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대한 스톤 아일랜드의 간명한 답변
스톤 아일랜드와 작가 박경률이 만났다. 프리즈 서울에서 선보일 이들의 조우는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

스톤 아일랜드는 지난해 세계 3대 아트 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와 다년간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었다. 프리즈의 다양한 섹션 중에서도 유망한 예술가와 신진 갤러리를 소개하는 프리즈 포커스(Frieze Focus)를 후원하는데, 이를 보면 브랜드가 어떤 태도로 예술을 대하는지 그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로버트 트리퍼스(Robert Triefus) 스톤 아일랜드 CEO는 “프리즈 포커스와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전 세계 신진 예술가를 지원하게 되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데 힘쓰며 예술에 접근할 기회를 창출하고 새로운 가능성과 다양성을 모색해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발현된 것이다.
“패션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확언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혁신적 디자인, 최첨단 특수 가공 소재의 색감 그리고 이탈리아 장인정신이 깃든 공예를 통해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해온 스톤 아일랜드의 실험적 태도는 스스로 차별화한 고유 개념이다. 그리고 이는 크로스오버 문화 시대 예술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나아가 9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3회 프리즈 서울에서 포커스 아시아(Focus Asia) 섹션 작가로 선정된 박경률 작가와 함께 예술적 감응을 이어간다.
스톤 아일랜드는 박경률 작가의 작품 ‘그림 3-7’을 통해 프리즈 유니폼 티셔츠 시리즈와 전시를 선보인다. 티셔츠는 아트 페어 기간 프리즈 관계자들이 착용할 예정이다. ‘목적 없는 그리기는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본능이 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지점과 그것을 보는 인간 본연의 순수한 영혼에 다가가기 위해 사유를 이어가는 박경률 작가를 이번 스톤 아일랜드와의 프로젝트 공개에 앞서 만났다.
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겠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새로움의 연속일 것 같다. 대부분 브랜드가 구상 이미지 작품을 선호하는데, 스톤 아일랜드가 왜 추상적 작품을 택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브랜드가 그동안 협업해온 것을 보니 같은 맥락으로 작가들을 선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고집스러운 면이 좋아 보였다.
스톤 아일랜드는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브랜드다. 협업 과정이 궁금하다. 첫 번째 미팅에서 브랜드의 아카이브를 담은 책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텍스타일, 공정, 의류 염색 기술에 대한 내용을 듣다 보니 브랜드가 아니라 오히려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결과물로 가는 행위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스톤 아일랜드 또한 의류 생산에서 과정에 집착하고 고민하는 것을 보며 유대감을 느꼈다.
‘그림 3-7’이 티셔츠에 프린팅된다. 특별히 어떤 점을 눈여겨보면 좋을까? ‘그림 3-7’은 일반 캔버스가 아닌, 올이 굵은 헴프(hemp)가 지지체라 다소 거칠다. 이를 단순한 인쇄 공법으로 진행하면 원안의 느낌이 많이 사라질 것 같았는데, 스톤 아일랜드만의 프린팅 기법은 그러한 불안을 해소시켰다. 더구나 소량 제작하는 티셔츠는 이탈리아 장인이 부분적으로 직접 핸드 프린팅했다.
협업은 기존의 작가 활동과는 궤를 달리하는 과정이다. 제삼자가 개입되어, 혼자 오롯이 캔버스에서 탐구하는 행위와는 다른 것 같다. 이번 아트 피스 자체가 작가의 붓질이 아닌 삼자의 개입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 의구심도 들었지만, 스스로 작업에 대해 되물었을 때 정답은 간단했다. 그림도 전시 공간에서 하나의 사물로 존재하는데 내가 그은 선 하나가 이번 협업의 큰 장애물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스톤 아일랜드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믿음이 생겼다. 그림을 패션에 적용하는 좋은 방식의 레퍼런스가 된 듯하다.
프리즈라는 아트 페어는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가? 런던 유학 당시 프리즈를 보았을 때 기억을 떠올리면 주류 작품만큼 젊고 실험적인 작품이 미술 시장 한가운데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예술에서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가 미술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만큼 매년 기대된다.
박경률이라는 작가는 아트 신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노련하지 않은 사람. 익숙해지는 것을 피하고 어떤 명확한 스타일 하나로 가져가고 싶지 않다. 계속 경계를 넘나들며 그 사이를 자유롭게 유영하고 싶다.
에디터 박재만(pjm@noblesse.com)
사진 이구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