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ERY RALPH WAY
확고한 비전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랄프 로렌의 끊임없는 여정.
THE CINEMATIC MOMENT
지난 12월 중국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에 도착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입국 심사를 끝내고 마주한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 곳곳에는 랄프 로렌의 첫 HBO 다큐멘터리 영화 <베리 랄프(Very Ralph)>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호텔까지 오는 동안에도 거리 곳곳에서 동일한 포스터를 볼 수 있었다. 포스터에는 “나는 옷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꿈을 디자인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세계적 패션 아이콘 랄프 로렌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미어 현장을 방문한 것이 실감 났다. 스크리닝 이벤트가 열린 당일에는 랄프 로렌 코리아 앰배서더인 정수정(크리스탈)과 배우 하정우를 비롯해 전 세계 수백 명의 게스트가 참석해 상하이 중심부에 위치한 콘서트홀 일대가 들썩였다. 에미상을 비롯한 주요 시상식 수상 경력이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수전 레이시가 연출하고 제작한 <베리 랄프>는 50년 넘는 시간 동안 아메리칸 스타일이라는 불변의 가치를 정의해온 랄프 로렌의 삶과 커리어가 진정성 있게 담겨 있었다. 뉴욕 브롱크스의 초기 시절부터 수십억 달러 가치의 세계적 브랜드를 설립하기까지, 패션디자인협회에서 주관하는 5개 부문의 상을 모두 석권한 최초의 디자이너이자 전 세계에 400여 개 매장을 거느린 기업을 대표하는 가장 미국적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지난 반세기에 걸쳐 이룬 업적을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3년의 제작 시간이 소요된 다큐멘터리에는 그의 가족과 친구, 오스카 수상자, 패션 에디터, 비평가와 더불어 캘빈 클라인과 도나 카란, 고인이 된 칼 라거펠트 등 동료 디자이너들의 심층 인터뷰도 다채롭게 담겨 있었다. 영상이 제작된 지 6년이 지났는데도 규칙과 관습을 답습하지 않고 인간 랄프 로렌과 그의 가족을 과감하게 담아낸 이 영화를 미국 및 유럽을 넘어 아시아의 더 많은 이와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의도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기념비적인 그의 시절을 회고하며 기록한 <베리 랄프>는 랄프 로렌의 중요한 역사 중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데이비드 로렌.
INTERVIEW
with David Lauren, Chief Branding and Innovation Officer
하우스의 기원인 뉴욕과 전 세계를 오가며 50년 넘는 랄프 로렌 역사를 탐험하는 하우스의 브랜딩 및 이노베이션 최고책임자 데이비드 로렌의 여정에 <노블레스>가 동행했다.
‘브랜딩 및 이노베이션 최고책임자’라는 타이틀이 익숙지 않은 독자에게 소개를 부탁한다. 아버지이자 랄프 로렌 코퍼레이션 수장인 랄프 로렌의 비전과 그가 추구하는 가치를 옷에 담아 전 세계 사람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는 다양하고 창의적 접근 방식이 수반된다. 중국 상하이에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첫 다큐멘터리 영화 <베리 랄프>의 프리미어가 개최되는 것은 이러한 접근 방식 중 하나일 것이다. 이어 저녁에는 상하이 와이탄에서 드라마틱한 드론 쇼가 펼쳐질 예정이며, 축구장 크기에 이르는 거대한 폴로 포니와 핸드백, 모델 등의 이미지를 밤하늘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랄프 로렌이 꿈꾸는 더 나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현세대에 전하는 우리만의 특별한 방식이다. 모든 것을 총괄하는 것이 나의 주된 업무다.
랄프 로렌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 <베리 랄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누고 싶다. 2019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스크리닝 행사를 6년이 지난 지금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2019년 미국과 유럽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공개한 뒤 아시아에서도 상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잠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랄프 로렌이라는 브랜드 자체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브랜드 속 깊은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전 세계 더 많은 고객에게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영감을 나누고 싶었다.
