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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사랑한 패션

FASHION

패션과 춤이 쌓아온 견고한 연결 고리.

반클리프 아펠 댄스 리플렉션(Dance Reflection by Van Cleef & Arpels) 대표 이미지.

일련의 몸동작으로 이루어진 가장 원초적 예술이자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 춤. 최근 전 세계를 무대로 한 한국인 무용수의 비약과 댄스 경연 프로그램 여파로 다양한 장르의 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패션은 춤과 영감을 주고받는 관계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결 고리를 지녔다. 지난해 11월 파리 라 센 뮤지컬에서 열린 안무가 벤자민 마일피드의 발레 <그레이스> 후원을 비롯해 파리 국립 오페라의 주요 후원사이기도 한 샤넬은 2018년부터 오페라 가르니에 댄스 시즌 오프닝 갈라를 후원하며 무용과 창작 작품을 지원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이와 함께 파리 국립 오페라와 협업한 발레 <워드 포 워드(Word for Word)> 무대의상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가브리엘 샤넬이 좋아했던 플로킹 원단을 닮은 엠보싱 실크 자카드를 개발해 까멜리아, 더블 C 로고, 체인 모티브를 더해 하우스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의상을 완성했다. 샤넬이 처음 무대의상을 제작한 시기는 19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가브리엘 샤넬은 ‘발레 뤼스(Ballets Russes)’ 소속 무용수 바츨라프 니진스키의 안무와 스트라빈스키 작곡으로 완성한 <봄의 제전>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놀라 심미적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또 발레 뤼스 창립자 디아길레프가 공연을 재연하기 위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때 흔쾌히 그를 도왔으며, 이를 시작으로 <르 트랭 블뢰(Le Train Bleu)>와 <아폴론 뮤자게트(Apollon Musagete)>에서부터 살바도르 달리와 함께 구상한 <바카날(Bacchanale)>까지 수많은 작품을 위한 의상을 제작했다.

설립자 에스텔 아펠의 조카 피에르 아펠과 안무가 조지 발란신. © Van Cleef & Arpels

샤넬이 후원하는 안무가 벤자민 마일피드의 발레 <그레이스>. © Benjamin Millepie

안무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는 매년 유럽과 미국·중동·아시아 등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 ‘댄스 리플렉션(Dance Reflection)’ 시리즈를 선보이는 반클리프 아펠도 빼놓을 수 없다. 100년이 넘는 메종의 역사와 발자취를 돌이켜보면 춤에 대한 반클리프 아펠의 애정 어린 진심을 느낄 수 있다. 설립자 반클리프 아펠 부부의 동업자이자 발레 애호가였던 루이 아펠에 의해 1940년 최초의 발레리나 클립이 탄생했고, 이는 곧 메종을 대표하는 시그너처 피스가 되었다. 루이 아펠의 조카 클로드 아펠과 뉴욕 발레단 안무가 조지 발란신의 만남은 1967년 뉴욕에서 초연한 발란신의 발레 작품 <주얼스(Jewels)>의 탄생으로 더욱 발전했다. 발란신은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에서 영감받아 에메랄드·루비·다이아몬드를 각기 다른 음악과 의상, 안무 스타일로 창작한 작품을 공개했다. 반클리프 아펠 역시 춤에서 영감받은 수많은 주얼리 피스를 남겼다. 이후 현재까지 공연을 후원하거나 젊은 예술가와 협업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춤과 메종의 관계를 쌓아나가고 있다.

1944년에 탄생한 반클리프 아펠의 댄서 클립.

샤넬의 오페라 가르니에 2024/25 댄스 시즌 오프닝 갈라 전경. © Philippe Servant

무용수 루돌프 누레예프에게서 착안한 아이템으로 구성한 디올 맨 2024 f/w 런웨이 룩. © Launchmetrics/Spotlight

무용수 루돌프 누레예프에게서 착안한 아이템으로 구성한 디올 맨 2024 f/w 런웨이 룩. © Launchmetrics/Spotlight

발레 <그레이스> 공연 장면. © Chanel

오늘날에도 춤과 무용수는 디자이너에게 그 자체로 순수한 영감의 원천이 된다. 디올 맨 2024 F/W 컬렉션은 러시아 무용수 루돌프 누레예프에게서 영감받아 탄생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는 발레계의 전설적 인물로 군림했던 그를 떠올리며 ‘두 가지 삶’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무대 위 삶과 무대 뒤 현실 속 삶 사이의 간극을 레디투웨어와 오트 쿠튀르의 대비에 비유한 것. 1965년 런던에서 누레예프와 발레리나 마고트 폰테인이 함께 공연한 것으로 유명한 프로코피예프의 발레극 <로미오와 줄리엣> 음악을 바탕으로 실크 저지 터번, 무용 슬리퍼 같은 누레예프의 스타일에서 착안한 아이템과 디올 아카이브 스타일을 결합한 독창적 룩을 선보였다. 오랜 과거부터 서로를 지지하고 끊임없이 영감의 원천이 되는 패션과 춤. 교감하며 보완해주는 이 예술적인 파트너십의 관계는 앞으로도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파리 국립 오페라와 협업해 제작한 <워드 포 워드> 무대의상.

 

에디터 김유정(yjkim@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