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다시 오른 마린 룩
마린 룩,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다.
패션 트렌드 전면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마린 룩이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시즌 새롭게 등장한 마린 룩 스타일은 단순히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적 재현이 아니다. 정제된 실루엣과 현대적 감각을 기반으로 전통적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디테일을 더해 한층 풍부해진 변주로 귀환한 것. 스트라이프 패턴, 네이비 & 화이트의 강렬한 대비, 세일러 칼라와 네이비 스카프 등 마린 룩을 상징하는 핵심적 코드가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되었고, 강렬한 개성과 우아함을 동시에 지닌 스타일이 런웨이에 대거 등장했다.
미니멀한 감각 속에 깃든 해양적 요소
마린 룩의 기원은 19세기 영국 해군의 유니폼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마린 룩을 상징하는 세일러 칼라는 1840년대 빅토리아 시대에 도입된 해군 제복의 디테일로 이후 유럽 전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고, 프랑스·영국 상류층 아이들 사이에 포멀한 의복의 일부로 자리 잡아 공식 행사나 격식 있는 자리에서 착용하기도 했다. 1920년대, 가브리엘 샤넬은 이를 여성복에 도입해 보다 세련되고 실용적인 패션 스타일을 확립했다. 이후 1960년대에는 이브 생 로랑이 마린 룩을 현대적으로 변주해 여성 슈트와 드레스에 접목했고, 1980년대에는 장 폴 고티에가 마린 스트라이프에 강렬한 개성을 부여해 아이코닉한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2025 S/S 컬렉션에서 마린 룩은 직관적 형태미를 기반으로 미니멀리즘과 만나 현대적 분위기로 선보였다. 랄프 로렌과 사카이는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네이비 & 화이트 조합의 슈트 스타일을 보여주었고, 샤넬은 세일러 칼라를 차용해 사랑스러운 슈트 셋업을 완성했다. 디올과 프라다에서는 전통적 스트라이프를 한층 고급스럽게 재해석한 룩을 확인할 수 있다. 모스키노는 정교하게 배치된 세일러 모자와 반다나를 활용해 마린 룩 특유의 경쾌한 무드를 강조했다.
해변을 넘어 심해의 신비로
2025 S/S 시즌, 마린 룩은 단순한 항해 스타일을 넘어 바다의 역동성과 신비로운 깊이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빛을 반사하는 수영장 타일, 해저의 트로피컬 블루, 물고기의 지느러미, 조개껍데기에서 영감받은 텍스처가 패션에 스며들며 마린 룩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메탈릭한 소재와 유려한 실루엣, 반짝이는 텍스처가 마린 룩의 새로운 요소로 자리 잡았으며, 이를 통해 바다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로에베 컬렉션에서는 패션의 유동성과 곡선미를 강조한 실루엣이 등장하며 물속에서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표현했고, 버버리와 빅토리아 베컴은 반짝이는 메탈릭 블루와 시어한 소재를 활용해 해양의 신비로운 빛 반사를 패브릭으로 구현해 시선을 끌었다. 이번 시즌, 많은 디자이너가 재해석한 마린 룩을 참고해 일상에서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네이비 & 화이트 조합을 활용한 클래식한 룩부터 스트라이프 패턴의 아이템을 더하는 방식까지 부담 없이 마린 룩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접근법이 가능하다. 여기에 로퍼나 가죽 부츠를 매치하면 더욱 완성도 높은 마린 룩을 연출할 수 있고, 사카이처럼 골드 버튼이 달린 네이비 블레이저를 활용하면 세련된 분위기를 더할 수 있다.
에디터 이주이(jy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