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트 페어에 가는 이유
힘든 상황에서도 선전한 아시아 아트 페어에 대해 케이아티스트 변지애 대표와 나눈 이야기.

위 프리즈 서울 2024에서 ‘2024 포커스 아시아 스탠드상’을 수상한 갤러리 파셀의 전시 전경.
아래 타이베이 당다이 2024 설치 전경. Courtesy of Taipei Dangdai Art Fair.
올해는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함께 미술 시장의 열기도 한풀 꺾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2024년 힘든 상황에서도 선전한 아시아 아트 페어에 관해 케이아티스츠 변지애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트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VIP 컬렉터와 함께 많은 페어를 경험할 텐데 올해는 어떤 곳을 다녀오셨나요? 상반기에 특히 많이 다녔어요. 먼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트 SG’와 대만에서 개최한 ‘타이베이 당다이 아트 페어’, 그리고 일본의 ‘도쿄 겐다이 아트 페어’에도 갔죠. 국내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석했고요.
다녀온 아트 페어에서 인상적인 점을 꼽아주신다면요? 어떤 관점에서 보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매출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는 없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아트 SG가 정말 흥미로웠어요. 싱가포르는 자본이 충분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페어가 전반적으로 호화롭게 느껴졌어요. 스케일과 행사의 퀄리티 모두 기대 이상이었죠. 애프터 파티도 수준급이었고요. 홍콩에서 최근 많은 사람이 싱가포르로 이주했어요. 아트 바젤 홍콩을 경험하고 즐긴 이들이 대거 유입되다 보니 사람들이 정말 이 페어를 하나의 축제처럼 ‘웰커밍’하는 게 보였어요. 참가 갤러리의 출품작은 서로 미감이 다르니까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취향의 영역이니까요. 여러모로 포텐셜이 가득한 페어란 점이 돋보였어요. 그리고 대만에서 열린 타이베이 당다이 아트 페어는 전략이 돋보인 것 같아요. 자본은 아트 SG만큼 출중하지 않지만, 성실하게 준비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큰손 컬렉터도 많이 온 걸 보니 커넥션을 잘 만든 것 같았죠. 세일즈를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페어가 끝나고도 애프터 세일즈를 이어가는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했어요.
한국에서도 많은 아트 페어가 열리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굳이 이렇게 많은 페어가 필요한지 묻기도 하죠. 이제 한국에서도 웬만큼 좋은 작품은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해외 메가 갤러리가 서울로 대거 진출하며 커넥션이 촘촘해졌죠. 그렇다면 페어에 왜 가야 할까요? 해외 페어장에서 작품을 사지 않더라도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은 중요해요. 마치 브랜드 VIP 모임에 참석하는 것처럼 아트 페어에서 컬렉터들은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하고, 모르던 작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그렇다 보니 지역마다 페어를 개최하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야 원석 같은 존재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프리즈 서울 2024에 참가한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야요이 쿠사마 외 수많은 거장의 작품을 선보였다.

Yoshitomo Nara, Puff Marshie, Urethane on FRP, 2006, Presented at Toyko Gendai Art Fair. Courtesy of BLUM.
아트 페어의 규모에 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자본과 예술의 중심이 서울이기 때문에 지방에서 열리는 페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주목도 덜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갤러리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듯해요.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갤러리에서 전시를 보고 작품을 컬렉팅하는 게 아직은 소수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죠. 그렇다 보니 페어에서 한번에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거예요. 프리즈 서울이나 키아프처럼 메가 아트 페어의 존재도 필수지만, 미술 시장이 더 활기를 띠려면 상대적으로 작은 아트 페어도 꼭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모두 100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작품을 살 수는 없을 테니까요. 100만 원대 작품을 판매하는 작은 페어가 있어야 이제 막 컬렉팅을 시작한 이들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어요. 또 지방 아트 페어는 지역 작가를 조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천, 대구, 부산에 가보면 지방에 기반을 둔 갤러리에서 그 지역 작가를 데리고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그럴 때가 아니면 우린 그런 작가가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잖아요. 다양한 형태의 페어가 여러 지역에서 열려야 한다고 봐요.
요즘 아트 페어는 물론 예술도 브랜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어요. 브랜드 친화적으로 변모해가고 있죠.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술을 향유하는 이들의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어요. 프리즈나 아트 바젤을 보면 브랜드가 스폰서로 붙고, 또 부스를 만들고 애프터 파티까지 열어요. 2년 전 프리즈 서울이 처음 들어왔을 때 브랜드에서 VIP 초청장을 많이 보냈어요. 처음에 아트 페어가 뭔지 모르거나 예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주변에서 하나둘 가기 시작하니까 ‘꼭 가야 하는 곳인가 보다!’ 하고 페어장과 행사에 참석하기 시작했어요. 하이엔드 브랜드는 예술과 접점을 만들면서 좀 더 높은 레벨로 도약하길 바라고, 예술은 또 그런 브랜드와 함께 좀 더 많은 사람이 입문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 둘은 공생해야 한다고 믿어요. 이런 관계가 미술 시장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와 세계 미술 시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나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는 작품이 높은 가격에 거래됐어요. 수십억 원대의 작품을 사고팔기도 했으니까요. 그때는 그게 ‘노멀’인 줄 알았는데, 최근에는 오가는 자본의 규모가 축소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작품이 안 팔리지?’, ‘이제 미술 시장은 끝난 걸까?’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새롭게 형성된 시장 규모와 상황에 맞는 대안을 찾아야 하는 시기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아트에 관심을 두게 하려면, 또 그것이 컬렉팅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컬렉터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도 지속해서 예술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아는 만큼 보이고, 또 본 만큼 안다고 하잖아요. 좀 더 좋은 퀄리티의 작품, 더 전도유망한 작가들에 대한 분리된 교육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현장에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도 매년 VIP와 함께 해외 곳곳으로 투어를 가는 거고요. 지금 있는 페어와 행사가 모두 자기 자리를 지키며 역할을 해준다면, 분명 더 많은 이들이 작품 컬렉팅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아트 바젤, 프리즈, 타이베이 당다이, 도쿄 겐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