<베리 랄프>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궁금하다. 이번 다큐멘터리 영화를 총괄한 수전 레이시를 위대한 다큐멘터리 감독 중 한 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녀가 수많은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것보다도 더 눈에 띈 것은 타인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이었다. 그녀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오케스트라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 등 위대한 인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바 있다. 아버지는 자신의 삶을 매우 보호적으로 지켜왔고 그동안 누구에게도 다큐멘터리 제작을 허락하지 않았지만, 명확한 비전으로 설득을 거듭한 수전 레이시에게 마음을 열 수밖에 없었다. 다큐멘터리 속에는 랄프 로렌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옷을 디자인하고 사람들과 협력하는지, 그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가끔 아버지가 내게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그리고 싶다”라고 말씀하시던 게 기억난다. 이는 회사를 창립하기 전 젊은 랄프 로렌의 치기 어린 열망이었다.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아카이브를 빼곡하게 담은 다큐멘터리는 종전에 볼 수 없었기에 더없이 특별하다.

위쪽 뉴욕 매디슨 애비뉴 888에 위치한 랄프 로렌 플래그십 스토어.
아래쪽 상하이 와이탄 밤하늘에 펼쳐진 랄프 로렌의 드론 쇼.
상하이행 비행기에서 <베리 랄프>의 티저 영상을 미리 시청했다. 짧은 클립 영상에는 랄프 로렌뿐 아니라 그의 가족에 대한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 넥타이 사업으로 패션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모든 넥타이에 폴로 라벨을 손수 바느질했고, <베리 랄프>를 보면 아버지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넥타이를 판매한 일화를 확인할 수 있다. 그로부터 5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아버지는 훌륭한 회사의 리더이면서, 가족에게도 아버지로서 깊은 헌신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큰 행운이다. 아버지는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옷과 제품을 만들었고, 이 제품들이 고객과 연결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놀랍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2025년 창립 58주년을 맞는 랄프 로렌을 대변하는 단어는 ‘타임리스’다. 랄프 로렌에 패션이라는 가치는 좋은 취향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빛을 발하는 영속된 믿음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지속 가능한 옷을 찾고 있는 것처럼, 아버지는 처음 사업을 시작한 날부터 가족 구성원이 스스럼없이 함께 착용하고 훗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치를 떠올렸다. 그 당시 정립된 ‘타임리스 스타일’이라는 개념은 랄프 로렌이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브랜드의 핵심 DNA라 할 수 있다.
랄프 로렌은 요즘 어떤 분야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공동체의 진정한 가치를 찾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모색 중이다. 암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기 위해 핑크 포니 재단을 설립해 인식 향상과 기금 모금에 힘쓰고 있으며, 전 세계 암 연구소와 병원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런던에서 윌리엄 왕세자와 긴밀히 협력해 그의 어머니 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관여하던 유럽 최대 암 센터인 로열 마스덴(The Royal Marsden)을 지원하고 있다. 이탈리아,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미국 등 전 세계 리더들과 함께 핑크 포니 제품의 판매 수익을 모아 암 연구소와 센터를 설립 중이다.
다음 시즌 컬렉션에 대해 힌트를 준다면? 뉴욕 햄프턴에서 공개된 ‘2025 스프링 컬렉션’에 대한 큰 관심 덕분에 아직 팀원들과 많은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 다가올 봄에는 뉴욕에서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랄프 로렌 컬렉션을 선보일 것이라 약속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빠른 시일 내 좋은 기회를 통해 아시아에서도 패션쇼를 진행할 수 있길 바란다.
RALPH LAUREN’S Dream
2025년 창립 58주년을 맞이하는 랄프 로렌 브랜드에 대해 알려면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39년 브롱크스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랄프 로렌은 1968년 5만 달러를 대출받아 폴로를 시작했고,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 그를 수식하는 타이틀은 수십 개에 달하며, 지난 50여 년 동안 랄프 로렌이 이룬 업적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는 변함없는 비전과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으로 브랜드의 철학을 제시해왔다. 넥타이 하나로 시작한 사업은 현재 여성복과 남성복을 넘어 아동복, 홈 컬렉션, 향수, 카페, 레스토랑 분야로 확장하며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거대한 왕국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통합적이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디자인, 다시 말해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해주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라는 그의 말처럼 랄프 로렌을 단순히 패션 디자이너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1971년 미국 베벌리힐스에 단독 매장을 연 최초의 미국인 디자이너였으며, 1983년 가정용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을 출시한 첫 번째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가족과 집은 랄프 로렌이 소중히 여기는 가장 중요한 영역이며, 브랜드가 오랫동안 중요하게 생각해온 분야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베리 랄프>에서도 볼 수 있듯, 그는 주말이면 자신의 저택과 콜로라도에 위치한 목장에서 가족과 함께 온전히 시간을 보낸다. 랄프 로렌과 아내 리키는 젊은 시절 결혼했고, 이들의 자녀 앤드루, 데이비드, 딜런 3남매와 친밀하게 지낸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랄프 로렌에게 중요한 것은 패션이 아니다. 그는 항상 라이프스타일, 즉 옷을 입고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더 관심이 있으며, 그래서 오랜 기간 그가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오늘도 그는 우리에게 꿈을 꾸라고 말한다.
