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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로 구현된 샤넬의 시간 예술

FASHION

샤넬 워치의 동시대적 언어는 형태가 아니라 색에서 시작된다.

워치스앤원더스 2025에서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부스 한가운데에 불투명한 원형 구조물을 세웠다. 그 안으로 퍼지는 푸른빛은 공간 전체를 감싸 안았고, 시간조차 푸르게 물드는 듯했다. 미니멀하지만 결코 비어 있지 않은 시노그래피는 샤넬의 워치메이킹 철학을 감각적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올해의 컬러가 ‘블루’임을 대담하게 공표하듯, 샤넬의 블루로 물든 J12 워치가 영롱한 자태를 뽐냈다.

푸른빛으로 완성한 시간의 조각
하우스를 대표하는 아이코닉 컬렉션으로 사랑받아온 J12가 남녀 모두를 아우르는 유니섹스 타임피스로 출시되었다. 2000년 출시된 블랙 에디션과 2003년 출시된 화이트 에디션에 이어 J12 출시 25년을 맞은 샤넬 매뉴팩처는 올해 새롭게 J12에 푸른색 옷을 입혔다. 5년의 연구 끝에 J12만을 위한 특별한 블루 톤을 개발했으며, 그간의 제작 역사를 근간으로 스크래치에 강하고 내구성 좋은 세라믹 제작에서 압도적 기술력을 확보했음을 증명했다. 무브먼트 또한 인상적이다. 샤넬이 공동 소유한 케니시 매뉴팩처가 제작한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해 안정적이고 높은 정확성의 무브먼트를 계속 선보이는 점은 샤넬이 워치메이킹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눈부신 광채와 절제된 아름다움, 기술력과 정교함이 조화를 이루는 타임피스 9개 중 단연 눈에 띄는 워치를 꼽았다.

J12 블루 다이아몬드 뚜르비옹
샤넬 오트 오를로제리의 정수를 담은 J12 블루는 플라잉 투르비용을 탑재해 케이지 중앙에 세팅한 65면 솔리테어 다이아몬드의 매혹적인 회전을 극대화한다. 가브리엘 샤넬이 가장 사랑한 보석 다이아몬드가 오픈워크 블루 다이얼을 은은하게 밝히며, 셀프와인딩 기계식 워치 베젤에 자리한 34개 바게트 컷 사파이어는 눈부신 광채로 시계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J12 블루 칼리버 12.1 38mm, J12 블루 칼리버 12.2 33mm
인디케이터에 세팅한 밝은 블루 컬러 바게트 컷 사파이어가 블루 세라믹과 만나 자연스러운 우아함을 구가한다. 두 모델 모두 COSC의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블랙 코팅 셀프와인딩 매뉴팩처 무브먼트를 탑재했으며, 각각 70시간, 5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한다.

J12 블루 X-RAY
투명함을 핵심으로 깊고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에서 영감받은 새로운 블루 톤이 특징이다. 제작하는 데 1600시간 이상 소요되었으며, 하나의 합성 사파이어 블록에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이 정교하게 조각된 점이 인상적이다. 화이트 골드 베젤과 링크에는 맑고 청량한 블루 바게트 컷 천연 사파이어 196개를 세팅했으며, 화이트 골드에 블랙을 접목해 블루 특유의 우아함이 한층 돋보인다.

