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자도의 도전
파리 메종 & 오브제가 주목한 리오넬 자도. 새로운 분야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는 어느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디자이너다.

© Tijs Vervecken
오는 9월 개최되는 파리 메종 & 오브제가 ‘올해의 디자이너’로 리오넬 자도(Lionel Jadot)를 선정했다. 독창성과 커리어, 비전 등을 두루 갖춘 저명한 전문가로서 그를 인정한 것. 벨기에 출신 리오넬 자도는 6세대에 걸쳐 가구를 만들어온 집안에서 태어나 캐비닛을 제작하는 공방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디자인과 남다른 인연을 맺어온 그는 현재 인테리어 디자이너, 가구 디자이너, 아티스트, 필름 메이커 등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포트폴리오를 쌓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파리 메종 & 오브제가 뽑은 ‘올해의 디자이너-호스피탤리티’로 선정됐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영광입니다. 저 스스로에게도 뜻깊은 일이지만, 팀이나 함께 일한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오는 9월에 열릴 메종 & 오브제에서 특별한 전시도 준비 중입니다.
메종 & 오브제에서는 당신을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상징’으로 표현했어요. 실제로 인테리어, 가구, 디지털 작업까지 폭넓은 분야를 아우르며 도전하고 있죠. 이 시대에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지녀야 할 태도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새롭고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는 이가 비단 저뿐은 아닐 거예요. 다만 나이가 많은 만큼 비교적 오랜 시간 활동해 눈에 띄는 것이 아닐까요.(웃음) 인공지능(AI)이나 가상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인간으로서 더 창의적으로 접근하고, 장인정신과 책임감을 갖고 작업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채로운 포트폴리오를 쌓은 계기와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자란 가구 공방은 가능성의 장이자 놀이터였어요.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고, 토치로 나무 표면을 그을리며 놀던 시절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즐거움과 새로움을 추구하지만, 모든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일하는 과정이 더 혼란스럽고 복잡할 때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늘 본능에 충실하고, 감을 믿는 편이에요. 최대한 자유롭게 생각하며,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어떤 목표에 도달하려고 할 뿐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벨기에의 역사적 건물을 호텔로 레노베이션하는 대대적 프로젝트 ‘믹스 브뤼셀(Mix Brussels)’을 마쳤다고요. 2년간 저를 정신없이 바쁘게 한 작업이죠. 1969년, 제가 태어난 해에 지은 아이코닉한 건물을 180개 객실 규모의 호텔로 변신시키는 작업이었습니다. 총 52명의 디자이너가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였어요. 브루털리즘을 콘셉트로, 카탈로그에 있는 아이템이 아닌 컬렉터블 디자인 아이템으로 공간을 채워 인테리어가 가히 독보적이죠. 현장에서 최소 50km 떨어진 곳에서 제작한 가구가 대부분인데, 수고로운 만큼 뿌듯하고 유니크한 결과물이 탄생했습니다.
믹스 브뤼셀 외에도 기억에 남는 작업을 소개한다면요? 리스본에 위치한 잼(JAM) 호텔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이 현장에서는 특히 재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재사용하고 분해 가능한 측면을 생각했죠. 지금은 새로운 호텔이지만, 수십 년이 지나 또 다른 뭔가로 변신한다면 어떨지 상상해봤어요. 재료는 미래에 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날 수 있으니까요. 현지에서 활동하는 열다섯 명 정도 젊은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군 프로젝트라 더욱 뜻깊었습니다.
‘협업’을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은 컬래버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협업은 제가 일하는 방식 그 자체이기도 하죠. 늘 주변에 있는 창작자와 힘을 모아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와 작업실을 공유하는 자벤템 아틀리에(Zaventem Atelier)도 그 연장선이겠죠. 크리에이티브한 허브이자 컬렉터블 디자인에 집중하는 공간을 꿈꿨어요. 그 꿈의 실체가 바로 자벤템 아틀리에입니다. 어느덧 이곳을 오픈한 지도 6년이 되었네요. 원래는 버려진 종이 공장인데, 그 모습이 마음에 박히더라고요. 이제는 6000㎡에 이르는 면적에 32개 워크숍을 보유한 큰 작업실이자 하나의 연구소가 되었죠. 이곳에 있는 30명의 아티스트는 각자 독립적으로 작업하면서도 서로에게 영감을 줍니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곳이에요. 함께할 디자이너도 직접 선정하고, 협업 프로젝트나 전시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의 표현을 빌리면, ‘컨템퍼러리 길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틀리에 내부도, 그간 진행한 작업도 다양한 재료의 조합이 눈에 띕니다. 무수한 원재료의 가용성을 고민하고 조합한 다음 스토리를 붙여 가구나 공간 등 예술로 풀어내는 점이 인상 깊어요. 디자이너로서 느끼는 사명감 중 하나는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늘 색다른 소재를 찾죠. 가끔은 탐험가나 연금술사가 된 기분입니다. 가장 애정이 가는 것 중 하나는 재사용한 아스팔트를 활용해 만든 가구 시리즈 ‘Lost Highway’예요. 철거 중인 도로를 찾아 아스팔트 조각을 수집한 다음 메탈 프레임으로 지지해 의자, 테이블, 암체어 등으로 재탄생시켰죠. 버려진 재료는 제게 보물과도 같아요.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기 위해 아티스트는 늘 영감이 필요하죠. 주된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꿈, 박물관과 책, 패션, 영화관, 음악, 모르는 장소의 문을 여는 것, 아티스트의 스튜디오를 발견하는 것, 먼지 가득한 바, 죽은 나무, 대리석, 플라스틱 등. 일상을 이루는 모든 요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사진도 많이 찍고요.
평소 어떤 공간을 주로 방문하는지. 영감을 주는 공간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를테면 폐허가 된 산업 현장, 오래된 건물이나 아이코닉한 건축물 같은 곳이죠. 몇 주 전에는 곧 있을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로마에 다녀왔어요. 무엇 하나 특별할 것 없는 건물이지만, 그렇기에 도전을 시작하기 좋은 기회가 아닐까요.
더 시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매일하는 도전입니다.
에디터 김혜원(haewon@noblesse.com)
사진 아틀리에 리오넬 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