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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사람이라는 씨앗

ARTNOW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벌써 47년 동안 장학 사업부터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일까지 두루 힘써 온 두산연강재단을 이끄는 박용현 이사장. 그에게 재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듣는다.

위쪽2023년 11월 15일부터 12월 16일까지 두산갤러리에서 개최한 소장품전 〈마니에라〉 전경. 개관 이후 두산갤러리와 연을 맺은 수많은 작가 중 19명의 작품을 선정해 선보였다.
아래쪽 두산아트센터 공간 전경.

두산연강재단이 설립된 지 벌써 47년이 됐습니다. 그 긴 시간 기업이 재단을 이끌어온 힘은 무엇일까요? 두산연강재단은 두산그룹의 초대 회장인 고(故) 연강(蓮崗) 박두병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1978년 10월에 발족했습니다. 박두병 회장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여겨 학술 재단 설립을 계획했습니다. 지금까지 47년째 재단에서 이어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박두병 회장이 처음 품은 ‘사회 공헌 정신’입니다.
두산연강재단은 장학 사업과 문화 사업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각 사업을 운영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시나요? 두 사업 모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과 ‘인재 양성’입니다. 장학 사업도 이를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미래의 인재를 지원하는 일이고, 문화 사업 역시 같습니다. 특히 문화 사업은 1993년 5월 ‘연강홀’을 개관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연강홀은 뮤지컬과 연극뿐 아니라 콘서트,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복합 문화 공연장이었죠. 이후 두산기업 창립 111주년을 기념하는 2007년 10월에는 지금의 ‘두산아트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연강홀, Space111, 두산갤러리 3개의 공간을 중심으로 문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우리의 목표는 “젊은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아트 인큐베이터가 되자”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순수예술 분야에서 젊은 예술가의 성장을 돕는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 여겼고, 그러한 생각에 따라 지금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진흥을 위해 젊은 예술가를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지원 프로그램에서 재단은 어떤 예술가의 자질이나 가능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나요? 우선 두산연강재단은 공연 및 시각예술 분야의 예술가를 지원하고 있어요. 이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궁극적 목표는 거듭 강조하지만 ‘예술을 통한 사회 공헌’입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로서 감성을 가져야 하고, 이를 새롭고 독창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예술적 표현 능력이 있어야 하고,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열린 태도를 갖춰야 하죠. 다시 말해 젊은 예술가의 예술성과 관점, 태도, 잠재력을 보고 지원합니다. 2010년에 제정한 두산연강예술상은 매년 공연 및 시각예술 분야의 수상자를 선정하고 이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금까지 44명의 젊은 예술가가 수상했고, 이후에도 예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강보름 연출가와 정여름 작가가 수상했습니다. 올해는 또 어떤 예술가가 선정될지 벌써 기대됩니다.
예술가에게 금전적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네트워크와 역량 강화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산연강재단의 예술 지원 프로그램은 모두 40세 이하 예술가에게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즉 젊은 예술가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죠. 작가와 작품 활동의 성장에 맞춰 지원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먼저 신진 예술가를 소개하는 ‘두산아트랩’이 있습니다. 그리고 ‘DAC Artist’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확립하고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예술가를 선정해 지원합니다. 두산연강예술상은 예술가로서 활동을 인정받은 이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응원의 발판이 되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처럼 우리 재단은 단순히 금전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예술가의 성장에 관심을 갖고 살피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박용현.