컬러가 직조한 손목 위 자유
워치스앤원더스 2025를 통해 가브리엘 샤넬이 창조한 메이크업 컬렉션에 대한 오마주를 하나의 오트 오를로제리 작품으로 구현했다. 이번 컬렉션은 시계 디자인에 색조 메이크업의 풍부한 색감과 텍스처를 정교하게 이식했으며, 고도의 색상 분할 기술과 세밀한 수작업을 통해 완성했다. 다양한 고급 워치메이킹 기법이 집약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 그랑 푀 에나멜링 기법을 바탕으로, 다이얼 위에는 정밀한 데칼과 패드 프린팅을 더했고, 극도로 섬세한 미니어처 페인팅과 골드 인그레이빙, 비정형 스톤 세팅 기법을 적용해 풍부한 디테일을 완성했다. 외형의 가벼움 역시 철저히 계산된 기술적 결정의 산물로, 뛰어난 착용감과 미적 완성도를 동시에 추구한다. 샤넬 뷰티 컬렉션에서 영감받은 그래픽 라인과 감각적 색채는 시계라는 정밀 기계 위에서 새로운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되었으며, 기술적 깊이와 창의성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보이·프렌드 코코아트
파우더 콤팩트를 모티브로 한 케이스와 가브리엘 샤넬이 거울에 비친 자신을 확인하는 모습을 담은 다이얼이 특징이다. 팝아트 스타일의 그래픽 배경 위에는 가브리엘의 이미지가 연속된 12개 인화물 형태로 배치되었는데, 이는 화이트 골드 다이얼에 수작업으로 스탬프를 찍는 템포그래피 기법을 통해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이 인쇄 방식은 고도의 정밀도와 예술적 감각을 요하는 기술로, 각 이미지에 생동감을 더한다.

J12 핑크 라인
샤넬 뷰티의 립스틱 코드를 재해석해 블랙 & 핑크가 조화로운 모던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바게트 컷 핑크 사파이어 총 215개가 손목 위에서 눈부신 빛을 발하며, J12 특유의 세련된 실루엣에 생동감 넘치는 핑크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J12 핑크 팔레트
하우스를 대표하는 립스틱 컬렉션이 시각적 형태로 재해석돼 손목에 안착했다. 페일 핑크부터 딥 핑크까지 총 아홉 종류의 핑크 사파이어 조각으로 그러데이션 효과를 구현했고, 블랙 세라믹 소재와 만나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J12 드리핑 아트 박스
네일 컬러를 흩뿌린 듯한 디자인을 적용한 리미티드 에디션. 총 5개의 J12 워치는 독립적 작품이면서도, 함께 모일 때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며 예술적 완성도를 높인다. 특별한 다이얼을 구현하기 위해 약 200시간에 걸친 그랑 푀 에나멜 기법을 기반으로 한 네일 컬러 드롭 표현을 개발했고, 안정적 발색과 세라믹 표면의 정밀한 접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다.

 interview 
아르노 샤스탱(Arnaud Chastaingt)

샤넬 워치는 패션 하우스의 경계를 넘어 워치메이킹과 오트 쿠튀르 세계를 유려하게 넘나들며 오트 오를로제리의 독자적 미학을 완성했다. 그 중심에는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를 이끄는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이 있다. 새로운 J12 컬렉션을 선두로 보이·프렌드, 코드 코코, 프리미에르, 그리고 샤넬 공방을 기리는 마드모아젤 프리베에 이르기까지 하우스의 수많은 상징적 타임피스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기여는 디자인을 넘어선 기술혁신에 있다. 2016년 무슈 워치의 칼리버 1을 시작으로 프리미에르 까멜리아 스켈레톤의 칼리버 2, 보이·프렌드 스켈레톤의 칼리버 3, J12 X-Ray 워치의 칼리버 3.1, J12 투르비용 다이아몬드 워치의 칼리버 5까지. 그가 개발을 주도한 다섯 가지 인하우스 칼리버는 샤넬 워치가 ‘패션 브랜드 시계’라는 인식을 넘어 진정한 워치메이킹 하우스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에서 2017년 프리미에르 까멜리아 스켈레톤 워치, 2018년 보이·프렌드 스켈레톤 워치, 2019년 J12 칼리버 12.1 워치로 수상한 이력은 기술적 성취와 비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워치스앤원더스에서 아르노 샤스탱과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샤넬 워치의 아이콘 J12가 최초의 컬러 버전을 출시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히스토리가 궁금하다. J12는 2000년 블랙으로 첫선을 보이고, 3년 후 화이트로 출시되었다. 그리고 올해 마침내 블루 세라믹으로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러한 창의적 시도는 기술적 바탕을 근간으로 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2000년 샤넬은 럭셔리 워치메이킹 최초로 세라믹으로 만든 워치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선보인 바 있다.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와 세라믹 부서 간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완성된 J12 블루는 샤넬 워치메이킹 매뉴팩처가 보유한 노하우의 최신 집대성이라 할 만하다.

