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STIAL TO EARTHBOUND
푸른 밤의 고요와 초록빛 생명력이 만들어내는 하이 주얼리, 오디세이.
2024년 하이 주얼리 무대는 사파이어와 에메랄드의 강렬한 존재감으로 더욱 깊고 다채롭게 채워졌다. 이 두 보석이 지닌 색채의 힘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메종의 예술적 비전과 시대적 흐름을 담아내는 이상적 매개체로 활약했다. 각기 다른 상징과 결을 지닌 사파이어와 에메랄드는 우주와 자연 두 세계를 오가며 하이 주얼리의 경계를 넓혔다. 깊이 있는 컬러와 세밀한 장인정신으로 빚은 이 보석들은 동시대 하이 주얼리 디자인의 서사를 더욱 매혹적으로 완성했다.
올해 사파이어는 우주와 바다의 비밀을 간직한 보석으로 활약했다. 티파니 블루 북 컬렉션 ‘셀레스테(Celeste)’는 사파이어의 고유한 푸른빛을 통해 은하와 성운을 표현하며, 한 조각 주얼리에 밤하늘의 신비를 담아냈다. 특히 ‘아울 온 어 락(Owl on a Rock)’ 브로치에서 사파이어는 달과 별의 조화로운 모습을 구현하며, 그 미묘한 색채로 우주의 깊이와 정수를 드러냈다. 부쉐론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역사적 주얼리에서 영감받아 고전적 아르데코 스타일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라이크 어 퀸(Like a Queen)’ 컬렉션을 선보였다. 여왕이 애착을 가졌던 아콰마린 더블 클립 브로치를 모티브로 깊고 진한 블루 컬러의 사파이어가 품격과 세련된 감각을 동시에 표현했다. 사파이어의 푸른빛이 여왕의 우아함과 의연함을 대변하듯, 이 컬렉션은 고전적 미학을 담은 동시에 현대적 혁신을 반영했다. 반클리프 아펠은 ‘트레저 아일랜드(Treasure Island)’ 컬렉션에서 사파이어를 통해 바다와 항해,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표현했다. 그중 ‘앙 오뜨 메르(En Haute Mer)’ 네크리스는 스리랑카산 사파이어를 통해 깊은 바다의 신비를 드러내며, 선명한 색감으로 항해 여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에메랄드는 올해 하이 주얼리에서 자연과 생명의 본질을 상징하며 자연의 신비를 구현하는 보석으로 주목받았다. 불가리의 하이 주얼리 세르펜티 테라 마타세르펜티 네크리스에서 깊고 풍부한 초록빛 에메랄드는 뱀의 유기적 형태와 만나며 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탄생하는 생명체의 이미지를 구현해냈다. 까르띠에의 ‘나뛰르 소바쥬(Nature Sauvage)’ 컬렉션에서도 에메랄드는 동물 모티브를 통해 자연 속 생명력을 표현하는 주요 요소로 사용되었다. 이 컬렉션의 ‘팬더 쟈이썽뜨(Panthere Jaillissante)’ 주얼리에서는 잠비아산 에메랄드가 팬더의 역동성을 극대화하며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강렬한 에너지를 담아냈다. 부첼라티는 ‘일 자디노 디 부첼라티(Il Giardino di Buccellati)’ 컬렉션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린 정원의 빛과 색채에서 영감받아 에메랄드로 자연의 고요와 풍요로움을 표현했다. 에메랄드의 초록빛이 상징하는 평온함과 생명력을 예술적으로 재현해 자연과 예술이 조화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에디터 이주이(jy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