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POETIC FURNITURE

LIFESTYLE

불가능성, 이질감, 미지의 것에서 영감받아 우아하고 시적인 가구를 만드는 발렌틴 로엘만의 창조적 동력에 대하여.

아트 퍼니처 분야의 스타 디자이너 발렌틴 로엘만(Valentin Loellmann)의 작품은 한 점의 조소 작품처럼 정교하고 아름답다. 비정형적 비례감과 우아한 곡선, 황동 . 스틸. 레진. 마블 등 소재를 나무와 결합한 크고 작은 가구들이 시선을 붙든다. 블랙 포레스트로 유명한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예술 활동을 하던 부모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의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했고, 졸업 직후 자신의 아틀리에를 열어 독창적 가구와 오브제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는 마스트리흐트에 위치한 옛 산업용 가스 공장을 인수해 거대한 내부 공간에 작업실, 조각 정원, 식물원, 예술가의 레지던시 공간 등을 하나둘 조성하는 동시에 그만의 고유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독특한 예술적 접근 방식과 혁신적 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그의 작업은 국내 컬렉터에게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컬렉터블 디자인 갤러리 디에디트에서 10월 11일까지 열릴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발렌틴 로엘만을 만났다.

한국에서 7년 만에 개인전을 열게 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합니다. 전시는 관람객과 대면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작업 스케줄 등 여러 상황으로 자주 열 수 없어 늘 아쉬움이 있었어요. 올해 초 디에디트가 갤러리 스타일의 더 큰 쇼룸으로 공간을 이전하면서 이번 기회에 그간의 작업과 신작을 한국에 선보이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죠.
이번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신작을 소개한다면.최근 작업을 디에디트 공간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했어요. 단순한 쇼룸이나 갤러리에서의 전시와 다른, 제가 직접 참여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개별 작품을 나열하기보다 공간 안에서 서로 어우러지며 하나의 신(scene)을 연출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르고 배치했습니다. 이번 전시의 대표 신작 ‘키친’과 ‘벤치’는 모두 제 아틀리에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한 작품으로, 목재와 스틸을 결합해 완성했어요. 디에디트의 공간 특성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다각도로 고민해 맞춤 제작한 작품입니다.
7년 전과 현재, 당신의 작업과 작품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작품을 의도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지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대신 비슷한 작품을 반복해 만들면서 매번 작업할 때마다 새로운 레이어를 더하고 있어요. 첫눈에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성숙하고 깊은 감정이 담긴 것을 알 수 있죠. 저는 작업할 때 주변 환경에서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니, 제 작업도 조금씩 변했을 거예요. 제 손으로 직접 만든 동일한 디자인의 가구라 해도 7년 전과 지금은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똑같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주로 선보여왔어요. 당신에게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는 무엇이며, 이 둘을 작업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융합하고자 하나요? 예술과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제 작업에는 두 요소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디자인은 기능성을 중시하는 반면, 예술은 표현과 감정에 집중하죠. 작업을 시작할 때는 아틀리에에서 영감받아 직관적으로 작품을 만드는데, 이는 예술적 접근 방식에 가까워요. 작품 형태나 재료보다 그 안에 담긴 에너지를 중요시하는 점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이를 통해 그저 두고 바라보는 작품이 아닌, 일상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가구나 오브제를 제작하죠.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레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같아요.
작품을 대표하는 특징 중 자연스러운 곡선과 유기적 형태를 빼놓을 수 없어요.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기억이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자연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작업에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영감을 불어넣는 창작의 원천입니다. 자연 속에서는 제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며, 그 겸손함이 작업의 동력이 되곤 하죠.
다양한 재료를 결합하고 사용하는 데 거침이 없어 보입니다. 새로운 재료나 기법을 탐구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그리고 이러한 실험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요? 사실 재료 자체를 깊이 탐구하지는 않아요. 대신 직접 적용해보며 물성과 이미지가 작품에 어떻게 작용하고, 어떤 결과물로 도출되는지 관찰하죠. 저는 대개 특정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재료를 선택합니다. 기술적 측면이나 실용성을 생각하며 재료를 고르는 일은 거의 없어요. 예를 들어 안정성과 내구성을 고려해 가구의 재료로 합판 등 합성 자재를 택하는 경우가 있지만, 저는 처음부터 이것들을 거부해왔어요. 가공된 재료는 작품의 진정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앞으로 목표도 듣고 싶습니다. 작업이 삶 전체와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오랜 시간 꾸준히 이 둘의 밸런스를 잘 유지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아티스트로서 진정한 성공은 끊임없이 피어나는 예술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진정한 예술적 성취를 위해 삶의 의미를 고찰하고 영혼을 탐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삶을 향한 애정과 고민의 흔적이 쌓인, 깊이와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사진 조영훈(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