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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도시의 신진 아트 페어

ARTNOW

4월 11일부터 3일간 열리는 아트 페어 ‘아트 뒤셀도르프’.

아트 뒤셀도르프 전시장 내부. ‘메인’과 ‘넥스트’, ‘솔로 프로젝트’ 등 4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Photo by Achim Hehn.

산업과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다양한 문화적 토양을 쌓아온 뒤셀도르프는 음악과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도 중요한 자취를 남겼으며, 순수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쿤스트아카데미 같은 진중한 기관에서 전후 시기 요제프 보이스와 게르하르트 리히터, 안젤름 키퍼,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등 저명한 예술가를 배출했다. 1960년대의 실험적 예술 운동은 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1970년대 중반 사진 예술의 새로운 중력장을 형성한 뒤셀도르프 사진학파(Düsseldorf School of Photography)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유산이다. 이런 문화적 전통은 오늘날 뒤셀도르프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예술 행사의 자양분이 되었다.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나 K20과 K21(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의 광범위한 근현대 미술 컬렉션은 물론 사립 미술관과 갤러리, 대안 예술 공간 등 여러 형태의 예술 기관과 단체가 활동한다.
베를린에도 지점이 있는 콘라트 피셔 갤러리( alerie Konrad Fischer)와 베크 앤 에겔링(Beck & Eggeling), 5대에 걸쳐 운영 중인 파프라트 갤러리( alerie Pa rath) 등이 활발하게 전시와 행사를 개최하며, 율리아 슈토셰크 재단(Julia Stoschek Foundation), 잠룽 필라라(Sammlung Philara), 제로 파운데이션(Zero Foundation) 등 컬렉터가 운영하는 사립 미술관이 개성 있는 주제와 컬렉션으로 도시의 볼거리를 풍성하게 채운다. 독일예술가협회가 조직한 종합예술 행사 ‘디 그로세 2025(Die  rosse 2025)’는 동류의 미술 행사 중 독일 최대 규모로 뒤셀도르프의 여름을 장식한다.
2017년에 문을 연 아트 뒤셀도르프는 지역의 신생 갤러리와 국제적 명성을 지닌 갤러리가 함께한다. 그중에는 독일과 베네룩스, 라인란트 지역 갤러리가 다수 포함되고 그 외 지역 갤러리가 절반가량 된다. 쾰른에 본사를 둔 아트페어 인터내셔널(art.fair International  mbH)에서 주최하며, 구매력이 높은 푸른 바나나 권역(영국 중부, 베네룩스, 독일 라인강 지역, 이탈리아 밀라노에 이르는 바나나 모양 벨트. 유럽 인구의 40%와  DP의 60%가 집중된 곳으로, 산업혁명기 공장 노동자(blue collar)의 색깔을 따와 푸른 바나나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을 중심으로 한 미술 시장이 주 타깃이 된다. 신생 아트 페어인 아트 뒤셀도르프는 이 지역의 기존 예술 박람회, 예컨대 아트 쾰른이나 아트 바젤의 아류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두 번째 행사가 열린 후에도 관람객과 언론, 전시 업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주목해야 할 예술 행사로 자리 잡았다. 큰 관심을 모은 세 번의 행사 이후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2021년부터 다시 참가 갤러리와 방문객 수에서 성장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특히 독일 라인란트 지역에서 열리는 아트 쾰른과는 상보적 공존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1967년에 시작한 아트 쾰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연례 예술 박람회로 최근 200여 개 갤러리가 참가하는 등 꾸준히 규모를 키워왔으며, 전통 있는 컬렉터층이 크게 관여한다. 이에 비해 아트 뒤셀도르프는 최신 미술 트렌드에 민감하고, 혁신적 분위기를 강조한다. 또 새로운 갤러리와 신진 작가, 컬렉터를 유치하는 데 역점을 둔다. 전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온라인 노출에도 신경을 쏟으며 다양한 배경을 지닌 구성원의 예술 체험을 장려하겠다고 한다. 박람회가 열리는 아레알 뵐러(Areal Böhler) 역시 독특한 현대적 감각을 드러낸다. 1914년에 제철소로 지었다가 이벤트 홀로 다시 태어난 이 건물은 아트 뒤셀도르프의 또 다른 볼거리다.
아트 뒤셀도르프는 섹션별로 다른 접근 방식을 시도하며 현대미술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한다. 2024년에는 그해의 주제를 드러내는 ‘메인’, 활동한 지 10년을 넘기지 않은 신생 갤러리와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넥스트’, 시의적 주제를 다루는 탁월한 아티스트를 별도로 소개하는 ‘솔로 프로젝트’, 2개 이상 갤러리가 협력해 전시를 선보이는 ‘조인트’ 4개 섹션으로 박람회를 구성했다. 올해도 그와 비슷한 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 왼쪽 아트 뒤셀도르프 2023에 출품한 베티나 푸스트히(Be ina Pous chi)의 ‘Vertical Highways A5’(2019). Photo by Achim Hehn. Courtesy of Buchmann  alerie.
위 오른쪽 KIT에서 열린 〈We Live by the River〉 전시 전경. Courtesy of Kunst Im Tunnel.
아래 아트 뒤셀도르프가 열리는 아레알 뵐러는 1914년에 제철소로 지은 후 전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Photo by Achim Hehn.

중부 유럽의 4월 날씨는 매섭게 변덕을 부린다. 그런 악천후 속에서도 활기찬 라인 강변의 도시 뒤셀도르프에서는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4월 11일부터 3일간 열리는 아트 페어 ‘아트 뒤셀도르프’도 그중 하나다. 참가 갤러리의 분포를 살펴보면, 작년에 함께한 105개 갤러리 중 34개는 아트 뒤셀도르프에 처음 합류한 갤러리였다. 참가 갤러리는 갤러리스트 등 미술 전문가로 구성된 6인의 위원회에서 미리 심사해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유럽 외 지역 갤러리도 참가해 박람회의 국제적 매력을 더했다.
아트 뒤셀도르프는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열린다. 페어와 함께 독창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이 도시의 매력을 흠뻑 느껴보자. K20 미술관에서는 마르크 샤갈의 초기 작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가 열린다. 120점의 작품이 샤갈의 예술관을 새롭게 조명해 페어 기간 방문하기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또 라인우퍼 터널의 KIT(Kunst Im Tunnel, 터널 안 예술)도 독특한 전시 공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4월에 뒤셀도르프의 풍성한 예술 공간을 두루 살펴보려면 때로 비바람에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일에서 날씨를 원망하는 사람은 뜨내기 소리를 면하기 어렵다. 윈드브레이커로 마무리한 레이어드 룩에 우산은 물론 선글라스까지 챙겨 씩씩하게 4월의 아트 투어를 시작해보자. 아트 뒤셀도르프와 도시 곳곳의 예술 공간은 새로 시작하는 컬렉터부터 오랜 예술 애호가까지 모두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미솔(미술 저널리스트)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