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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부활한 예술

ARTNOW

고화질 이미지와 멀티미디어 큐레이션을 통해 작품의 세세한 붓 자국까지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와 온라인 전시는 새로운 예술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2019년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을 통해 공개한 중국 지린성 광개토왕릉비 유리 건판 사진.

2019년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을 통해 공개한 숭례문 정면 유리 건판 사진.

구글 아트 앤 컬처의 데일리 갤러리. 사이트에 공개한 작품 이미지로 가상 공간을 인테리어할 수 있다.

구글 아트 앤 컬처의 ‘이집트의 피라미드’ 페이지.

브라질 국립박물관의 교훈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편의가 아닌 필요에 따라 원격 소통을 하고, 그러기 위한 디지털 환경이 발전했다. 이런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소셜 미디어, 블록체인, NFT 등의 발달은 예술(품)의 생산과 유통, 전시, 아카이브 환경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그리고 팬데믹에 한발 앞선 2018년, 미술관과 박물관 관련 종사자들에게 소장품과 자료의 디지털화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이 있었다. 바로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사건이다.
이곳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많은 유물을 소장한 기관으로, 하룻밤의 화재가 유물 2000만 점 중 90% 가까이 앗아갔다. 토착어를 기록한 텍스트와 음향 자료, 이집트 등 수천 개의 외국 소장품과 공룡 뼈, 아메리카 대륙의 유물, 1만2000년 전 인류의 두개골을 복원한 것으로 남미 지역에 인류가 정착한 시기를 추정하는 열쇠로 알려진 화석 ‘루지아’ 등 이루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유산이 소실되었다. 화재 당시 박물관 내부에는 방화 시설이 지극히 부족했다. 불길은 5시간 동안 건물 대부분을 집어삼켰고, 그사이 연구 표본의 일부라도 구하고자 건물로 뛰어든 연구자도 있다. 잿더미로 변한 건물 앞에서 시민들은 박물관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방재 당국의 무능과 감독 소홀 등을 비판했다.
현재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재건 중이며, 각국으로부터 관련 유물 송환을 추진하거나 기부금을 모금하는 등 다각도로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 여러 박물관과 단체에서 브라질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거나 반환한 컬렉션 중에는 영국의 큐(Kew) 왕립식물원이 10세기 아마존에서 수집했다가 2020년에 기증한 유물이 있다. 덴마크는 브라질 원주민 부족인 투피남바족의 중요한 유물 중 하나인 신성한 투피남바 깃털 망토를 3세기 만에 반환했으며, 스위스계 독일인 수집가 부르크하르트 폴(Burkhard Pohl)이 박물관 측에 1100점이 넘는 화석을 기증하기도 했다. 브라질 아라리페 분지에서 발견한 이 화석에는 최초의 뱀 화석으로 추정되는 희귀한 공룡 표본 2점이 포함된다. 이 표본들은 박물관의 고생물학 컬렉션을 재건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3년 6월에 재건한 박물관 건물 일부를 대중에게 개방했으며 전면 재개관은 2027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2018년 9월 2일 일어난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하룻밤 새 소장 유물의 90%가 전소되었다. Photo by Celso Pupo.
아래 화재 후 복구된 브라질 국립박물관 전경. 2027년 재개관 예정이다. Photo by Halley Pacheco de Oliveira.

드넓은 디지털 아카이브
이미 많은 기관에서 디지털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작업을 진행해왔다. 세계적으로는 온라인으로 공개한 데이터 수가 많은 순서대로 영국박물관, 스미스소니언학회,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을 꼽을 수 있다.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사건 이후 더 많은 기관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온 것도 사실이다. 디지털 아카이브를 일부 공개해온 프라도 미술관의 경우 2022년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Telefónica)와 협력해 역사 아카이브를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2019년에는 독일 연방 예술 아카이브(German Digital Library)도 등장했다. 이러한 이니셔티브에서 문화 예술 유산을 보존하고 기념하며, 지역과 세계의 방문자에게 가 닿고자 한다. 유네스코가 한국 정부와 협력해 설립한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ICDH)도 2019년에 발족했다. 높은 개방성과 폭넓은 커버리지를 특징으로 하는 주요 디지털 아카이브를 살펴보자. 이들 플랫폼은 자료의 수집, 보존, 공개(전시), 사용자의 교육과 참여 등을 목표로 한다. 검색엔진의 일인자이자 자이언트 테크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은 예술 아카이브에서도 특별한 위상을 점한다. 2011년 전 세계의 문화 예술 유산을 보존하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구글 아트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이후 구글 아트 앤 컬처(artsandculture.google.com)로 확장했다. 전 세계 2000개가 넘는 예술 기관과 협력해 그들의 소장품을 디지털화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고화질 아트 카메라와 구글 스트리트 뷰, 360도 비디오나 증강현실(AR) 기술 등으로 몰입형 체험과 전시를 제공하기도 한다. 재건된 브라질 국립박물관도 방문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2008년 유로피아나(Europeana)를 구축했다. 현재 3500개가량의 문화 기관이 협력하는 이곳은 유럽 내 박물관, 미술관, 갤러리, 도서관과 아카이브의 문화유산 자료를 수합하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시각예술품뿐 아니라 책, 사진, 영상, 음악, 이야기를 디지털로 공개하며 유럽의 문화적 다양성과 유산을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열린 소스를 제공한다. 독일 연방 예술 아카이브도 유로피아나의 주요 협력 기관 중 하나로, 독일의 자료를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유로피아나에 이를 제공한다.
2004년에 발족한 위키미디어 커먼즈(Wikimedia Commons)는 위키미디어 재단이 수집한 미디어 파일을 모아 전 세계 사용자와 공유하기 위해 만든 플랫폼이다. 교육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는 공개 라이선스를 적용해 자유롭게 재사용할 수 있는 무료 액세스를 제공한다. 자료는 모두 열려 있지만, 라이선스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위키미디어 커먼즈는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 발생 후 화재 전 이미지를 크라우드소싱하는 캠페인을 진행했고, 불과 며칠 만에 수천 장의 사진이 업로드되어 시각적 기록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 프로젝트는 집단 기억의 보존에 디지털 플랫폼이 절대적 역할을 수행한 사례로 꼽힌다.
유럽과 미국의 디지털 아카이브 환경을 간단하게 비교하면, 기술력과 자금력, 디지털 자료의 수에서는 미국이 눈에 띄게 앞선다.
전 세계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박물관과 미술관 역시 구글 아트 앤 컬처에서 가상 전시를 선보인다. 한편 유럽은 역사가 오래된 만큼 테마별, 국가별 특징이 두드러지는 깊이 있는 컬렉션을 보유 중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다채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한다. 동시에 플랫폼의 분산은 접근성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 유럽 기관 대부분이 영어 서비스를 동반하나, 그러지 않는 경우도 간혹 보인다. 영어를 일관되게 사용한다는 점에서 국제적 접근성은 미국 측이 앞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실물 소장품의 볼륨을 따져볼 때 유럽의 컬렉션은 미국에 비할 바 없이 방대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디지털 아카이브를 온라인으로 공개한 영국박물관 홈페이지.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 데이터베이스.

