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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 시장의 바이블 읽는 법

ARTNOW

미술 시장에 대한 가장 상세하며 공신력 있는 자료 〈아트 마켓 리포트〉. 비슷비슷한 요약본 기사를 넘어, 250페이지가 넘는 이 방대한 보고서에서 원하는 정보를 골라 얻는 방법.

3월이면 전 세계 미술 관계자가 대거 홍콩으로 향한다. 한 해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미리 살펴보는 바로미터로 자리 잡은 아트 바젤 홍콩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페어 개막에 즈음해 아트 바젤과 글로벌 리드 파트너 UBS가 발행하는 미술 시장 보고서 〈아트 마켓 리포트(Art Market Report)〉도 나온다.
전 세계 미술 시장을 다루는 이 보고서는 고미술부터 동시대 미술까지 매우 방대한 범위를 아우르는,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로 꼽힌다. 공개된 경매 낙찰액만 다루는 여타 보고서와 달리 갤러리와 딜러의 온·오프라인 거래, 메이저 옥션 하우스의 비공개 프라이빗 세일까지 다루는 유일무이한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경제학 박사 클레어 매캔드루(Clare McAndrew)가 이끄는 리서치 및 컨설팅 기업 아츠이코노믹스(Arts Economics)에서 매년 발간하는데, ‘아트 마켓 리포트’라는 보통명사를 고유명사화한 제목이 야심 차다. 그야말로 바이블이 되겠다는 전략.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유러피언 파인 아트 협회(The European Fine Art Foundation, TEFAF)의 후원으로 제작하던 것을 2017년부터 아트 바젤, UBS와 함께하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미술 시장도 그렇다
올해도 지난 3월 최신판 〈아트 마켓 리포트 2024〉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세계 미술 시장 거래 총액은 6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4% 하락하며 완연한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한편 갤러리와 개인 딜러 등을 포함한 딜러들의 판매액은 361억 달러로 전년 대비 3%, 경매사의 퍼블릭 경매 및 온라인 경매 낙찰액은 251억 달러로 전년 대비 7% 하락했지만, 개별적으로 작품을 판매하는 프라이빗 세일 분야는 39억 달러로 2% 증가했다. 미국은 전 세계 미술품 판매 총액의 42%인 272억 달러로 부동의 1위를 지켰지만, 이는 전년 대비 10% 하락한 수치다. 중국이 19%로 2위, 영국이 17%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 3월 관련 기사를 읽은 사람이라면 익숙한 수치일 것이다. 하지만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25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보고서를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전한다. 2010년경 TEFAF 〈아트 마켓 리포트〉부터 지금까지 매해 읽고 활용하는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우선, 아트 바젤 웹사이트(artbasel.com)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해당 리포트 발간에 맞춰 이메일로 소식을 받을 수 있다. 추가로 아트 바젤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한 마이크로사이트 페이지(theartmarket.artbasel.com)를 2023년부터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각 섹션, 즉 전반적 거래 규모와 거래량, 주요 거래 국가 순위, 그리고 딜러 섹터와 경매 섹터를 중심으로 당해 주목할 만한 아트 페어 섹터나 온라인 거래 섹터, 세계경제와 고액자산(HNW)을 보유한 컬렉터 등의 변화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연도에 미술 시장의 변화 양상을 예측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이 페이지에서도 전반적 내용을 간단히 파악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사이트에서 2017년 자료부터 모두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 보고서 외에 2020년부터 한 해의 중반 즈음에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한 중기 보고서도 발행한다. 2020년, 2021년에는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이후 회복력을 보여준 갤러리 분야, 2022년, 2023년에는 글로벌 컬렉팅을 다루었다.

