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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인사 8인이 본 한국 미술

ARTNOW

해외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미술계 인사 8인이 답한 지금의 한국 미술

Q공통 질문
1 현재 세계에서 한국 예술은 어떠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2 한국 작가와 큐레이터의 활동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면?
3 지금 예술계가 가장 유념하고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면?
4 앞으로 세계 속 한국 예술계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더플로어플랜 대표, 독립 큐레이터  변현주
1 과거에는 국제적 작가의 개별 작품 활동에 관심을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젊은 세대 작가 개개인을 넘어 한국 미술 현장 전반으로 그 관심이 확장됐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해외 유수의 미술관에 대한 국내 기업의 후원, 프리즈 서울 개막, 컬렉팅 문화 발전과 확산 등이 주요 이유. 현재 한국의 문화 예술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따라서 앞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해 다양한 예술적 담론과 실천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예술가와 예술 종사자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기본적으로 우리는 경쟁적 환경에서 성장해 국제적 시류에 민감하고 전략적 사고에 능하다. 예술 및 큐레이토리얼 역량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많은 큐레이터와 예술가가 ‘문화 수출 산업’의 혜택도 받는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탈식민주의와 역사 다시 쓰기가 주류 담론이 되면서 소외되어온 여성, 인종, 고유문화 등이 새롭게 조명되며 반사 효과도 얻고 있다.
3 한국 예술이 아직 국제적 주류는 아니다. ‘K’란 신조어처럼 지나친 자부심을 드러내는 경향은 집단적 나르시시즘으로 보이기도 한다. 배타적 문화우월주의로 이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풍부한 정부 지원금은 문화 예술의 자양분이 되기도 하지만, ‘눈먼 돈’처럼 쓰이거나 오히려 독이 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지원 대상을 철저한 심사를 통해 선별하고, 실행과 집행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4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연하고 확장적인 사고다. 단일민족이란 환상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집단은 다층위적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해외 작가, 다문화 출신 작가, 디아스포라 작가 등 다양한 정체성과 신념, 가치관,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을 함께 포용하며 ‘한국’의 경계 범위를 확장하는 사고를 시작해야 한다. 즉 한국 문화 예술에 관심을 갖는 이들을 소비자가 아닌 향유자나 공유자로서 아우르고 공생하며 경계를 넓히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티나 킴 갤러리, 전시 및 출판 담당  김호원
1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우리 예술의 위치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다양성과 포괄성을 모색하는 것이 관건인 오늘날 미술 현장에서 과연 우리가 바라보고 정의하는 세계는 무엇인지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 뉴욕의 동료와 한국 동시대 미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은 한국 미술가들이 사회적·문화적 담론을 담아내는 방식에 흥미를 느낀다는 걸 알 수 있다.
3 유럽이나 북미에서 시작한 미술 운동이나 담론을 동아시아나 한국의 맥락에 맞게 재해석할 때, 그들의 인정을 갈구하기보다는 유연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정치적 주제를 개념적으로, 또는 조형적으로 풀어낼 때 인접한 동아시아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 작가들과 차이가 있다고 이해한다.
4 세계적으로 이목이 쏠리는 만큼, 국내에서도 한국 미술의 흐름을 되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배경을 지닌 작가들, 또 한국 국적을 갖지 않은 작가들이 우리나라 미술에 영향을 끼치거나 기여한 부분을 깊이 이해하고 포용하는 일이 필요하다.

 독립 큐레이터  죠앤 킴
1 지난봄 ‘베니스 비엔날레 2024’ 개막식에 다녀왔다. 현장에서 느낀 한국 예술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글로벌 관점에서 미술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큐레이터로서 그 좌표를 찾고, 또 찍고 움직이는 것은 늘 기획의 출발점이다.
2 우리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으며,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새로운 아시아의 목소리라는 데에 주목하는 것 같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처음으로 일본관, 싱가포르관 모두 우리나라 사람인 이숙경, 김해주 큐레이터가 각각 맡았는데, 둘 다 작가가 직접 큐레이터를 지목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3 조급과 강박. 마켓에 유효할 어젠다를 억지로 만들어내기보다, 자신의 진실한 이야기를 천천히 시작해도 되는 시기다. 한국 영화와 문학, 음악처럼 예술 역시 ‘나’의 이야기를 해도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다.
4 이숙경 큐레이터가 언급한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이란 개념을 자주 들여다본다. 이제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를 꺼내볼 때가 된 것 같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그리고 다른 국가의 큐레이터와 함께, 알고 있지만 들여다보지 않던 불편한 이야기를 이제 파고들 때라고 생각한다.