현재 재단에서 운영 중인 해외 레지던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함께할 예술가를 선발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예술가에게 낯선 문화와 환경을 경험하는 것은 작품 세계를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자극이자 영감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2009년에 처음 ‘두산레지던시 뉴욕’을 시작했을 때 해외에 일정 기간 체류하며 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흔치 않았기에 여기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개인 단위의 해외 경험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죠. 해외에서 한국 작가나 큐레이터의 활동도 활발해졌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2021년 사업을 재정비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산 해외 레지던시’는 기존에 두산연강재단이 지원하던 해외 경험은 물론, 여기에 활발한 네트워크의 기회를 더하려 합니다. 따라서 선발 과정부터 우리의 새로운 목표와 지원이 참가하는 작가나 큐레이터에게 이 시점에 얼마나 유의미하게 작용할지 중점적으로 고려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국가 간 경계와 문화적 간극이 점점 흐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예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재단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지금은 국가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는 누구나 예술적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히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는 말처럼 우리 재단은 동시대 한가운데에 있는 공연 및 시각예술 분야의 젊은 예술가를 꾸준히 지원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말이죠. 젊은 예술가가 자생적으로 안정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어야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기반으로 활약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장학 사업이나 지역사회 문화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성과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재단이 사용하는 주요 평가 기준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거듭 얘기하지만, 두산아트센터는 예술을 통한 사회 공헌을 목표로 합니다. 매년 공연, 전시뿐만 아니라 교육 분야를 통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화 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대상에는 예술가를 비롯해 예술을 향유하고 함께 즐기는 모든 이가 포함됩니다. 두산아트센터를 찾는 수많은 관객이 가장 뚜렷한 성과 아닐까요?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문을 닫은 때를 제외하고 두산아트센터 관객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재단의 장학 및 학술 사업, 두산아트센터의 문화 사업 등 다양한 사업으로 누군가의 경험이 사회 곳곳에 퍼져나가 의미 있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와 예술계의 변화하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두산연강재단이 세운 전략이나 새로운 시도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재와 예술가 양성을 주요한 전략으로 꼽고 싶네요.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역시 전략이라면 전략이겠죠. 현재 지원 사업 전반에서 예술 생태계 조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레퍼토리 개발과 대표 작가 육성이 어느 때보다 주요한 시기로 보여요. 공연 예술의 경우 우수한 작가의 신작을 지역의 공공 극장과 함께 유통하고, 장기 레퍼토리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가나 신작 발굴과 관련한 국제적 교류 협력도 추진 중이고요.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국제 교류를 통해 우리나라 인재를 세계 무대에 소개하고, 작가와 큐레이터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동은 어떻게 권리가 되었는가?’를 주제로 진행한 ‘두산인문극장 2024: 권리’ 강연 전경.

두산아트센터에서 개최한 ‘두산아트스쿨: 창작 워크숍 11기’ 발표회.

2023년 10월 17일부터 11월 4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연극 〈러브 앤 인포메이션〉의 한 장면. ‘DAC Artist’로 선정된 진해정이 연출한 작품이다.

제14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 유신애의 두산갤러리 개인전 〈파생적 메시아〉 전경.

한국 사회와 예술계가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 재단과 같은 기관이 가장 집중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또 안정적으로 꾸준히 지원해야 합니다. 미래를 위한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싹을 틔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양분을 주고 돌보는 것이 우리 재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순수예술과 학술 분야에 대한 지원이 더욱더 필요합니다. 한국메세나협회에서 회장직을 수행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 기업의 순수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은 미국이나 일본 등의 기업에 비해 아주 미흡한 상황이에요. 우리나라 대중문화가 세계적 영향력을 갖게 된 지금, 기본이자 근간이 되는 순수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이 더욱 절실합니다.
글로벌 수준의 사회 공헌과 예술 지원을 위해 앞으로 재단이 보완하거나 강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나가는 것이 우리 재단의 과제 중 하나입니다. 해외 전시와 레지던시 운영을 통해 시각예술의 확장을 꾀하고, 공연 예술의 국제적 교류, 장학 사업에서 해외 학교나 관련 기관과의 교류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문화 예술 공간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적이고 수평적인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현재 우리나라 예술가의 능력과 자질, 관점, 태도는 세계 예술계의 가장 앞선 흐름과 동시대적 호응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앞서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동시대 최전선 예술을 함께 준비하며 인적 교류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사장님이 꿈꾸는 두산연강재단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준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그 동력이 바로 사람이고, 인재입니다. 두산은 오래된 기업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죠. 1886년 시작한 두산의 역사는 139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또다시 100년을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남에게 베풀어라”라던 선친의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살아갑니다. 그 가르침을 두산연강재단을 통해 실천하고, 그 실천을 멈추지 않고 지속해나가는 것이야말로 최우선 과제이자,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두산연강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