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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는 법

ARTNOW

갤러리와 아트 페어, 경매사, 온라인 플랫폼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방법.

미술 시장은 작가와 작가가 제작한 작품의 거래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작가와 구매자의 거래를 중개하는 중개자, 즉 우리가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대표적 채널은 갤러리, 아트 페어, 경매사, 온라인 플랫폼 등이다. 구매자는 개인 소장자 외에 미술관과 기업 등이 있고, 갤러리도 작품을 구매한다. 구매자는 작품을 오래 소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익을 실현하거나 현금화하기 위해 중개자를 통해 판매하기도 한다. 미술 시장은 크게 1차 시장과 2차 시장으로 구분된다. 1차 시장은 작품이 ‘처음’ 유통되는 시장으로, 신작을 직거래하거나 갤러리 등 중개자를 통해 거래하기에 작가나 유족이 직접 또는 중개자와 판매 가격을 논의해 정한다. 2차 시장은 판매된 작품이 다시 n차 유통되는 시장이다. 일반적으로 1·2차 시장을 이끄는 주요 주체를 각각 갤러리와 경매사로 나누지만, 실제로 모든 주체는 1·2차 시장에 모두 관여한다. 갤러리가 소속 작가의 작품을 재거래하기도 하고, 소속 작가 없이 구작만 거래하는 갤러리도 있으며, 경매사가 작가 또는 갤러리를 통해 신작을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 큐브 서울 외관, 2023년 9월 도산공원 근처 호림아트센터 1층에 개관했다.

갤러리
과거 프로그램을 눈여겨볼 것
갤러리는 미술 시장에서 작가와 함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우선 작가 활동 연구 측면에서 작가를 발굴하고, 방향성을 논의하고 경력을 관리하며 작업 관련 자료를 아카이빙한다. 아울러 전시를 기획하고 출판물을 발간하며 작가 연구를 지원한다. 작품 판매 측면에서는 작가와 전속 계약을 맺거나 특정 전시와 아트 페어를 위해 위탁 계약을 맺고 작품을 판매한다. 작고한 작가의 경우 유족이나 재단과 함께 이스테이트, 즉 유작을 관리하고 판매한다. 한편 미술관에 컬렉션을 제안하고, 컬렉터를 발굴하고 관리하기도 한다. 갤러리를 통한 작품 거래액은 전체 미술 시장의 50% 정도, 많게는 65%를 차지할 만큼 가장 주된 채널이다. 일반적으로 갤러리는 작품 구매자에게 3~5년 안에 경매에 출품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데, 신작이 바로 경매에 나오면 낙찰가를 예측할 수 없고, 작가의 1차 시장(신작 직거래) 가격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작품 가격 관리는 경력 관리만큼 중요하다.
이런 갤러리의 활동을 ‘프로그램’이라고 하는데, 갤러리는 작가와 가장 긴밀하게 협업하는 주체이기에 작품을 구매하는 갤러리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명성과 역사, 평판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주요 아트 페어에 일정 기간 이상 참여한 갤러리는 평가를 통해 인정받은 곳이기에 대부분 신뢰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 작가가 다수의 갤러리와 공동 전속 계약을 맺거나 지역별로 전속 갤러리를 달리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전속이 있으니 작품 구매 이전에 작가와 갤러리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자.
작품 구매 시 반드시 챙겨야 하는 서류는 작품 보증서다. 작가가 해당 작품을 직접 제작했다는 진품 보증서를 발급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대부분 거래를 대행하는 갤러리가 보증서를 발급한다. 판매 계약을 맺는 갤러리도 있는데, 이 경우 계약서를 보증서와 함께 잘 보관할 것을 추천한다. 작품 소유 이력을 의미하는 프라버넌스(provenance)는 추후 작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이런 서류가 증거로 효력을 발휘한다. 작품을 추후 판매할 경우 보증서는 작품과 함께 양도한다. 구작을 구매할 경우 보증서를 함께 인수받아야 하고, 없다면 재발급을 요청해야 하며, 구작을 구매하거나 판매할 경우 갤러리나 경매사 또는 보존 전문가를 통해 컨디션 리포트를 발급받을 것을 추천한다. 아울러 해당 작품이 어떤 전시에 출품되었는지, 어떤 출판물에 기록되어 있는지 찾아보고 도록이나 서적을 함께 보관하는 것도 추천한다. 그리고 엑셀 등으로 소장품 목록을 작성하자. 작품의 사진과 기본 정보, 구매 방식과 가격, 출판물 등을 기록해 나만의 소장품 아카이브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미술품 역시 외국 갤러리에서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에 지점을 낸 열 곳 이상의 외국 갤러리 외에 다양한 외국 갤러리가 국내에 사무실을 운영하며 한국인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외국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매할 경우 환율, 구매자가 지불해야 하는 운송비와 보험료 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프리즈 런던 2023 전경. Courtesy of Linda Nylind, Frieze.
아래 아트 바젤 2024가 열린 메세 바젤 컨벤션 센터 앞을 푸른 밀밭으로 만든 아그네스 데네스(Agnes Denes)의 설치 작업 ‘Honoring Wheatfield – A Confrontation’. Courtesy of Art Basel.