Ralph’s New york Campaign
캠페인 이미지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할수록 의미를 전달하는 브랜드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2024년 가을, 랄프 로렌은 흑백사진의 막강한 존재감을 빌려 랄프 로렌의 고향 뉴욕을 오마주하는 ‘랄프스 뉴욕’ 캠페인을 공개했다. 이번 캠페인은 화려한 뉴욕 거리에서 느끼는 역동적 에너지, 매력적인 스카이라인, 전통과 최첨단 스타일의 자연스러운 조화 등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정통성과 클래식한 세련미,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타임리스 스타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이야기한다. RL 67 헤링본 재킷, 캐시미어 니트 스웨터, MLB의 파트너십으로 뉴욕 양키스 로고 장식을 더한 레더 보머 재킷 룩 등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랑받아온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스타일에 독자적 개성을 더해 동시대적 감성을 불어넣었다. 랄프 로렌은 “저는 늘 뉴욕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아름다운 모순, 시대를 초월한 멋, 열망이 공존하는 도시죠. 뉴욕에는 고유의 문화와 스타일이 있습니다. 저에겐 패션 디자이너로 첫 출발을 하고 꿈을 이루게 된 도시이기도 합니다. 이런 도시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습니다”라고 전했다. 포토그래퍼 라클런 베일리와 비디오그래퍼 제이컵 서턴이 캠페인 비주얼 작업에 참여했으며, 이들은 뉴욕 가을의 정수가 담긴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시각적 풍성함을 더하는 동시에 부드러움과 강함, 전통과 모던함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캠페인 테마 ‘타임리스 스타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2025 Spring ColLection
2024년 9월, 랄프 로렌은 새로운 2025 스프링 컬렉션을 공개하기 위해 평소 자신의 고향이자 안식처,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라 언급한 도시 햄프턴으로 게스트를 초대했다. 쇼가 시작되기 전부터 배우 주드 로, 나오미 와츠, 가수 어셔 등 초특급 게스트가 햄프턴에 위치한 워터밀 농장에 마련된 베뉴에 모였다. “햄프턴에는 단순한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 바다, 초록 들판, 하얀 울타리, 소박한 멋과 기품 있는 자연의 세계이며, 예술가들은 오래전부터 햄프턴의 빛에 이끌렸습니다. 저에게는 고향이자 안식처,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입니다”라고 랄프 로렌은 전했다. 랄프 로렌 컬렉션, 랄프 로렌 퍼플 라벨, 폴로 랄프 로렌까지 남성·여성·아동 컬렉션을 총망라한 이번 2025 스프링 ‘월드 오브 랄프 로렌’ 패션쇼는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분방했다. 햄프턴에 어울리는 여유로운 분위기의 리조트 룩, 아메리칸 스타일의 테일러드 슈트, 웨스턴 지역을 대표하는 스웨이드 소재와 프린지 디테일이 어우러진 룩 등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웨어러블한 스타일이 대거 등장했다. 또한 랄프 로렌 컬렉션의 새로운 핸드백 라인 ‘더 랄프’도 공개되어 관객의 이목을 끌었다. 자동차에서 영감받은 구조적 형태가 강조된 디자인으로 부드러운 레더 소재와 우아한 하드웨어가 돋보였다. 120명에 달하는 다국적 모델이 런웨이에 오른 이번 쇼는 지난 2018년에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 쇼를 떠올리게 했으며, 올해로 85세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쌓아온 아카이브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기회였다. 파리 올림픽의 미국 대표팀 단복을 입은 랄프 로렌이 피날레에 오를 때 게스트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고, 모두가 한데 모여 즐기는 흥겨운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이는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방식으로 랄프 로렌의 세계에 초대해 하우스의 저력을 강력하게 증명한 순간이었다.
에디터 한지혜(hjh@noblesse.com)
사진 랄프 로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