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두 가지 방법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10년만에 다시 내한한다.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롯데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가곡 리사이틀(3월 4일)과 오페라 아리아 콘서트(3월 7일)를 통해 2015년 이후 10년 만에 국내 관객을 만난다. ⓒ Rolex, Benoît Peverelli.
클래식 음악가들의 이름을 거론할 때, 단번에 ‘스타’로 수식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다소 상업적인 느낌이 풍기는 스타보다, ‘거장’이나 ‘대가’처럼 음악의 깊은 내면을 이해하고 경지에 오른 느낌의 수식어가 이 업계에선 더욱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가의 자질을 겸비하면서도 음악가 자체의 매력이 너무나 뛰어나 스타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 예를 들면 과거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처럼. 2007년 파바로티가 타계한 뒤 세계는 그를 이을 새로운 스타를 원했다. 출중한 외모의 독일 뮌헨 출신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은 그 무렵 혜성처럼 떠올랐다. 테너라기엔 조금 낮고 두꺼운 목소리였지만, 감정이 깃든 자연스러운 호흡과 선율, 극에 빠져들게 하는 연기력에 청중은 숨을 죽였다. 수학도에서 성악가로, 오페라 단역에서 주역으로 성장한 인생 여정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인기를 이용해 비슷한 역할을 반복하는 쉬운 길을 걷는 대신, 매번 다른 역할과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진정성도 있었다. 사실주의 오페라 속 비련의 남주인공부터 바그너 음악극 속 전설을 짊어진 영웅, 섬세한 가곡을 노래하는 서정 시인까지, 수많은 얼굴을 선보이며 20년 가까이 정상에서 군림해온 카우프만. 그가 두 번째 내한을 앞두고 있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가곡 리사이틀(3월 4일)과 오페라 아리아 콘서트(3월 7일)는 이 시대의 스타 성악가, 요나스 카우프만의 두 가지 면모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번 가곡 리사이틀 공연에서 함께하는 요나스 카우프만과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 ⓒ Lena Wunderlich, Sony Music.

2023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오페라 콘서트 〈라 조콘다〉. Photo by Keith Saunders.

2022년 호주 아트센터 멜버른 스테이트 시어터에서 열린 오페라 〈로엔그린〉에서 주역을 맡은 요나스 카우프만. Photo by Jeff Busby.
2015년 첫 내한 공연에서 30회 이상 커튼콜과 앙코르 다섯 곡이라는 아주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한국 청중의 열광적인 모습을 아주 잘 기억해요. 곧 다시 오를 한국 무대를 무척 고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내한 일정에 가곡 리사이틀과 오페라 콘서트가 연달아 예정돼 있습니다. 먼저, 가곡 리사이틀에서는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와 함께 독일 가곡을 선보입니다. 독일 가곡 레퍼토리는 음악계에서 특별한 위상을 점하고 있습니다.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리스트, 슈트라우스 같은 위대한 작곡가의 음악에 괴테, 하이네, 아이헨도르프 같은 중요한 시인의 시를 이상적으로 결합했기 때문이죠.
독일어 원어민으로서 다른 누구보다 독일 가곡의 가사를 더 생생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독일인이라는 정체성은 가사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성악가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독일어가 모국어인 저는 독일 시에 담긴 특별한 색채와 미묘함을 이해하고 이를 노래로 ‘옮기는’ 데 훨씬 수월합니다. 하지만 비독일어권 가수 중에도 독일 가곡에 깊은 애정을 갖고 훌륭하게 소화하는 이가 많죠. 모든 일이 그렇듯 그건 경험과 그 세계의 문을 열어준 누군가에게 달려 있습니다. 제게 가곡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준 이가 바로 헬무트 도이치입니다. 뮌헨 음악대학에서 그에게 가곡을 배운 뒤 훌륭한 음악적 동료 관계로 발전했고, 함께 연주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어요.
오페라와 가곡 리사이틀 무대는 각각 다른 마음가짐과 사고방식을 요구합니다. 각 장르의 매력을 말씀해주신다면요? 오페라를 사랑하고 극 중 인물로 변신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곡 리사이틀이 성악의 궁극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와 함께 공연 전체를 책임지고, 프로그램 선택 시 외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우며, 타협할 여지도 적죠. 대신 결과에 대해 오롯이 책임져야 하고, 어느 누구도 탓할 수 없습니다. 공연의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같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해요. 성악적 측면에서도 가곡 리사이틀은 발성적으로, 해석적으로 일반적 오페라 역할보다 상당히 까다로워요. 곡이 시작되는 매 3~4분마다 다른 상황에 몰입하고, 다른 인물을 연기해야 하죠. 이 모든 게 잘 어우러진다면, 가곡 리사이틀은 청중에게 ‘순간의 마법’을 선사할 때가 많습니다. 오페라에서 이런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조건이 필요해요. 너무 많은 요소와 사람들이 관여돼 있기 때문입니다. 무대장치와 조명, 연출, 오케스트라, 지휘자, 동료 배우, 합창단 등. 청중에게 잊지 못할 저녁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때때로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런 순간이 오페라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예요.
리사이틀 프로그램 중 리스트의 작품도 눈에 띕니다. 리스트는 오랫동안 가곡 작곡가로서 과소평가됐습니다. 헬무트와 저는 ‘3개의 페트라르카 소네트’부터 시작, 점차 레퍼토리를 확장해 〈Liszt〉(2020) 음반을 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요나스 카우프만과 헬무트 도이치가 함께한 가곡 음반 〈Liszt〉.