아트 페어
편한 신발과 사전 리서치는 필수
아트 페어는 통상 4~5일 동안 여러 갤러리가 한 공간에 모여 부스에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장이다. 대부분 입장료가 있고, 실내에서 한 번에 여러 갤러리가 소개하는 작품을 한데 모아 볼 수 있기에 편리하다. 갤러리에서 전시를 감상하며 작품 가격을 문의하는 게 부담스러운 컬렉터에게 비교적 문턱이 낮은 편. 인파를 뚫고 적게는 수십 개에서 백여 개에 이르는 부스를 살펴봐야 하기에 편한 신발과 체력은 필수다.
아트 페어는 전시, 토크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관람객을 위한 교육의 장 역할도 수행한다. 갤러리는 작품을 판매하고 프로그램을 관리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미술계 인사와 네트워크를 쌓고 유지하기 위해 큰 비용을 들여 국내외 아트 페어에 참여하며, 아트 페어의 성격과 규모에 따라 출품하는 작가와 작품의 가격대를 달리한다.
세계 아트 페어의 양대 산맥은 아트 바젤(3월 홍콩, 6월 바젤, 10월 파리, 12월 마이애미비치 개최)과 프리즈(1월 LA, 5월 뉴욕, 9월 서울, 10월 런던 개최)다. 그 외에 TEFAF와 인디펜던트, 프리즈가 인수한 아머리쇼와 시카고 아트 페어도 주목할 만하다. 아시아 지역 아트 페어로는 상하이 Art021이 올해 홍콩에도 론칭하며, 아트 어셈블리가 운영하는 ART SG와 타이베이 당다이, 도쿄 겐다이 등이 있다. 한국의 국제 아트 페어로는 한국화랑협회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아트 페어 KIAF, 그리고 아트부산과 대구국제아트페어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중소형 갤러리를 선별해 운영하는 더프리뷰 서울과 올해 처음 개최한 아트 오앤오 역시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 갤러리가 참여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아트 페어 운영국이 직접 작가를 선정해 출품하는 직거래 아트 페어도 있고, 비영리 기관이 운영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개최하는 판매 전시도 있다. 아트 페어에서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 길을 잃지 않으려면 갤러리와 작가, 출품작에 대한 사전 리서치는 필수다. 팬데믹 이후 주요 아트 페어는 온라인뷰잉룸(OVR)을 통해 참여 갤러리와 출품작 정보를 제공하니 미리 살펴보자.

스위스 취리히의 럭셔리 워치 유통사 부헤러(Bucherer) 매장 내부에 문을 연 소더비 살롱. 럭셔리 고객이 경매 스페셜리스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경매사
도록과 프리뷰 전시, 수수료를 확인할 것
국국내 대표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1~2개월마다 메이저 경매를 운영하고, 소더비와 크리스티, 필립스 등은 뉴욕, 런던, 홍콩에서 각각 연 2회 정도 메이저 경매를, 그 외에도 세계 여러 도시에서 크고 작은 경매와 온라인 경매를 진행한다.
경매사의 역할은 추정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결정된 낙찰가를 공개하고 기록함으로써 정보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 팬데믹 이후 온라인 거래가 늘면서 갤러리에서 작품 판매가를 공개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오랫동안 폐쇄적인 미술 시장에서 경매 낙찰가는 거의 유일한 공개 가격 정보였다. 대부분 추정가 범위 내에서 낙찰되지만, 한 작품을 두고 응찰 경쟁이 지속되면 낙찰가는 크게 오르고 이슈를 모은다. 이처럼 낙찰가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기에 다양한 조건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경매사는 크게 퍼블릭 경매와 프라이빗 세일즈, 온라인 경매를 통해 작품을 판매한다. 퍼블릭 경매는 판매자가 위탁한 작품을 전문 경매사가 경매를 통해 소개하고, 응찰자는 직접 패들을 들어 응찰하거나 서면 또는 실시간 전화 응찰을 통해 참여해 최종 낙찰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한편 프라이빗 세일즈는 경매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시장 침체기에는 같은 작품이라도 추정가와 낙찰가가 낮아지는 경우가 많고, 작품이 유찰되거나 마땅한 응찰자가 없는 경우 직전에 출품이 취소되는데, 관련 정보가 온전히 기록되기에 위탁자, 구매자, 중개자 모두 부담을 느낀다. 보통 침체기에는 낙찰 총액이 감소하고 프라이빗 세일즈 총액은 증가한다.
경매가 신기록이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처럼 신작을 제외한 수작은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을 통해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 주요 경매는 시기별, 국가별, 작가 및 컬렉션별 세일즈를 기획하고 몇 달 전부터 홍보하며 이슈를 만든다.
경매에는 접근 가능한 가격대나 저평가된 작품이 나오는 경우도 많아 ‘득템’ 가능성도 있지만, 가장 유의할 점은 수수료다. 최근 소더비가 40년 만에 수수료를 인하했지만 여전히 국내외 경매사의 온·오프라인 구매수수료는 낙찰가의 20% 가까이, 위탁수수료는 최대 10% 정도이며, 보관료와 운송료, 세금과 경비 등을 포함한 낙찰자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유념할 것. 경매에 앞서 진행하는 프리뷰 전시와 경매 도록에서 출품작을 대부분 감상하고 정보도 찾을 수 있으니 프리뷰와 도록은 꼭 살펴보자. 응찰을 원할 경우 사전 응찰 등록을 해야 하며, 낙찰을 취소할 경우 낙찰가의 30%인 낙찰철회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하자. 경매사는 앞서 언급한 보증서와 컨디션 리포트 등을 제대로 갖춰 준비하는 주체이며, 도록을 통해 프라버넌스와 문헌 정보 등을 상세히 제공한다.