 독립 큐레이터, 평론가  정하영
1 작년 10월 〈뉴욕타임스〉에서 미국 전역의 주요 미술관에서 한국 미술을 조명하는 전시가 연이어 열리는 현상을 짚었다. 뉴욕에서 실제 체감한 한국 미술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가깝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한국 전시와 일본 전시만 놓고 비교해도 우리는 특정 사조 혹은 미술사적 계보를 조명한다. 친절한 개론서처럼 말이다. 그래서 최근 뉴욕 미술관의 김아영, 이미래 등 젊은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이 반갑다. 이제 서막이 올랐으니 한국 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차례다.
2 한국 예술계는 꾸준히 밖을 살피지만, 뉴욕은 상대적으로 내부에 집중한다. 도시에 이미 충분한 다양성과 자생력이 있기 때문 아닐까? 동시대 아티스트의 작품을 보면 급변하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문화적 양상, 테크놀로지 발달과 결합한 부분이 다른 문화적 배경의 아티스트들과 차별화된다는 인상을 받는다.
3 개인적으로 한국 동시대 미술을 들여다보는 통로가 몇몇 게이트키퍼에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원화된 통로를 구축하고 소통하는 것이 좀 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되지 않을까? 작가나 큐레이터가 자신을 표현하는 능력 또한 자생력의 일부가 될 수 있겠다.
4 글 쓰고 전시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적어도 늘 말끔히 정비되어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 또 한국 근현대사와 시각예술의 흐름이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오늘날 젊은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온라인 아카이브 구축이 절실하다. 특히 영문으로.

 아트 인텔리전스 글로벌 리미티드 디렉터  김상진
1 오래전 단색화 작가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는데, 작년에 뉴욕에서 ‘한국 실험 미술’의 전반을 볼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한국 문화 예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면 자연스럽게 젊은 작가가 국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 한국 예술의 장점은 고유의 미를 간직하면서 트렌디함 또한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술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사회적 메시지가 세계 어디에서도 통하고,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클리셰적이긴 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모든 이치를 꿰뚫는다.
3 다양한 미술 페어와 위성 전시의 탄생으로 예술 시장에 쏠리는 폭발적 관심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갤러리와 미술관이 더 다양하고 좋은 전시를 선보이길 기대한다.
4 한국 작가가 참여할 수 있는 국내외 플랫폼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양한 문화 후원 제도도 중요하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괄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작가와 큐레이터가 해외 기관과 협력하고, 또 해외의 좋은 전시와 프로젝트를 국내에 선보이는 등 긍정적 상호 교류로 인한 시너지를 기대해본다.

 도쿄도 현대미술관 큐레이터  권상해
1 1990년대 이후 한국 예술은 제도와 비평적 토대를 형성하며 동시대 예술에서 독자적 영역을 획득했다. 최근 우리가 세계에서 경험한 약진을 지위 상승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동시대 예술의 순환 과정으로 이해하고, 현재와 앞으로 흐름을 연결하는 매개자 역할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2 최근 우리나라 작가와 큐레이터가 세계 유수의 비엔날레나 미술관 전시에 초청받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의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는 동시대 예술 담론과의 연결 지점을 포착해 그 가능성을 확장하는 작업에 능통하다는 점이다.
3 일부 작가와 큐레이터의 해외 진출이나 아트 마켓의 성장이라는 지표가 한국 예술의 전반적 상황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예술 신의 장기적 비전과 지속적인 활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제도나 경제 시스템 안팎에 자생하는 대안적 실천 가능성에도 충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4 먼저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가치 평가 기준으로 자리해온 서구 중심의 예술 신이나 소위 주류 예술 경향만을 지향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의식 바깥에 존재하는 다양한 실천의 움직임과 목소리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세계가 단일한 관점으로 귀결되지 않고 항상 ‘세계들’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예술을 실천해야 한다. 그러면 보다 다양한 연결 방식과 넓은 시야를 갖춘 예술 신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화이트큐브 런던 큐레이터  김예원
1 올해 20개 이상의 글로벌 갤러리가 거점을 잡으며 한국은 명실공히 아시아의 아트 허브로 급부상했다. 뛰어난 예술대학과 미술관 그리고 기업과 국가의 적극적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의 미술 생태계는 다른 나라 예술 도시 개발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 미술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면서 국제적 인식이 높아졌고,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한국 미술을 더욱더 깊이 있게 소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
2 전쟁과 식민 지배의 아픈 역사를 겪었지만, 오늘날 경제적·문화적 성장을 거쳐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의 선두에 서면서도 5000여 년의 문화와 전통을 간직한 한국의 하이브리드적 아이덴티티는 예술계에도 고유한 감수성과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며 해외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3 해외시장의 반응과 평가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향후 방향성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급변하는 미술 시장에서 아티스트들은 조급해하지 않고 독창적 비전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역량 있는 갤러리의 신뢰와 후원이 중요하다.
4 기존 서구 미술 시장의 정형화된 형식과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한국 미술 시장은 다른 영역만큼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 미술을 지속적으로 조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나 또한 다채로운 한국 아티스트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포커스 아트 페어 디렉터  이정원
1 최근 20년 동안 아시아 미술은 점진적으로 주목받아왔다. 특히 2022년 이후에는 서울이 명실상부한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 현시점 한국 미술 시장이 아시아의 중심으로 조명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 결과 글로벌 메가 갤러리와 아트 페어가 서울에 진출하며 한국 작가와 큐레이터의 활동 반경 역시 넓어지고 있다.
3 개인적으로는 세계 최초의 전시형 아트 페어를 론칭, 친환경적 페어로 가꿔가고자 한다. 상업적으로 다가가기보다는 관람객과의 소통, 체험 등을 내세우고 싶다. 이러한 것이 한국 미술과 연결되어 풍부한 경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4 단색화부터 세계 최초로 애너모픽 기술을 도입한 디지털 아트까지. 한국에서 다양한 예술 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작가, 큐레이터 그리고 컬렉터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