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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 중심, 예술의 중심

ARTNOW

놓칠 수 없는 전시가 즐비한 올 가을의 빈

Marc Chagall, The Great Circus, Pencil and gouache, 1970 Photo: Klaus Pichler / mumok. Courtesy the artist and Galerie nächst St. Stephan Rosemarie Schwarzwälder, Vienna

여행 계획을 세우며 목적지에 자리한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장 먼저 검색하는 사람들이 있다. 각종 문화 기관이 한곳에 모여 있는 뮤지엄 콤플렉스는 단연 그런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공간일 것이다. 여러 박물관에서 시대별 혹은 테마별로 기획한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 교육 프로그램 등은 그야말로 그 도시의 예술적 역량과 스펙트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베를린, 시카고 등 여러 도시에 세계적 뮤지엄 콤플렉스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빈의 무제움스크바르티어(MuseumsQuartier)는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빈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이 뮤지엄 콤플렉스는 9만m2 부지에 60개가량의 문화 기관이 모여 있다. 그야말로 도시의 과거와 현재 ‘문화’라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을 망라한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MUMOK(Museum Moderner Kunst Stiftung Ludwig Wien)는 현대미술의 중심이라 할 만하다. 유럽 전역에서 손꼽히는 주요 근·현대미술관 중 하나로, 올해 1월 8일부터 6월 6일까지 장기 휴관을 거쳐 최근에 다시 개관했다. 2001년 당시 조명과 보안 시스템을 개선한 데 이어 ‘녹색 도시 빈’의 명성에 걸맞은 첨단 친환경 시스템을 갖추는 공사를 끝마쳤다.
재개관 직후 MUMOK는 2개의 상설전과 3개의 기획전을 내놓았다. 미술관의 정체성을 시사하는 2개의 상설전 중 윤종숙 작가의 벽화 ‘금강산(Kumgangsan)’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독일에서 활동하며 독특한 표현주의 스타일로 한국의 산수를 표현해왔다. ‘금강산’은 가로 길이 14m를 넘는 대규모 벽화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2022년 서울 조현화랑에서 열린 전시 〈San〉을 통해 고향 마을의 산수를 품은 여러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작가가 직접 가보지 못한 곳으로 나아가 기념비적 풍경을 만들어냈다. 스케치 없이 작품에 몰입하는 과정에 대해 작가는 “회화의 허락하에 움직인다”고 말한다. ‘금강산’은 2018년부터 설치되어 있던 프리드리히 키슬러(Friedrich Kiesler)의 ‘끝없는 집(Endless Home)’을 대체하며 반영구적으로 미술관에 관입해 자리 잡았다.

Sine Hansen, On Top, 130 cm×120 cm×2.8 cm, Egg tempera on canvas, 1967. mumok – Museum moderner Kunst Stiftung Ludwig Wien, On loan from the Austrian Ludwig Foundation, since 2021. ©Nora Meyer

Erwin Wurm, Mind Bubble Walking Pink, Aluminium, Acrylfarbe, 2024. ©Erwin Wurm, Bildrecht, Wien 2024. Markus Gradwohl

현대와 1960년대를 병치해 오늘날을 돌아보는 미술사 전시 〈Mapping the 60s〉와 공연 예술 페스티벌 ‘어디에도 없음/지금 여기(Nowhere/Now Here)’, 탈식민지 모더니즘을 다룬 〈아방가르드와 해방(Avant-Garde and Liberation〉전 등 시사 문제를 놓치지 않은 기획전도 주목해보자. 10월에는 19세기 조각가 메다르도 로소를 조명하는 〈메다르도 로소—현대 조각의 발명(Medardo Rosso—Inventing Modern Sculpture)〉전이 열린다. 관습을 거부한 로소의 접근 방식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에드가르 드가, 루이즈 부르주아, 재스퍼 존스, 에바 헤세 등 작가와 직간접적으로 공감해온 아티스트의 작품을 통해 포괄적 대화로 확장된 로소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런 전시 방식에는 항상 타인과의 ‘대화’를 중시한 작가의 예술적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시는 10월 18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이어진다.
MUMOK에서 무제움플라츠 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화려한 외관의 빈 분리파(Wien Secession) 전시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는 9월 20일부터 약 두 달간 아트선재센터 김선정 큐레이터가 기획한 〈그림자의 형태(Forms of Shadow)〉전이 열린다. 2012년부터 냉전이 드리운 그림자를 탐구해온 리얼 DMZ 프로젝트의 연장선 상에 있는 전시. 기후 위기, 이주 노동, 국경 등의 문제를 다뤄온 이 프로젝트는 양혜규, 김성환, 임민욱, 홍영인 등의 예술가가 빛과 그림자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통해 이곳 빈을 재해석한다.
현대의 쟁점을 다루는 시의적절한 전시에서 한국 작가와 큐레이터가 빛을 발하는 한편, 과거 합스부르크 왕가의 가장 큰 주거용 궁전 건축물에 자리한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그래픽아트 컬렉션과 함께 모더니즘 걸작을 소장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올가을에는 엄선한 9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마르크 샤갈의 기발하고도 시적인 세계를 전한다. 샤갈의 전 생애에 걸친 폭넓은 컬렉션을 통해 삶의 가장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주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알베르티나 본관에서 멀지 않은 알베르티나 모던에서는 위트 넘치는 현대 조각가 에르빈 부름(Erwin Wurm)의 70세 기념 회고전이 열린다. 여러 매체에 실린 그의 예술 작품을 총망라하는 이 전시는 집요하고 혁신적인 주요 작품은 물론,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돌아볼 가치가 있는 작품도 함께 대중에게 소개하는 자리다. 비디오와 오브제, 사진, 회화 작품에 더해 작업 지침과 각종 문서까지, 에르빈 부름은 다양한 형태 속 빼곡한 예술적 진술을 통해 우리의 일상 세계에 드리운 역설과 부조리를 유쾌하게 조명한다. 자본주의적 소비의 지대한 영향을 특징으로 하는 우리 사회의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그의 전반적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번 회고전에서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관점의 의미와 그로 인한 통찰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Jongsuk Yoon, Kumgangsan, (Detailed view), Gouache on Wall 300 × 1440 cm, 2024 Albertina, Vienna—The Batliner Collection. ©Bildrecht. Wien 2024.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이미솔(미술 저널리스트)
사진 알베르티나 미술관, MUM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