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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과 끊임없는 재창조

LIFESTYLE

2025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뱀은 종종 두려운 존재로 여겨지지만 실은 풍요와 지혜, 무한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상황에 따라 허물을 벗거나 동면을 하는 등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기도 한다. 마치 뱀의 신비로운 몸짓이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듯 신선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소개한다.

호주국립미술관에 설치된 린디 리의 작품 ‘Ouroboros(2021-24)’ 전경. ©Lindy Lee, photo by Martin Ollman

호주국립미술관에 설치된 린디 리의 작품 ‘Ouroboros(2021-24)’ 전경. ©Lindy Lee, photo by Martin Ollman

 Lindy Lee 린디 리
중국계 호주 작가 린디 리는 작품을 통해 도교와 선불교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중국계 혈통과 정체성을 탐구하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지난해 호주국립미술관 개관 40주년을 맞아 높이 4m, 무게 13톤에 달하는 거대한 설치 작품 ‘Ouroboros’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고대 뱀 이미지인 우로보로스를 형상화한 것으로, 여러 문화와 세기에 걸쳐 탄생, 죽음, 영원한 회귀 등 순환의 의미를 상징한다. 관람객은 작품 입구를 지나 곡선으로 이어진 내부 공간을 따라 걸으며 어둠 속에서 수천 개 구멍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줄기를 마주하게 된다. 빛은 부드럽게 퍼져나가며 관람객을 신비로운 세계로 이끈다. 작품 주변에는 물이 잔잔하게 깔려 있어 조각 전면을 반사하며 공간을 더욱 환상적으로 물들인다. 밤이 되면 낮 동안 흡수된 모든 에너지를 발산하듯 천공을 통해 다시 세상 밖으로 빛을 내뿜어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한다. 이러한 경험은 생명의 순환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Anselm Kiefer, Snake in Paradise, Oil, Emulsion, Acrylic, Shellac, Lead, Metal, Plaster and Gold Leaf on Canvas on Wood, 190×280×42cm, 1991-2017. Courtesy of Thaddeus Ropac gallery, Photo by Georges Poncet, ©Anselm Kiefer

 Anselm Kiefer 안젤름 키퍼
안젤름 키퍼가 사용하는 다양한 재료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하나의 유기적 형태를 이루며 작품 안에서 화석이나 유물을 발굴하듯 여러 층의 의미로 읽을 수 있다. 그는 파괴와 재생의 순환 과정을 탐구하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뱀은 순환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니체의 주요 철학인 영원 회귀와 고대 그리스의 우로보로스에서 영감받아 작품 속 뱀은 시간과 존재의 반복적 순환을 암시한다. 또 고대 신화와 기독교 전통에서 지혜와 위험을 상징하는 뱀을 통해 역사와 기억이 어떻게 파괴되고 새로운 의미로 다시 태어나는지 탐구한다. 작가는 고온의 액체 상태인 납을 그림에 붓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적용하는데, 이때 뜨거운 납이 그림을 덮고 굳어지면서 원래 그림을 가리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거와 현재, 죽음과 부활, 파괴와 재생이 순환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이는 재생의 가능성을 믿고 작품을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작업 방식과도 맞물린다.

 

에디터 조인정(ijcho@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