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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소장품이 후대의 유산이 되는 과정

ARTNOW

작품을 관리하고 컬렉션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 그리고 컬렉션을 후대에 넘겨주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등을 살펴본다.

Kaari Upson, Mother’s Legs, Installation, Mixed Media, 26 Pieces, 2018~2019. 〈Doll House – A Retrospective〉,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5.27~10.26. © The Art Trust Created under Kaari Upson Trust. Courtesy of Sprüth Magers. Photo: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 Kim Hansen.

컬렉터가 컬렉션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식
컬렉션의 규모가 커지면서 컬렉터들은 점차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이 작품을 구매하는 우선순위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많다. 예산 문제도 있지만, 대부분 개인 컬렉터는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 평면 작품을 중심으로 수집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각과 설치, 미디어 작품 등은 공간이나 기기 등의 제약으로 개인 컬렉터가 수집하기 쉽지 않다. 작품이 축적되면서 컬렉터들은 현실적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공간 부족이다. 벽에 걸거나 장식장과 선반 위에 두고 감상하던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부족해진다. 전시하지 않는 작품은 별도 공간에 보관하다 컬렉션이 늘면 방 하나를 수장고로 쓰게 되고, 나중에는 이마저도 모자라 개인 사무실이나 외부 전문 개인 수장고에 보관하기도 한다. 물리적 공간 제약 외에도 컬렉터들은 많은 작품을 나 혼자 보고, 더 많은 작품을 수장고에 보관하고 공개하지 못하는 상황에 마음이 쓰이기 시작한다. 개인의 소장품을 공공재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내돈내산’이지만 동시대 문화유산인 미술 작품, 그것을 나 혼자 두고 보거나 포장해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많은 이들과 공유하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Yukinori Yanagi, Hinomaru Illumination, Neon, Neon Transformer, Programming Circuit, Painted Steel, Mirror, Water, 220×450×660cm, 2010. 〈Yukinori Yanagi〉, Pirelli HangarBicocca, 3.27~7.27. Permanent Installation, Art Base Momoshima, Hiroshima. Photo by Road Izumiyama.

Tarek Atoui, Waters’ Witness, Custom-built Musical Instrument, Resonant Sculptural Objects and Natural Materials with Live Sounds, and Recordings, Dimensions Variable, 2020~2023. Installation View, 〈Tarek Atoui: Waters’ Witness〉,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Sydney, 2023. Courtesy of the Artist; Museum of Contemporary Art Australia. © Zan Wimberley.

1. 소장품 전시
컬렉터의 소장품을 조명하는 전시는 꾸준히 열렸다. 예전에는 일평생 작품을 수집해온 컬렉터의 완성된 컬렉션 전시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컬렉터의 연령층이 젊어졌고 작품을 구매하기 시작하는 시기도 빨라졌다. 일찍 시작해 꾸준히 수집하다 보니 컬렉션의 구성이 탄탄하고 완성도가 높은 경우도 많다. 이들은 컬렉션의 주요 작품을 선정하거나 그 방향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파편적으로 소개하는 등 개성적인 기획과 연출을 보여주며 컬렉팅이라는 활동의 저변을 넓혔다.

2. 전시 공간 운영
컬렉션 전시를 통해 자신의 소장품을 공유해본 이들은 공유의 힘이 얼마나 큰지 깨닫는다. 컬렉션의 규모가 크거나 별도 공간을 마련할 여력이 있는 경우, 컬렉션 공간을 운영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전 간헐적으로 한정된 인원에게 개방하는 방식의 개인 컬렉션 공간을 운영하는 컬렉터가 늘고 있다.

3. 출판
컬렉션 전시를 개최하고 공간을 운영하면서 이들은 개인의 취미가 공적 활동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고, 자신의 컬렉션을 정리하고 데이터를 모으면서 이를 크고 작은 출판물로 엮기도 한다. 책의 형식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컬렉션을 온라인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4. 작품 대여
컬렉터의 소장품을 대여해 작가의 주요 작품 전시에 출품하는 경우도 많다. 컬렉터의 작품을 대여하거나 연결하는 플랫폼도 있는데, 컬렉터에게 대여료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고, 무상으로 다른 곳에 대여하는 컬렉터도 있다. 작품 수가 늘면서 수장고에 보관된 작품이 공공 영역이나 다른 개인에게 가 닿는 또 다른 공유의 사례다.

〈Shu Lea Cheang and Dondon Hounwn: Hagay Dreaming〉, Tate Modern, 3.13~3.15. Photo by Varanuvan Mavaliw(陳逸軒).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 작품 판매 시 소득세
작품을 오랫동안 수집해온 컬렉터가 소장품을 판매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작품을 판매하는 이는 드물다. 위시 리스트의 작품을 구매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정도. 우선 차익을 얻기 위해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는 그리 많지 않다. ‘작품이 좋아서’ 소장했기에 취향이 변해도 이를 쉽게 판매하지 않는다. 게다가 작품은 일반 물품처럼 개인 거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기도 수월하지 않고, 갤러리나 딜러, 경매사를 통해 중개 및 위탁 거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작품을 판매해 차익을 얻는 경우 세금 문제를 살펴보자. 미술품은 다른 자산에 비해 세제 혜택이 크다. 국내 작가의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미술품에 대한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는 모두 면제된다. 개인이 보유한 6000만 원 이상의 작품을 법인이 구매하는 시점에 작가가 작고한 상태라면 원천징수세 22%를 납부하는 경우만 예외다. 작품을 판매하는 경우 소득세 역시 양도일 기준 국내 생존 원작자의 작품은 비과세 대상이며, 국내 작고 작가와 외국 작가의 작품 양도가액이 6000만 원 미만인 경우에도 비과세다. 반대로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상당 비율을 경비로 공제해 세제 혜택이 크다. 필요경비는 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양도가액의 90%를, 10년 미만인 경우 양도가액 1억 원 초과분은 80%를 공제한다. 즉 양도가액의 10~20%만 22%의 세율을 적용하고, 양도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과세하기에 분리과세가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다.

