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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메가 갤러리의 다음 세대가 만들어갈 미래

Scott Kahn, Sunset behind the Privet Hedge,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David Zwirner. © Scott Kahn.

오늘날 갤러리는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작가의 작품을 거래하는 통로를 넘어 사회적·문화적·디지털적으로 다양한 롤을 수행하는 복합 공간으로 변모한 것. 갤러리의 근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유럽의 왕실과 귀족이 그들만의 미술 작품을 수집, 이를 전시하던 것에서 비롯했다.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이 만든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현대 갤러리의 모태는 17~18세기에 프랑스에서 시작해 유럽 전역으로 퍼진 살롱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살롱 드 파리(Salon de Paris)는 갤러리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공공 전시를 개최하며 갤러리 역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본격적인 현대적 형태의 전시 공간은 19세기에 이르러 생기기 시작했다.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화이트 큐브를 만들고, 예술가와 컬렉터를 연결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갤러리는 예술 시장의 변화와 사회적 흐름을 적극적으로 읽고 반영하며 단순한 미술 판매 공간이 아니라 문화 예술적 교류가 이뤄지는 장으로 변신했다.
20세기에 설립되어 글로벌 메가 갤러리로 성장한, 현재 가장 오래된 갤러리로는 페이스갤러리가 있다. 1960년 미국 보스턴에서 당시 스물두 살이던 아니 글림처(Arne Glimcher)가 세운 페이스갤러리는 로버트 인디애나, 클라스 올든버그, 앤디 워홀 등 당대 최고 작가와 협력하며 기반을 다져나갔다. 페이스갤러리는 여느 메가 갤러리와는 달리 창립자 아니 글림처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았는데, 모든 예술가를 위해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그의 바람을 담은 것이다. 2019년 실질적 경영권을 아들이자 현 CEO인 마크 글림처(Marc Glimcher)에게 물려준 후 페이스갤러리는 물리적 갤러리 공간뿐 아니라 웹 3.0 기반의 NFT 플랫폼 ‘페이스 버소(Pace Verso)’를 여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그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마크 글림처는 비록 미술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아버지의 영향으로 현장에서 좋은 작가를 알아보는 눈을 길렀다. 특히 연구가 아닌 경험을 통해 예술을 어떻게 향유해야 하는지 아는 인물로, 그러한 배경을 갤러리 경영에 반영해 더욱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의 경영 철학을 반영한 듯 페이스갤러리는 2019년 뉴욕에 8층 규모의 사옥을 마련했다. 단순히 ‘화이트 큐브’로 인식하는 갤러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이곳에는 전시실과 프라이빗 쇼룸, 서점, 도서관, 아카이브 공간은 물론 페이스 프리미티브 갤러리와 페이스 마스터 프린츠 갤러리가 함께 자리한다. 전문 예술 분야와 문화 공간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갤러리로, 앞으로 페이스갤러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정확하게 짚는다.

Installation View of 〈David Salle: New Pastorals〉 at Gladstone Gallery, New York, 2024. Photo by David Regen.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 David Salle/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Carrie Mae Weems, Painting the Town #3, Archival Pigment Print, 149.9×223.5×5.1cm(Framed), 2021. Photo by David Regen. Courtesy of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New York, Fraenkel Gallery, San Francisco, and Galerie Barbara Thumm, Berlin. © Carrie Mae Weems.

리슨갤러리도 2020년 앨릭스 로그스데일(Alex Logsdail)을 CEO로 임명하며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리슨갤러리는 예술과 예술 작품이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존재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도 소통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2009년부터 갤러리에 합류한 로그스데일은 주도적으로 런던 외에 뉴욕, 로스앤젤레스, 상하이, 베이징 등에 지점을 설립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예술을 국가와 지역, 인종에 따라 구분하지 않으려는 그의 노력은 디지털 플랫폼의 강화로 이어졌다. 그가 CEO로 임명된 직후 코로나19 확산으로 미술계에서 온라인 뷰잉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는데, 리슨갤러리는 발 빠르게 이를 도입해 가상현실을 이용한 전시, 온라인 전시 등을 선보이며 관람객이나 컬렉터와의 소통을 멈추지 않았다. 더불어 로그스데일은 젊은 작가에게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간 영국을 베이스로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가를 소개해왔는데, 영국과 미국을 넘어 상하이와 베이징에도 지점을 내며 본격적으로 전도유망한 작가를 찾기 시작했다.
한편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는 독특한 방식으로 혁신을 꾀했다. 창립자의 아들 루커스 즈워너(Lucas Zwirner)가 갤러리에 합류하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것. 1993년 뉴욕에서 출범한 데이비드 즈워너는 전통적 갤러리 운영 방식을 통해 작가와 교류하며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나갔다. 즉 작품 전시와 판매에 중점을 두며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또 소개하는 데 힘쓴 것. 그런데 2014년 루커스 즈워너가 데이비드 즈워너 북스(David Zwirner Books)의 편집 디렉터로 합류하며 점차 다양한 아트 북과 문학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문학을 전공한 루커스 즈워너가 ‘예술과 문학의 융합’을 추구하며 이뤄낸 성과다. 덕분에 절판된 아트 북이나 영어로 번역되지 않은 작품까지 조명하며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있다. 2020년부터는 디지털 콘텐츠 개발을 주도하며 온라인 전시와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에도 힘썼는데, 2021년 2월 돌연 갤러리를 떠나며 갤러리는 다시 데이비드 즈워너의 주도하에 운영되고 있다. 비록 아직 갤러리를 차세대 경영자에게 물려주지는 않았으나, 여러 혁신적 움직임을 보여주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렇듯 20세기 본격적인 현대적 갤러리 시대가 도래한 후 세계 각지에 지점을 내며 네트워크를 구축한 글로벌 메가 갤러리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대중과 미술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다. 아직 창립자가 굳건히 버티고 있는 갤러리가 많지만, 가족 기업이 대부분인 갤러리 경영에 일찌감치 후계자가 참여하며 젊은 생각을 심고 있는 것. 현재와 발맞춰 걸어가는 갤러리, 두 수 앞을 내다보는 갤러리, 먼 미래를 지향점으로 삼은 갤러리 등 비전은 제각각이지만, 이들 모두 ‘예술로 더 나은 미래’를 그린다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Ruth Asawa, Untitled (S.210, Hanging Single-Section, Reversible Open-Window Form), Artwork, 1959. Courtesy of David Zwirner. © 2024 Ruth Asawa Lanier, Inc./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글래드스톤갤러리, 페이스갤러리, 리슨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