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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관하는 탁월한 방법

ARTNOW

아끼는 작품을 오랫동안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작품 보존’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콘트롤시비에서는 매년 다양한 작품의 보존 ·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예술 작품만큼 다루기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큰마음 먹고 천문학적 값을 주고 샀는데, 막상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것만큼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 없을 테다. 그래서 작품을 구매할 때, 공간에 설치할 때, 혹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고 또 정비할 때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작품 보존’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품 보존·복원 업체 ‘콘트롤시비’의 박유진 실장과 아라리오미술관의 보존 · 복원팀 한지혜 콘서베이터가 함께한 이 칼럼을 읽고 나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작품 보존이란? 
가장 먼저 ‘작품 보존과 복원’이 무엇을 뜻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단순히 ‘작품의 컨디션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일’이라고 답할 수 있다. 하지만 박유진 실장은 이에 대해 간결하게 정리한다. “우리가 작품을 구입한 시점부터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행위”라고. 우리나라 컬렉터는 작품을 ‘재테크’의 일환으로 소장하는 경우가 많다. 박 실장에 따르면 그들이 가장 원하는 건 “시간이 흘러도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한 다음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것”이다. 해외의 컬렉터는 대부분 정말 좋아해서 그 작품을 구매하고, 또 방대한 양의 작품을 컬렉팅한 후 이를 미술관에 기증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특별한 사례다. 하지만 개인이 작품을 만나 사고팔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보통 관리란 판매할 때 문제가 없는 상태로 보관하는 것을 뜻해요.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면 원하는 시점에 처리하기 힘드니까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사진 작품 보존 처리 장면.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아래 작품을 정밀하게 살펴 손상 정도를 확인한다. 사진 제공 콘트롤시비.

 제1원칙: 작품이 안전한지 살피는 것 
미술 보존 분야에서는 이렇게 구매한 시점부터 판매할 때까지 유지· 관리하는 것을 ‘예방 보존’이라고 한다. 직접 작품에 손을 대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을 제어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 작품은 작가가 완성한 순간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노화된다는 사실을 먼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예방 보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자외선 차단도 핵심 요소다. 회화 작품 중 유화는 캔버스 천이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해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는데, 이 때문에 표면이 변형되고 물감층에 곰팡이가 생기거나 갈라지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림이 상할 수 있다. 또 자외선은 물감의 표면을 손상시켜 복원 처리로도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제1원칙은 ‘작품이 안전한지 살피는 것’.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품을 설치한 곳의 온습도가 적정하게 유지되는지, 자외선이 직접적으로 들어오지는 않는지 파악하고, 이 밖에도 작품을 파손 위험이 없는 곳에 잘 설치했는지 등 다각도로 점검해야 한다. 가장 먼저 작품의 안전한 설치를 강조하고 싶다. 작품의 무게를 고려해 벽에 잘 고정했는지, 사람들이 지나다니기에 무리는 없는지, 청소기나 기타 물건에 의해 파손될 염려는 없는지 등 전문가와 함께 꼼꼼하게 진단해볼 것을 권한다. 박유진 실장은 “무게를 고려하지 않고 벽에 건 작품의 고정 못이 부러지며 바닥에 떨어지는 바람에 손상된 케이스를 본 적이 있어요. 대형 사고죠. 설치하자마자 벌어진 일이니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이러한 사고는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꼭 환경을 잘 살피길 바라요.” 한지혜 콘서베이터도 “요즘 인테리어의 일환으로 바닥에 작품을 두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만, 정말 위험한 일이에요. 조각과 회화 작품 모두 권장하는 설치 방식을 잘 따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의견을 더했다. 한편, 누군가는 작품의 먼지를 자주 털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박유진 실장과 한지혜 콘서베이터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답한다. “아주 부드러운 먼지떨이로 작품을 터는 행위도 사실은 위험해요. 회화 작품의 경우 물감층이 캔버스에서 조금만 떠 있어도 깃털의 작은 자극에도 떨어져나갈 수 있거든요. 물감이 떠 있는 경우 복원은 쉽지만, 캔버스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순간 큰 작업이 됩니다.” 조각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재료에 따라 다르겠지만, 매끈하게 표면 처리를 한 작품의 경우 제대로 먼지가 털리지 않으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자국이 남기도 한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매주 작품의 먼지를 털 필요가 없고, 털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전문가를 불러 관리하는 것이 좋다. 그렇기에 두 전문가는 작품을 매일매일 오래 감상하고 즐기기를 권한다. 자주 천천히 뜯어봐야 평소와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겠는가. 실제로 작품을 보다가 평소에는 없던 검은 점이나 굴곡 등을 발견하고 복원가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비록 작품을 투자의 개념으로 구매한다고 해도, 컬렉팅에는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마음에 드는 작품을 내 공간에 들였다면, 좋아하는 만큼 즐기기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품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을 거예요.”