영화 음악 앨범 〈The Sound of Movies〉.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글래디에이터〉,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잘 알려진 영화의 주제곡을 모았다.

2023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오페라 콘서트 〈라 조콘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은 종종 오페라 아리아처럼 극적입니다. 어두운 음색에도 잘 어울리고요. 슈트라우스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를 가장 매료시키는 건 부르주아 남성도 오페라 〈살로메〉와 〈엘렉트라〉처럼 표현력이 뛰어나고 전위적인 음악을 작곡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다 갑자기 오페라 〈장미의 기사〉 속 왈츠나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속 세련되고 즐거운 실내악으로 작풍이 전환되는 점입니다. 슈트라우스는 풍부한 교향곡, 극적인 오페라 음악과 더불어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서정적인 음악에도 능숙했어요. 그의 가곡은 기본적으로 가장 섬세한 음색부터 극적인 강렬함까지 가수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는 ‘미니어처 오페라’입니다.
오페라를 이야기해보면, 매번 다른 역할로 무대에 오르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모차르트에서 바그너에 이르는 폭넓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다양한 역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가곡과 팝, 영화음악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행보도 비슷한 맥락일까요? 다양한 레퍼토리에 출연하는 건 성대나 음악적인 면뿐 아니라 발음과 스타일 등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대여섯 개의 역할로 전 세계를 여행하는 건 지루해요. 전 가장 부드러운 자장가부터 자제력을 잃은 베르디 오페라 속 오텔로까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확장성이 오랜 경력을 쌓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확신합니다. 앞서 언급한 음악 형식은 그 안에 ‘전하고자 하는 감정’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레퍼토리와 행보 모두 같은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음악에 대한 열정과 노래하고 공연하는 기쁨입니다. 공연 전 저는 마치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경주마 같아요.
오페라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현대 사람들이 계속해서 오페라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오페라는 현존하는 가장 정교한 예술 형태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삶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오페라의 주요 모티브를 들을 때 눈물을 흘리곤 합니다.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마라(Nessun Dorma)’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세요. 오페라 가수로서 우리는 거의 모든 인간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 이 음악으로, 이 감정으로 사람들을 울릴 수 있습니다. 오페라는 가장 강렬한 형태의 감정입니다. 이러한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이 예술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영화광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2023년엔 영화음악 앨범 〈The Sound of Movies〉를 발매했죠. 열렬한 영화 팬이자 성악가로서, 영화 사운드트랙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보컬 넘버를 특히 좋아합니다. 초창기 사운드 필름(발성영화)을 엄청난 성공으로 이끈 것은 성악가들이었어요. 테너 마리오 란차 주연의 영화 〈위대한 카루소〉(1951)는 오페라가 전 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열었습니다. 이는 엔니오 모리코네와 한스 치머의 위대한 음악으로 이어집니다. 새 앨범을 위해 이 보물 창고를 파헤쳐 가장 아름다운 곡을 골라내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어요. 80년이 넘는 영화 역사 속 멋진 노래를 모았습니다.
오랫동안 테너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롱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요? 무엇보다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목소리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무엇에 관여해야 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고, 무엇을 기다려야 하고, 어떤 유혹을 물리쳐야 할까? 아무리 유혹적인 제안일지라도 적절한 시기에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성악가에게 한 가지를 요구합니다.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한 비평가가 되라는 것입니다.
예술가로서 당신의 철학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요? 셰익스피어의 말을 빌려, “언제나 너 자신에게 진실하라”.

요나스 카우프만과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 뮌헨 음악대학에서 사제지간으로 맺은 인연을 음악적 파트너로서 30년 이상 이어오고 있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글 전윤혜(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