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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로의 여정

LIFESTYLE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권오상, 조셉 리 작가의 2인전이 열린다.

권오상, Helmet Head, 33×33×38cm, Archival Pigment Print, Mixed Media, 2024.

1990년대 후반 가벼운 조각을 표방한 사진 조각을 선보이며 조각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끊임없이 제시해온 권오상 작가. 대리석·나무·브론즈 등 재료를 이용한 무겁고 웅장한 전통 조각에서 아이소핑크(강화 스티로폼)와 인화한 사진을 재료로 한 새로운 장르의 조각을 통해 기존 통념을 깨고 확장된 조형 세계를 구축했다. 3차원 공간과 대상을 2차원 평면인 사진에 담고, 이를 재료로 활용해 다시 입체 조각을 구상하며 조각의 핵심 요소에 변주를 이뤄내는 그는 동시대 조각가로서 독보적 정체성을 정립하고 있다. 새로운 조형 구조와 실험적 매체 융합에 대한 시도는 두상·흉상·입상처럼 고전적인 기념비적 동상의 요소, 그리고 거장인 알렉산더 콜더와 헨리 무어의 조각적 개념에 대한 탐구, 재해석과 이어지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해체와 조합을 반복하며 형성된 ‘지금’의 조각에 대한 존재성을 재조명한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연기 활동을 위해 LA로 이주한 후 배우와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조셉 리. 미국에서 태어난 동양인으로 평생을 외국인에게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란 그는 오랜 시간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왔다. 촬영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는 눈동자 색보다는 문화가 한 사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온전한 ‘타자’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회색 지대에 서 있는 자신을 마주한다. 오히려 이러한 역경은 얼굴에 두꺼운 물감을 바르며 이목구비를 지워나가는 그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탄생시켰고, 덧입힌 많은 사회적 모습을 걷어내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의 계기가 된다. 인류가 공유하는 보편성, 공통분모에 속하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개인의 고유성을 갈망하는 그는 이러한 이중성을 숨기지 않으며 계속 변화를 맞이하는 지금 순간에 집중하고, 현재에 머무르는 방법으로 작업을 선택한다. 고정된 형태가 아닌, 진화 속에서 존재를 사유한다.

조셉 리, Mak, 101.6×76.2cm, Oil on Wood Panel, 2024.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는 본질을 탐구하며 도달한 현시점의 정체성을 공유한다. 권오상의 대표적 사진 조각 두상 작품 중 ‘Helmet Head’ 연작은 사물의 내·외부에 관심을 가진 헨리 무어의 투구 작품에서 영감받았고, 현대 추상 조각에서 ‘구멍’의 역할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담겨 있다. 바로 조각의 볼륨을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것인데, 이는 부조로 제작한 ‘Wind Hole Relief’ 사진 조각 작품에서 강조한 구멍을 통해 더욱 돋보인다. 이와 함께 조셉 리의 초상화 시리즈는 그 시작이 한국인 만큼 시발점이 된 첫 페인팅 작품을 최초로 소개하는데, 사진집 속 완벽한 얼굴 위로 거친 붓 스트로크를 두껍게 얹은 것이 특징이다. 여행을 통해 직관적으로 영감받아 작업한 풍경 시리즈에서는 그 순간에 집중된 섬세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두 작가는 조각과 회화, 서로 다른 장르에서 모두 고정된 베일을 한 겹씩 걷어내는 작업을 통해 본질을 향한 여정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에디터 정희윤(heeyoon114@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