여러 색상 중 왜 블루인가? 블랙 & 화이트의 양면성은 샤넬의 미학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코드다. 그러나 다양한 컬러 또한 샤넬의 작품에 늘 존재해왔다. 블루는 오랫동안 하우스의 컬러로 활용되며 패션, 향수, 주얼리에서 그 울림을 남겼다. 이번에 공개한 블루는 샤넬 워치메이킹을 위해 만든 특별한 컬러다. 광학에서 블랙 & 화이트는 색이 아니라 음영으로 여긴다. 블랙은 색과 빛이 전혀 없는 상태다. 그래서 블랙에 색을 입히고, 블루로 빛을 내고 싶었다. 그런 만큼 블랙도, 블루도 아닌 엄격한 우아함이 느껴지는 블루를 원했다.

강렬한 컬러와 에너지가 느껴지는 블러쉬 캡슐 컬렉션도 눈에 띈다. 100년이나 시대를 앞섰던 가브리엘 샤넬은 1920년대 향수 N°5와 세련된 메이크업 라인을 선보이며 향수와 화장품의 코드를 뒤흔들었다. 예로, 파우더와 립스틱을 블랙 래커 케이스에 넣어 평소에는 색을 숨김으로써 되레 색을 극적으로 드러냈다. 바로 이런 다면적 이중성을 워치메이킹에 적용하기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트 오를로제리에서는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와 펜슬, 브러시, 색소, 질감이 자연스럽게 드리핑된 아트 등을 적용했다. 그리고 이는 독창적 워치로 이어졌다.

프로텍트 미 애뮬릿 롱 네크리스의 메달리온에는 눈이 새겨져 있다. 그랑 푀 에나멜로 표현한 마드모아젤의 눈은 화이트 & 브라운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로 둘러싸인 것이 특징이다.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5037개를 세팅한 사자가 아스트로 클록 메커니즘을 품은 구체를 지키고 있다.

프리미에르 컬렉션은 새로운 브레이슬릿으로 변주되며 한층 풍성해졌다. 새로운 모델의 모티브는 무엇인가? 프리미에르 워치에 새로운 옐로 골드 브레이슬릿 장식을 더했다. 이는 샤넬 쿠튀르의 시그너처 요소인 브레이드에서 영감받은 것이다. 가브리엘 샤넬은 브레이드를 활용해 자신이 디자인한 옷의 윤곽을 강조하고 포켓과 손목을 장식해 실루엣의 구조미를 완성한 바 있다. 프리미에르 갈롱 브레이슬릿은 뱅글 형태로 프리미에르 컬렉션에 새로운 착용법을 제시하는 동시에 디자인에 확고한 쿠튀르 감성을 불어넣는다.

더 리옹 오브 마드모아젤 컬렉션은 오트 오를로제리 컬렉션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가브리엘 샤넬을 상징하는 사자를 다채롭게 활용한 점이 눈에 띄었는데, 특히 다이아몬드 아스트로 클록은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 사자는 샤넬 여사의 내면 세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오늘날 사자는 샤넬의 모든 작품에 걸쳐 빛을 발하며, 가브리엘 샤넬이 남긴 아이코닉한 코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오트 오를로제리 컬렉션의 핵심은 뛰어난 기술이 엿보이는 동물 조각이다. 스스로도 동물 조각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샤넬의 사자 조각은 첫 스케치부터 모델링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며 모습을 갖췄다. 이는 사자에 대한 깊이 있는 해부학적 지식과 섬세한 예술적 감각이 완벽한 균형을 이뤄야 가능한 작업이다.

 

에디터 최원희(wh@noblesse.com),박재만(pjm@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