기: 미국 여성 역사에 초점을 맞추다(Becoming Visible: Bringing American Women’s History into Focus)〉전. 그동안 간과된 다섯 여성의 역사적 업적을 조명하는 이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아직 물리적 공간에 실제 박물관이 건립되지 않아 순전히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는 점이다. 박물관은 향후 10년 안에, 빠르면 2030년에 완공할 전망이다. PC 또는 스마트폰을 통해 약 10분 안에 모든 내용을 훑어볼 수 있도록 고르고 골라 집약한 전시의 내용은 2023년 여름부터 디지털 큐레이터 엘리자베스 하먼(Elizabeth Harmon)이 기획했으며, 온라인 전시 기간은 무기한이다.
미국 역사에서 잊히거나 소외된 5명의 전시 주인공은 노예 출신 작가이자 퍼스트레이디인 메리 토드 링컨의 개인 재봉사이기도 한 엘리자베스 케클리(Elizabeth Keckley)와 나사 아폴로 프로젝트의 우주복 디자인 협력자인 재봉사 헤이즐 펠로스(Hazel Fellows),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연구팀 일원인 바이러스학자 이사벨 모건(Isabel Morgan), 직사각형 바닥의 종이봉투 접는 기계를 비롯해 수많은 특허품을 고안해낸 19세기 산업 발명가 마거릿 나이트(Margaret Knight), 일본계 미국인 화가 히사코 히비(Hisako Hibi)다. 인터뷰 형식으로 이들을 소개하는 목소리는 관련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한 여성 큐레이터로, 각 분야에 여성 전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해준다. 음향 효과를 켜고 내레이션을 들으며 따라가는 온라인 전시가 내용의 전달력 면에서는 전시장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것보다 한결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미스소니언 미국 미술관 외관. Courtesy of the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Photo by Ron Blunt.

Carrie Mae Weems, A Woman Observes, from the series Constructing History, Archival pigment print, 2008.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Museum purchase through the Luisita L. and Franz H. Denghausen Endowment. © Carrie Mae Weems. Courtesy of the artist and Jack Shainman Gallery, New York.

Lenore Tawney, Box of Falling Stars, cotton canvas, linen thread, acrylic paint, and ink, Approx. 275×173×178cm, 1984.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Museum purchase through the Smithsonian Institution Collections Acquisition Program. ©1984, Lenore G. Tawney

더불어 워싱턴DC에서 방문할 수 있는 무수한 미술관의 주요 전시도 소개한다. 스미스소미언 미국 미술관(The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SAAM)과 SAAM의 렌위크 갤러리(The Renwick Gallery of the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에서는 미국 내 다양한 문화권을 제대로 들여다보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전시를 준비했다. SAAM의 상설전 〈미국의 목소리와 비전: 근현대 미술(American Voices and Visions: Modern and Contemporary Art)〉은 2006년 이후 포괄적인 소장품 재설치 작업을 통해 마련한 전시로, 미국 내 근현대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확장된 시각으로 제시한다. 올해 7월 7일까지 이어질 〈캐리 메이 윔스: 앞을 내다보기, 뒤를 돌아보기(Carrie Mae Weems: Looking Forward, Looking Back)〉는 갤러리를 19세기의 환영이 드리운 극장으로 연출해낸 ‘링컨, 로니, 그리고 나 – 5부작 이야기(Lincoln, Lonnie, and Me – A Story in 5 Parts)’(2012)를 선보이며 여전히 반복되는 인종과 성 차별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상징적 사진을 남겨온 윔스의 이 흔치 않은 비디오 작품은 SAAM이 최근에 소장한 작품이다.
렌위크 갤러리에서는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섬유라는 소재를 탐구하고 전복해온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파괴적, 숙련된, 숭고한: 여성의 섬유 예술(Subversive, Skilled, Sublime: Fiber Art by Women)〉전이 5월 31일부터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박찬경 작가의 〈모임(Gathering)〉전도 스미스소니언 국립 아시아 미술관(The National Museum of Asian Art)의 아서 M. 새클러 갤러리(The Arthur M. Sackler Gallery)에서 올해 10월까지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 놓쳤지만 워싱턴DC 방문 계획이 있다면 이 전시를 챙겨 보는 것도 좋겠다.
스미스소니언 미국 여성사 박물관의 온라인 전시는 마치 ‘사라지는 잉크’로 써 내려가기라도 한 듯,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여성들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현실을 담았다. 전시 서문에도 밝혔듯 “과거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일은 모두에게 유익”하다. 제작한 순간 과거가 되어버리는 예술 작품을 지금의 맥락으로 새롭게, 그리고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성실하게 작품 소장과 연구, 전시를 하는 워싱턴DC의 미술관들. 이들은 워싱턴DC를 ‘미국 역사의 수장고’ 역할을 하는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이미솔(미술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