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함께 하는 예술
지역 사회 모두가 참가하는 미술 행사 에치고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

프랑스 작가 엘파로(Elparo)가 선보이는 ‘Strange Rock’. Courtesy of the Artist and ETAT.
지역 연계와 커뮤니티 아트의 성공적 사례로 꼽히는 에치고쓰마리 아트 트리엔날레(Echigo-Tsumari Art Triennale, ETAT)가 7월 13일부터 11월 10일까지 87일간 니가타현 도카마치시와 쓰난마치를 아우르는 에치고쓰마리 지역에서 열린다. 예술을 매개로 지역을 활성화하고 지역민과 소통하는 지역 특화 예술 축제의 선구 격인 ETAT는 도쿄에서 기차로 2시간 30분 거리, 일본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니가타현 에치고쓰마리 지역에서 2000년에 처음 선보였다. 과거 760k㎡에 달하는 광활한 땅을 지녔지만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를 앓던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기획한 현대미술 축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해 지금에 이른 것. 올해 9회를 맞은 ETAT는 2022년에는 팬데믹을 극복하고 인구 6만 명의 오지에 약 57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등 지금까지 총 300여만 명의 관람객을 조용한 산간 지방으로 불러 모았다.
ETAT는 ‘예술은 인간이 대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고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한다. 작품과 시설은 대부분 자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미 존재하는 것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인구 감소로 비어 있던 집과 폐교도 예술 무대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며, 작가들은 지역의 강, 숲, 계단식 논, 댐, 폐가, 폐교 등에서 작품을 창작하고 에치고쓰마리의 지리, 역사, 생활양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하며 지역민과 협업한다. ETAT의 또 다른 핵심인 자원봉사자 ‘고헤비타이(こへび隊, 작은 뱀 부대)’의 활동도 두드러지는데, 고등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일본 전역은 물론 해외에서 온 이들이 모여 현재는 무려 3000여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가 행사 내내 다방면에서 활약한다.
햇수로 25년째 이어온 ETAT에 그동안 70개 국가와 지역에서 1000명 이상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이불,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 파스칼 마르틴 타유(Pascale Marthine Tayou), 하우메 플렌사(Jaume Plensa) 등 세계적 아티스트가 설치한 200개가 넘는 상설 작품 외에도 올해 16개 국가와 지역의 아티스트와 단체 100명(팀)이 기획한 새로운 프로젝트 등 무려 300점에 달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올가을 수많은 작품뿐 아니라 뜻깊은 볼거리로 가득한 ETAT를 찾아 예술과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동시에 만끽해보자.
이어서 자신의 고향인 니가타현에서 ETAT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제너럴 디렉터 기타가와 프람(Fram Kitagawa), 그가 보내온 ETAT를 즐기는 법을 전한다.

우크라니아 출신 작가 일리야 카바코브(Ilya Kabakov)의 작품 ‘The Unknown Kabakov Art as a Way to Survive’. Courtesy of the Artist and ETAT.

이불의 ‘Doctor’s House’는 에치고쓰마리 지역의 상설 작품이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ETAT. Photo by Kioku Keizo.
올해 ETAT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라는 기본 이념을 유지하면서 올해는 ‘환영하는 예술’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예술로 관람객을 환대하는 미덕을 지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세부 키워드는 ‘오감을 통한 체험’, ‘지역 깊숙이 파고들기’, ‘세상과 연결하기’,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차점’입니다. 모두 오랫동안 ETAT가 추구해온 기본 철학이지만 올해는 더욱 두드러지죠.
이번에 특히 주목해야 할 작품이나 공간이 있다면요? ‘오감을 통한 체험’은 아케야마 아트 센터(Akeyama Arts Center)와 이소베 유키히사 기념 전시로 대표됩니다. ‘세상과 연결하기’를 실천하는 지구 스포츠 페스티벌(Earth Sports Festival)은 물론이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차점’이 드러나는 고헤비타이의 활동과 마쓰다이 다나다 은행(Matsudai Tanada Bank)의 농업 시스템, ‘오감을 통한 체험’ 키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전시 〈87-Day Square Adventure with Captain MonET〉와 누나가와 캠퍼스 등을 주목하세요.
ETAT가 성공적 커뮤니티 예술 프로젝트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노력을 거듭하셨을 텐데요. 처음에는 타인의 땅에서 ‘현대미술’이라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죠. 하지만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연구하면서 고헤비타이와 작가, 지역사회 간 교류와 협업을 점차 늘려갔고 주민과 땅, 예술의 관계를 발전시켰습니다.
예술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민을 어떻게 설득하고 소통했나요? 예술은 마치 아기와 같아요.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상하기 마련입니다. 작가가 창작에 매진하면 주변 커뮤니티가 자연스레 도와주더군요. 그렇게 모두 함께하면 작품이 완성된 후에도 계속 사랑받게 됩니다. 도쿄에서 활동하는 작가 가쓰히코 히비노(Hibino Katsuhiko)는 커뮤니티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지역 화단을 언급하며 대화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해요. 함께 꽃을 만드는 ‘내일모레 나팔꽃 프로젝트(Day after Tomorrow Morning Glory Project)’를 시작했고, 이제는 전국으로 퍼져나갔어요. 일상에서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데 지역사회와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죠. 트리엔날레가 열리면 주민들이 차와 주먹밥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줘요. 이곳의 작품은 작가뿐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 함께 만든 결과물이에요.
3년마다 열리는 예술제인데, 어떤 준비와 진행 과정을 거치나요? ETAT가 막을 내리면, 즉시 다음 전시를 위한 예산 조정과 작품 설치에 대한 주민의 의견을 듣기 시작합니다. 설치 후보지 방문, 작가 공모 및 초청, 작가 인터뷰 등을 거쳐 오픈 전년도 가을에 장소와 계획을 확정하고 홍보하죠. 겨울에는 작가들이 실제로 현장을 방문해 계획을 현실화하고, 봄에 눈이 녹으면 신작 제작에 돌입합니다. 동시에 에치고쓰마리에는 상설 작품 약 230점이 있는데, 단순한 작품 공개만으론 관람객을 유치할 수 없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요. 시설 관리, 이벤트, 워크숍, 특별전 개최, 농사, 투어, 유지보수, 홍보 등을 병행하면서 메인 축제인 트리엔날레를 향해 나아갑니다.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lich)의 ‘Palimpsest Pond of Sky’도 볼 수 있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ETAT. Photo by Kioku Keizo.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글 백아영(프리랜서)
사진 ETAT 사무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