화재로 소실되기 전 브라질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루지아 유골. Photo by Dornicke.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전시
온라인 전시의 형태는 다양하다. 먼저 3D로 구현한 가상의 전시 공간을 재현한 화면에서 이동하며 작품을 확대해 살펴보는 방식을 떠올릴 수 있다. 널리 활용하는 방식이며, 이를 통해 전시 공간을 생성하는 스마트폰 앱도 있다. 입체 촬영과 스트리트 뷰 기술 등이 필요하고, 그래픽과 프로그램 작동 속도가 경험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고품질의 온라인 가상현실(VR) 전시를 제공하며, 사비나미술관의 ‘버추얼 미술관’에서도 최근까지 전시를 VR로 공개한다. 제때에 전시를 보러 갈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시 전용 사이트를 마련하기도 한다. 관람자는 게임을 하는 것처럼 이동하거나 선택지를 눌러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기도 하고, 멀티미디어가 폭넓게 사용된다. 입체 공간을 재현하는 방식보다 기술적으로 가볍고, 사용자의 속도와 흥미에 맞춰 효율적인 콘텐츠 소비가 가능하다.
영상으로 전시 콘텐츠를 공개,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해설자가 등장해 전시의 개괄부터 작품의 세부 사항에 이르기까지 관람을 이끄는 가이드 영상도 있으며, 전시 콘텐츠의 일부로 온라인 영상을 사용하거나, 다큐 형식으로 전시의 내용을 담기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유튜브 채널의 ‘온라인 실감콘텐츠’는 전시의 분위기를 살려 작품을 제시하는 영상을 제공한다.
현재와 다른 시공간으로 관람자를 이끄는 가상 체험도 있다. 19세기 유럽의 작품을 주로 다루는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인상파 화가들과의 저녁’이라는 VR 체험을 선보였다. 〈파리 1874〉 전시의 일부로, 관람자가 1874년의 파리로 가서 최초의 인상주의 전시 개막식에 참석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모네, 르누아르, 모리소, 세잔 등의 작가를 가상으로 만나는 등 몰입감 높은 VR 체험은 전시의 내용을 전달하기에 적합했다. 체험은 오르세 전시장에서 이루어졌다. 2023년 리움미술관에서도 VR 헤드셋을 쓰고 관람하는 전시가 열렸다. 장치가 더욱 일반화된다면 사용자의 개인 공간에서 즐기는 가상 전시 체험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지금까지 온라인 박물관과 미술관의 여러 측면을 살펴보았다. 물론 뮤지엄에는 전시 외에도 다른 여러 기능이 있으나, 디지털 아카이브의 소장품 이미지를 공개하면 방문객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히려 고화질 이미지와 흥미로운 콘텐츠가 작품을 직접 보고자 하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임근혜 아르코미술관 관장은 〈뮤지엄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전시의 물리적 · 감각적 경험을 온라인의 디지털화된 정보가 대체할 수 없으므로 미술관은 전시 기획에 있어서 더욱 공간적 · 신체적 경험의 질을 높이는 것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강한 공감을 얻고 있다. (…) 미래의 미술관 관람객은 정보와 지식의 접근성을 높이는 온라인과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오프라인의 전시 경험을 동시에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 자료를 통해 관람객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실제 방문하고자 하는 욕구를 키우는 디지털 전시의 발전 가능성은 그 끝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이미솔(미술 저널리스트)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