Tarek Atoui, The Whisperers (detail), Custom-built Musical Instrument, Resonant Sculptural Objects and Natural Materials with Live Sounds, and Recordings, Dimensions Variable, 2020~on going. Installation View, 〈The Whisperers〉, Austin Contemporary, Texas, 2022. Courtesy of the Artist. © The Austin Contemporary.

Ithell Colquhoun, Alcove, 1946, Private Collection. 〈Ithell Colquhoun〉, Tate St. Ives, 2.1~5.5. © Spire Healthcare. © Noise Abatement Society. © Samaritans.

후대로 연결되는 컬렉션 컬렉션의 규모가 커지면 컬렉터들은 이를 어떻게 후대에 전할지 고민하게 된다. 가족에게 증여 또는 상속하거나 특정 기관에 기증하기도 하고, 여의치 않은 경우 경매나 갤러리를 통해 위탁판매하기도 한다. 동시대 문화유산인 컬렉션을 이처럼 후대에 남기는 일은 컬렉터의 숙명이다. 컬렉터들은 수십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애정으로 선택해온 자신의 컬렉션을 과연 가족이 자신처럼 좋아하고 아껴줄지, 혹여 짐을 물려주는 것은 아닐지 걱정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컬렉션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은 애정과 책임감 없이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Alexej Jawlensky, Mystischer Kopf: Mädchenkopf(frontal) – Mystic Head: Girl’s Head(front)), Oil and Pencil on Paper on Cardboard, 40×30cm, 1918. 〈Alexej Jawlensky〉,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1.30~6.1. Photo by Kunstmuseum Basel, Martin P. Bühler. Kunstmuseum Basel, Stiftung im Obersteg, on Long-term Loan to Kunstmuseum Basel, 2004.

JMW Turner, Windsor Castle from the Great Park, c.1795. 〈Celebrating Turner 250 – Easter Holidays〉, Windsor Castle, 4.5~4.23. © Royal Collection Enterprises Limited 2024 | Royal Collection Trust.

1. 증여세와 상속세
작품을 증여할 경우에는 다른 재산과 마찬가지로 산출 세액과 10년마다 적용되는 증여재산 공제 한도액이 동일하다. 즉 한국 작가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작품을 양도할 경우 소득세가 현저히 적고 취등록세와 재산세가 없지만, 증여세와 상속세의 공제 한도액과 산출 세액은 다른 재산과 동일하게 적용한다. 1억 원 이하 10%부터 30억 원 초과 50%(4억6000만 원 누진공제)까지 5단계 구조도 동일하다. 미술품은 재산을 은닉하거나 편법 상속 및 증여를 위한 탈세 수단으로 악용한 사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당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24년 1월부터 감정평가 기준을 강화했다. 미술품을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경우 재산 가액에 대한 가치 평가 기준 중 순위와 그 방식을 특정한다.
상속 및 증여 시점의 시가를 따르고, 시가가 없는 경우 두 곳 이상의 전문 감정평가 기관이 감정한 가액의 평균으로 평가한다. 증여 시점의 시가나 평가액으로 증여세가 결정되기에 고가 작품이나 가치가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은 구매 시점에 증여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큰 차이는 없더라도 호황기보다 불황기에 평가액이 조금이나마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

2. 상속세와 물납제
2024년 10월, 국내 최초로 미술품 물납제를 시행해 국내외 작품 4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소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속받은 미술품’에 대한 ‘상속세가 2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 한해 미술품 물납제를 시행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 매우 한정적이다. 간송미술관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소장품을 경매에 출품하며 충격과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이건희 회장이 컬렉션을 대거 국가에 기증하며 미술품 상속과 물납제에 대한 논의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023년 미술품 물납제를 시행하기에 이르렀고, 그 후 첫 사례가 나왔다. 앞으로 물납 미술품을 선정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술사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을 가리는 단계와 작품 가격을 평가하는 단계, 작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단계 등 각 단계마다 학계와 시장의 제대로 된 전문가를 선정해 논의를 거치는 과정도 중요하다.

3. 미술 기관에 기증
작품을 증여 및 상속할 만한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작품이 제대로 관리되고 더 많은 이들과 공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신의 컬렉션을 기증하고자 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의 컬렉션이 동시대 문화유산이자 공공재로 향유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기관에 작품을 기증하는 절차는 복잡하다. 기관이 소장 가치가 있는 작품인지 평가하고 심의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사와 학예연구사의 평가도 거친다. 물납 미술품 선정 과정에서 가격 산정 단계만 빼면 이 둘의 평가 과정이 매우 비슷하다. 문화 선진국들은 미술품 기증 시 세제 혜택을 부여하며 기관의 소장품을 공고히 구축해왔다. 국내에선 여전히 ‘부자들의 취미’나 ‘탈세 도구’로 미술품과 컬렉션을 바라보기에 이러한 논의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컬렉터들이 작품을 구매해 컬렉션을 구축하고 이를 관리하고 확장하며 공유하는 방식, 그리고 이후 작품을 판매하거나 후대에 물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에 대해 살펴봤다. 개인이 사비로 일생에 걸쳐 가치 있는 작가의 작품을 모아가는 과정은 사적 취미를 넘어 동시대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한 명의 예술 애호가로서 컬렉터들이 선별해 수집한 작품들이 다음 세대에 잘 이어지기를, 그리고 미래에도 잘 공유되기를 바란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이경민(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