목차와 Key Findings, 검색어를 활용하라
자, 일단 보고서를 다운로드했다면 맨 앞에 등장하는 목차를 살펴보자. 해마다 약간의 변화가 있지만, 올해 주요 주제는 2023년 세계 미술 시장, 딜러, 옥션 하우스, 결론과 전망이다. 보고서에서 다룬 모든 내용이 주요 주제와 그 하위 소주제로 묶여 목차에 정리되어 있고, 그걸 클릭하면 그 페이지로 바로 연결되어 편리하다. 각 페이지에 윗부분의 목차와 주요 주제를 클릭해 이동할 수 있다. 목차 뒤 주요 도표 목록 역시 도표의 캡션을 제공하고, 해당 도표로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목차와 각 관계자의 글에 이어 본격적으로 보고서의 내용이 시작된다. 주요 주제마다 앞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Key Findings(핵심 발견)’ 페이지를 제공하며, 앞서 언급한 마이크로사이트 페이지의 내용이 이 부분을 더 압축한 것이다.
이 페이지만 훑어봐도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그 외에도 읽을거리가 매우 많다.
올해 매출액과 전년 대비, 그리고 몇 년간 변화를 추적하고 그 원인도 상세히 설명한다. 수치를 조사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요 변화에 영향을 준 경제적·정치적·문화적 측면도 분석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와 관련해 주요 이슈를 다룬 외부 전문가의 글을 별도로 게재하기도 한다. 올해 보고서에는 2023년 선방한 중국 미술 시장과 문화유산에 대한 주요 법률과 변화, 그리고 중국 경매 전망에 대한 글을 실었다.
보고서에서 관심 단어를 검색하면 해당 페이지로 안내하니 이를 활용해보자. 세계 미술 시장 보고서에서 항상 ‘Korea’를 먼저 검색해본다. 한국은 2022년 세계 미술 시장의 1%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2023년에는 일본과 함께 시장 침체로 거래액이 하락했다는 정도로만 등장했다.
보고서 주요 내용의 마지막 부분인 결론과 전망, 맨 끝에 위치한 부록도 놓치지 말자. 전망에서는 딜러와 경매사를 대상으로 앞으로 미술 시장에 대한 기대와 예측을 설문 조사하고, 그 결과를 전년과 비교한다. 현장에서 컬렉터를 만나며 분위기를 감지하는 파수꾼 같은 딜러들의 ‘감’은 신뢰할 만한 자료다. 부록에는 보고서의 조사 범위와 대상, 보고서에 사용한 데이터 제공 기관과 기업 등 방법론이 담겨 있고, UBS의 한 해 세계경제 전망도 간략히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설문이라는 조사 방식의 한계
〈아트 마켓 리포트〉는 현존하는 가장 공신력 있는 미술 시장 보고서지만,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쩌면 그 공신력과 한계의 원인은 동일할 것이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공개 경매 기록 외에 딜러, 갤러리, 옥션 하우스의 비공개 거래까지 대상으로 하기 때문.
경매 낙찰액을 기반으로 작성하는 여느 미술 시장 보고서와 달리 〈아트 마켓 리포트〉는 일정 형식의 갤러리와 딜러 설문을 거쳐 이들의 매출액, 거래 작품 수와 거래 작가, 작품 제작 시기, 종류와 매체, 가격대 등 거래 내역과 이들의 판매 통로(갤러리, 아트 페어, 온라인 등), 거래 관련 예측 등을 상세히 분류, 취합하고 분석한다.
딜러 데이터는 미술품 거래의 특성상 수집하기 까다롭고, 공개된 자료 역시 제한적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 보고서를 참고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정된 정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설문 조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국의 주요 갤러리와 딜러 연합, 그리고 아트 바젤에 참여한 554개 갤러리와 아트로직(Artlogic), 아트시(Artsy) 등의 기업이 자료를 제공하며, 이들의 82%가 현대미술 딜러, 18%가 고미술과 장식미술 딜러로 구성된다.
오차와 한계가 없는 설문과 통계 자료는 없다. 비공개 자료가 대부분인 시장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시장 침체를 전망하는 의견이 대세라면 컬렉터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지갑을 닫을 수 있기에 갤러리는 아트 페어나 전시 결과에 대해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세일을 부풀리기도, 축소하기도, 공개하지 않기도 한다.

보고서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
미술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와 2020년 팬데믹 시기에 급락했지만, 위기를 빠르게 극복해왔다. 금리가 상승하면 미술을 포함한 현물거래가 위축되는 등 미술 시장은 세계경제와 정치사회적 상황에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세계경제와 시차를 보이며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 특수한 시장이기도 하다. 미술 작품은 대부분 원본성과 함께 인격권을 지닌 저작물인 만큼 미술 시장의 거래 역시 개당 가격과 판매된 수량으로 계산할 수 없고, 불투명한 정보가 대부분이기에 다른 시장에 비해 특수성을 띤다. 그럼에도 호황기를 맞아 폭등하다 거품이 꺼지며 하락하고 조정을 거치는 시장의 생애 주기는 미술 시장에서도 반복된다. 보고서의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미술 시장을 바라보는 장기적 안목과 긴 호흡이 필요하다.

 분야별 미술 시장 보고서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고, 일정 기간 이상 발행되어 신뢰할 수 있는 분야별 미술 시장 보고서.

한국 미술 시장

〈미술시장조사〉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08년부터 한국 미술 시장을 집대성해 발간하는 보고서. 갤러리, 아트 페어, 경매사 등 유통 영역부터 건축물 미술 작품 설치 사업, 미술은행, 미술관 등 공공 영역에 이르는 거래의 규모와 작품 수, 매출액과 지출액, 기관과 갤러리 수 등을 자세히 조사해 발표하는 보고서로 국내 미술 시장 보고서 중 ‘원톱’이라 할 수 있다.

경매 결과

〈인텔리전스 리포트(The Intelligence Report)〉
온라인 아트 플랫폼 아트넷의 대표 유료 서비스 ‘프라이스 데이터베이스(Price Database)’를 바탕으로 전 세계 경매 결과를 분석해 연 2회 발행하는 보고서. 경매 낙찰액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검색량 추이 역시 흥미롭다.

온라인 미술 시장

〈히스콕스 온라인 아트 트레이드 리포트(Hiscox Online Art Trade Report)〉
미술 시장 리서치 기업 아트택틱 (arttactic.com)이 보험사 히스콕스와 함께 2013년부터 발간하는 온라인 미술 거래 현황 보고서. 최근 보고서에는 지난 10년간 온라인 미술 시장을 요약, 정리한 내용이 포함되어 일독을 권한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이경민(미팅룸 미술시장연구팀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