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 루아얄에서 써 내려갈 세 번째 챕터
창립 40주년을 맞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내년 하반기 팔레 루아얄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이다

2025년 팔레 루아얄 광장에 들어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새 보금자리. 장 누벨이 기존 건축물의 레거시를 이어 받아 내부 디자인을 맡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헤리티지를 얹는다. © Luc Boegly.
1984년 까르띠에 인터내셔널 사장 알랭 도미니크 페랭(Alain Dominique Perrin)의 주도로 창립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그간 재단은 브랜드와 현대미술 간의 엄격히 분리된 관계를 확립하고, 그 연결을 통해 어떻게 예술로 사회를 아름답고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 살폈다. 재단은 1994년 베르사유 근처 주이앙조사에서 파리 중심지인 라스파이 대로로 이전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건축 거장 장 누벨과 손잡고 6층 건물을 재단의 거점으로 완벽하게 변신시켰다.
건축물 내부는 예술가들이 이를 활용하는 데 거침이 없도록 유연한 디자인을 내세웠고, 외부는 정원으로 통해 안과 밖, 작품 세계와 일상 공간이 조화롭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공간에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장르의 혼합’, ‘예술가 커미션’, ‘탐험 정신’이라는 세 가지 기조를 내세우며 기업의 예술가 후원에 대한 표본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현대미술부터 디자인, 사진, 패션, 공연예술까지 두루 섭렵하는 다채로운 면모를 드러내고, 작가에게 직접 작품을 의뢰해 창의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탁월한 심미안으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소개하고자 아낌없는 노력을 쏟았다.

40주년을 맞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 Martin Argyroglo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건물이 들어설 팔레 루아얄 광장 부지에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크리스 데르콘 관장, 장 누벨 건축가, 알랭 도미니크 페랭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회장이자 설립자. © Thibaut Voisin.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그간 흥미로운 전시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특히 커리어의 시작부터 예술가들과 관계를 맺고 동행하는데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피에리크 소랭(Pierrick Sorin), 뱅상 보랭(Vincent Beaurin) 등 우리가 잘 아는 작가들이 작업 초창기부터 재단과 함께하며 성장했다. 이렇듯 재능 있는 예술가에 대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후원은 2005년 선보였던 ‘장 레브(J’en Rêve)’ 전시를 통해 더욱 빛을 발했다. ‘나는 간절히 꿈꾼다’는 의미의 이 전시를 위해 카미유 앙로(Camille Henrot), 토마스 렐뤼(Thomas Lélu)와 클레망스 페리뇽(Clémence Périgon) 등 지금도 활발하게 작업하는 아티스트에게 작품 제작을 의뢰하며 예술가를 전폭 지원하는 도구로 활용해왔다.
이토록 긴 세월 한 목표를 향해 정진해온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지난 10월 18일 파리 팔레 루아얄에서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행사를 진행했다. 설립자 알랭 도미니크 페랭과 건축가 장 누벨이 그 자리에 참석해 지난 40년 역사에 대한 짧은 소회를 전했다. 또 내년 하반기 개관을 앞둔 재단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함께 거닐며, 앞으로 다가올 40년의 세월을 점쳐보기도 했다. 팔레 루아얄은 오스만 스타일 건축물로, 원래 나폴레옹 3세의 도시 재건축 프로젝트를 위해 지어 1855년 그랑 오텔 뒤 루브르(Grand Hôtel du Louvre)로 문을 열었다. 이후 1863년에 백화점이 되었다가 상업시설을 거쳐 이제 현대미술의 보금자리로 낙점된 것.

섬유 예술 분야의 역사적 인물이자 콜롬비아 예술계를 대표하는 작가인 올가 데 아마랄의 개인전이 지난 10월 12일부터 2025년 3월 16일까지 라스파이 대로에 위치한 현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열리고 있다. © Marc Domage.

섬유 예술 분야의 역사적 인물이자 콜롬비아 예술계를 대표하는 작가인 올가 데 아마랄의 개인전이 지난 10월 12일부터 2025년 3월 16일까지 라스파이 대로에 위치한 현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열리고 있다. © Marc Domage.
장 누벨은 그 장소의 역사적 맥락을 짚고 현재와의 조화를 강조했다. 또한 그곳의 벽과 천장이 모두 오픈된 모습을 상상하며, 외부 공간과 내부 전시장의 연결 고리를 드러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 물질(콘크리트 건축물)과 물질이 아닌 것(예술)이 만났을 때 어떠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며 예술이 품은 미스터리를 더욱 잘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역사의 산증인 알랭 도미니크 페랭은 재단 설립 이후 지금까지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활동을 전개해왔다고 역설했다. “첫 번째 원칙은 이미 잘 알려진 작가, 신진 작가를 포함한 모든 예술인과 그 활동의 핵심이 되는 것이고, 두 번째 원칙은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분야의 예술 창작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원칙은 메종 까르띠에와 엄격하게 분리해 현대미술재단의 자율성을 지켜내는 것이다.” 이처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예술에 대한 재단의 순수한 지원과 사랑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과거의 레거시를 딛고 선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앞으로 이곳에서 어떠한 역사를 만들어갈지, 그 새로운 챕터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섬유 예술 분야의 역사적 인물이자 콜롬비아 예술계를 대표하는 작가인 올가 데 아마랄의 개인전이 지난 10월 12일부터 2025년 3월 16일까지 라스파이 대로에 위치한 현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서 열리고 있다. © Marc Domage.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