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타자와 맺는 관계의 묘미

ARTNOW

인간과 인간, 자연이 맺는 상호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풀어내는 리옹 비엔날레.

Otobong Nkanga, Alterscapes: Playground, 2005, Collection d’Art Société Générale.

Robert Gabris, This Space is Too Small for Our Bodies, 2023, Photo by Jeanine Schranz. ©ADAGP.

Mona Cara, La Mer Poubelle(detail), 2022, Photo by Jeanine Schranz. ©ADAGP.

올해 프랑스 리옹은 다시 한번 예술로 물들 준비를 마쳤다. 1991년 개막한 이후 벌써 17회째 열리는 ‘리옹 현대미술 비엔날레(Lyon Biennale)’. 예술감독 이자벨 베르톨로티(Isabelle Bertolotti)의 진두지휘 아래 게스트 큐레이터 알렉시아 파브르(Alexia Fabre)가 만반의 준비를 한 이번 전시의 주제는 ‘Les Voix des Fleuves, Crossing the Water’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병기한 문장을 풀이하면 ‘물결의 소리, 물을 건너다’라는 뜻이다.
올해 초부터 이들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선포했는데, 그 주제 아래 리옹의 자연적·인간적 지형을 살펴보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발생하는 관계는 물론, 인간과 주변 환경의 관계가 흥하고 쇠퇴하는 모습을 물에 비유해 표현한다. 여기에는 자연스럽게 장소가 가진 독특한 ‘목소리’, 또 이를 작업에 가져오는 참여 작가 78명(팀)이 펼쳐놓는 다양한 작품이 함께 공명하며 비엔날레를 단단히 뒷받침하는 의미도 포함된다.
비엔날레의 전시 전반을 기획한 게스트 큐레이터 알렉시아 파브르는 항상 현대미술 제작 지원을 고심한 작업, 전시를 전개해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이타주의’와 ‘타인에 대한 환영’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자 한다. “모든 수로가 만나 더 강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의 은유로 론강을 따라가는 경로를 제안한다”며 리옹의 다양한 지역에 위치한 공간의 지역성, 역사성 등이 예술 작품과 엮여 창조해내는 풍부한 의미를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이전과는 또 다른 볼거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힌트로 이어진다. 가장 오랫동안 주요 전시 장소로 쓰인 리옹 현대미술관(Musée d’Art Contemporain de Lyon)과 더불어 새로운 전시 공간으로 레 그랑드 로코스(Les Grandes Locos)와 시테 앵테르나쇼날 드 라 가스트로노미(Cité Internationale de la Gastronomie)까지 가세해 지역과 공간에 얽힌 복잡다단한 관계성을 더욱 다채롭게 그려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중 레 그랑드 로코스는 1846년에 지은 후 약 170년 동안 리옹 기차역의 대형 증기기관차와 기차용 전기모터를 만들고 정비하던 곳이다. 2019년을 기점으로 쇠락한 이곳에는 한때 누군가 일하거나 머무른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이곳에서 참여 작가들은 여행과 이동, 수리와 돌봄, 집단의 힘, 그리고 저항을 주제로 이전 세대 사람들의 레거시를 이어받는다.
시테 앵테르나쇼날 드 라 가스트로노미도 같은 맥락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라 샤리테 병원이라고도 불린 이곳은 12세기 중반 설립된 뒤 18세기에 대규모 증축을 거쳤지만, 21세기부터는 더 이상 병원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이곳이 간직한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자 건축 복원 작업을 진행, 전 세계 음식 문화와 지역 특산물 등을 소개하는 다양한 전시 및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문화 공간으로 개조했다.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은 공간에 깃든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우리네 삶과 돌봄을 비롯한 종교적 역사에 발을 딛고 현재 공간의 목적에 맞춰 미식을 통해 맺는 문화적·정서적·환경적 관계를 살피며, 참여 작가와 지역사회 간 협업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적 실천’을 제시한다.

Alexia Fabre, Commissaire de la 17e Biennale de Lyon et ‘Isabelle Bertolotti’, Directrice Artistique de la 17e Biennale de Lyon.

한편, 리옹 현대미술 비엔날레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를 써 내려온 리옹 현대미술관은 론강과 테트도르 공원 사이에 위치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렌초 피아노와 샤를 메송의 건축물이 조화를 이룬 미술관에서 비엔날레의 가장 중요한 주제인 ‘인간관계’를 다룬다. 이 밖에도 IAC, 뷜뤼키앙 재단(Fondation Bullukian), 리옹 미술관(Musée des Beaux-Arts de Lyon), 파르킹 LPA 생 앙투안(Parking LPA Saint Antoine)에서 다채로운 볼거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큐레이터 알렉시아 파브르는 타인의 인정과 사회가 예술가에게 부여하는 역할에 의해 종종 한 작가의 존재 가치가 결정되는 문제를 지적한다. 나와 타자를 구분해 다루는 ‘타자성(otherness)’은 때론 위험하지만, 그만큼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주제임을 피력한 것이다. 이렇게 론강을 따라 모인 다양한 예술가와 지역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한 채 연을 맺는 수많은 관계의 역사를 되짚는다. 이슬기, 오토봉 응캉가(Otobong Nkanga), 미리암 미힌두(Myriam Mihindou), 파벨 뷔클러(Pavel Büchler), 아나스타샤 소수노바(Anastasia Sosunova) 등 78명(팀)의 참여 작가는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전부터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를 탐구해온 만큼, 각자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충실히 고유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 틀림없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리옹비엔날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