1988년 시작한 온라인 아트 플랫폼의 선두주자 아트넷(artnet.com) 웹사이트. 작품의 가격과 정보를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개하는 일을 목표로 설립했다.

온라인 플랫폼
실물 작품 관람이 실패 확률을 낮춘다
온라인 플랫폼은 유료 파트너십을 통해 미술관부터 갤러리, 아트 페어, 경매사 등의 전시 소식, 작가와 작품 정보를 한곳에 소개한다.
대부분 미술계 미디어 역할을 하며,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다.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없다는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VR, AR, XR 등의 기술로 현실감과 경험성을 높이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취향을 분석하고 작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온라인 아트 마켓 플랫폼은 1998년 ‘아트넷(artnet.com)’, 2009년 ‘아트시(artsy.net)’가 설립되며 주목받았고, 201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장을 키웠다. 작품을 실물로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온 미술계는 온라인 거래에 보수적이었는데, 2020년 팬데믹으로 공간이 폐쇄되고 아트 페어가 취소되자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초기에는 온라인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우왕좌왕했지만, 일찍이 온라인 경매를 개최해온 경매사는 달랐다. 헤리티지 옥션이 1999년 처음 온라인 경매를 시도한 후 2000년대에 소더비와 크리스티도 온라인 경매를 진행했다. 팬데믹으로 회원과 파트너 수가 폭증한 온라인 플랫폼은 갤러리, 아트 페어와 협업해 OVR을 열거나 국내외 경매사와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는 등 미술 시장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데 일조했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이 온라인 거래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작가가 작품을 업로드하면 구매를 희망하는 이가 직접 의사를 밝혀 거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트나우〉 45호 ‘Has Instagram Spoiled the Art Market?’ 기사에 언급한 것처럼,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얻은 작가가 미술계의 높은 문턱을 넘어 내부에서 활동하기란 힘든 일이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으로 작품을 구매할 때는 적어도 실제로 감상한 적 있는 작가의 비슷한 작품인 경우, 사진이나 디지털 작품처럼 파일 자체를 업로드하는 경우, 질감이 거의 없는 매끄러운 평면 작품인 경우, 실물과 차이가 있더라도 크게 실패하지 않을 가격대인 경우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실물을 확인할 것을 추천한다. 이커머스 시스템을 갖춰 즉시 결제하고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에 소개된 작품 중 갤러리를 통해 구매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채널을 통하든, 작품 구매에 앞서 해당 작가의 작품 활동, 즉 전시와 레지던시, 수상 이력 등을 살펴야 한다. 지속적으로 개인전이나 참여한 그룹전, 아트 페어 등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의 변화 과정을 살피며 든든한 팬이 되기도 한다. 내가 구매하려는 작품의 작가에 대해 면밀히 공부하고, 그 작품을 판매하는 곳의 프로그램과 명성 또한 살피자. 일생에 걸친 작가의 활동처럼, 작품 역시 귀가 아닌 내 눈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경민(미팅룸 미술시장연구팀 디렉터)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