어떤 작품은 보존 · 복원에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인내가 필요한 프로젝트다. 사진 제공 콘트롤시비.
아래 ‘The Drunken Satyr’, Conservation Work at the Getty Villa. 36 ‘Drunken Satyr’ 1st Century BC – 1st Century AD, Roman. Bronze H. 137cm Museo Archeologico Nazionale di Napoli Reproduced by Agreement with the Ministry of Cultural Assets and Activities and Tourism National Archaeological Museum of Naples – Restoration Office. © J. Paul Getty Museum.

 복원가, 컬렉터의 파트너 
박유진 실장과 한지혜 콘서베이터는 또 ‘아는 복원가’를 강조한다. 전문가를 가까이 두면 둘수록 작품을 관리하는 데 수월하다는 뜻이다. 요즘은 작가가 워낙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고, 이것저것 많이 섞기도 하고, 새로운 합성 재료도 빈번히 사용하다 보니 일찍이 보지 못한 형태의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전문가와 꾸준히 교류하다 보면 좀 더 쉽게 컨설팅을 받을 수 있고, 더불어 바로바로 이상한 점을 문의할 수 있다. 또한 원칙적으로 컬렉터는 작품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총 네 번 상태 조사를 거쳐야 한다. 작품을 구매할 때, 그 작품을 내 공간으로 옮기기 위해 패킹할 때, 옮겨서 포장을 벗긴 직후, 마지막으로 설치를 완료한 다음. 그래야 작품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좋은 작품의 컬렉터는 큰 전시에 작품을 대여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시점마다 상태 조사를 받는 것이 좋다. “어떤 분은 작은 조각 작품이라고 손수 패킹하고, 자차로 이동한 다음 아무렇지 않게 꾸러미 넘기듯 하시기도 해요. 정말 위험한 행동이죠. 꼭! 반드시 상태 조사를 한 후 전문가와 이동 준비를 하고, 예술품 전문 무전동 차를 이용하시길 추천합니다.” 한지혜 콘서베이터와 박유진 실장은 입을 모아 전문가에게 연락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만약 아는 복원가가 없다면 작품을 구매한 갤러리나 딜러에게 문의해야 한다. 작품에 큰 문제가 생겨 부득이하게 복원이 필요한 경우 천문학적 금액이 책정되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결정은 그다음 문제다. 가격이 비싸 복원을 포기하는 경우는 다시 제1원칙으로 돌아가 더 이상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Chen Wen Hsi, Gibbons, Ink and Colour on Paper, 190×488cm, 1977, Collection of National Gallery Singapore. Courtesy of National Heritage Board, Singapore.
아래 Close up of the Conservation Work of Chen Wen Hsi, ‘Gibbons’. © National Gallery Singapore.

 한국의 보존 · 복원 전문가 
한국에는 보존·복원 전문가가 얼마나 있을까? “해외, 특히 유럽에 비하면 한국의 보존·복원 부문은 아직 발전 단계라고 봐야죠. 큰 차이가 있다면 유럽은 대체로 기관에 소속된 전문가보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에요. 기관의 보존·복원 전문가는 연구에 좀 더 집중하고, 개인이 실무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죠. 전 세계적으로 회화, 조각, 종이 매체 등 전문 분야가 있어요. 제가 회화를 전문으로 하고, 한지혜 콘서베이터가 조각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요.” 좋은 보존·복원 전문가는 기술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고 박유진 실장은 강조했다. “보존·복원 전문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의식’입니다.” 우리나라는 보존·복원과학 부문이 발달했다. 기술보다는 보존 처리를 할 때 어떤 기준으로 전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윤리의식이 있느냐가 작품에 심폐소생술을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망친 것인지 가르는 바로미터다. “복원술은 한 번에 완벽하게 고치는 것을 뜻하지 않아요. 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노화된다고 했잖아요. 이번에 이 부분이 잘못되어 고쳤는데, 얼마 안 가 다른 곳이 손상될 수도 있죠. 고친 부분을 다시 손봐야 할 수도 있고요. 제일 중요한 건 계속해서 재복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이를 무시하고 한 번에 완벽하게 수정하려고 복원가로서 해선 안 되는 일을 하는 이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의 대학에서는 이러한 보존 윤리에 관해 오랫동안 가르치고, 또 실천할 수 있게끔 돕는다. 제대로 된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고치지 않은 작품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사망 선고를 받은 셈일 수도 있기 때문에 박유진 실장과 한지혜 콘서베이터는 좋은 전문가를 가까이 둘 것, 그리고 제대로 보고 가늠할 수 있는 눈을 강조한다. “그림에 크랙이 가거나, 목조각 작품이 갈라지기 시작하면 복원가에게 원상태로 만들 수 있는지 문의할 거예요.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작품을 원래대로 완벽하게 되돌려놓지는 못한다는 점이에요. 또 복원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어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전문가와 상의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떤 전문가가 괜찮은 인물인지 판별할 수 있을 겁니다.” 복원 과정을 거친 작품에는 그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앞서 강조한 것처럼 ‘안전한 상태’를 만들어주고, 환경과 작품 모두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품도 사람과 비슷하다. 나이 들면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듯 노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작품에 남는다. 이러한 세월의 흔적을 인정하고 이 또한 아낄 수 있다면 분명 우리는 좋은 작품과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