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한 스카프의 역사
스카프는 예술과 패션을 넘어 시대와 문화를 표현한 스타일의 상징이다.
기능과 패션적 성격을 모두 따져봐도 스카프는 우아하다. 비단 화려한 패턴과 색감 때문만은 아니다. 몸을 타고 흐르는 유연한 성질을 지닌 ‘천’이라는 소재가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실루엣 덕분이다. 혹은 역사책이나 미술관에서 만난 왕족의 스카프 활용이 만들어낸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스카프는 액세서리 용도로 사용되기에, 어느 정도 장식적 속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스카프는 오랜 역사를 지닌 패션 아이템으로 여러 문화와 시대에 걸쳐 변화를 거듭했다. 시초를 논하자면,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그리스·로마에서 태양과 모래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남성들이 착용하던 것이 중세로 접어들면서 여성 의복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켈리, 히마티온, 크라바트 등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명칭이 사용됐다. 흥미로운 부분은 스카프가 오래전부터 신분과 권위를 상징하는 용도로 활용되었다는 점이다. 중세 시대 여성들은 비단이나 양모로 만든 화려한 스카프를 착용하며 사회적 지위와 부를 과시했다. 르네상스 시대로 오면서 화려한 자수와 장식이 추가됐고,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 고급스러운 실크 스카프가 남성복에 사용되며 용도의 폭이 넓어졌다.
제작 방식이 다양해진 시기는 19세기 산업혁명 무렵이다. 기계화된 덕분에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스카프는 액세서리 기능이 강화됐다. 실크나 캐시미어 같은 고급 소재의 스카프나 숄은 귀족 여성들 사이에 크게 유행했다. 엄격한 예절과 품위를 중시한 왕실의 영향으로 빅토리아 여왕도 스카프를 즐겨 사용했다. 보다 캐주얼한 영국 왕실 스타일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시대부터다. 그녀는 공식 석상에서 전통적 모자와 정장을 갖춰 입었지만, 레저 활동을 할 때는 머리에 스카프를 둘러 스타일리시한 면모를 드러냈다.
스카프가 대중적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20~1930년대다. 코코 샤넬 등 패션 아이콘으로 꼽히던 이들이 간결한 스타일에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스카프를 활용하는가 하면, 1937년 에르메스는 90×90cm의 정사각 실크 스카프를 선보이며 동시대 트렌드를 주도했다. 20세기 후반 할리우드 스타들의 영향도 크다. 그레이스 켈리, 오드리 헵번, 마를린 먼로 같은 스타들은 스카프를 헤어 액세서리나 드레스로 연출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유행의 흐름을 타고 패션 디자이너의 창의적 해석도 이어졌다. 이브 생 로랑이 1976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선보인 러시아 민속 의상에서 영감받은 풍성한 머플러 형태의 스카프, 베르사체가 1991 S/S 컬렉션에서 제안한 골드 바로크 문양의 실크 스카프, 장 폴 고티에가 1994년 S/S 컬렉션에서 해석한 스카프 프린트를 타투처럼 활용한 망사 톱이 대표적 사례다. 장 폴 고티에의 작품은 실크 스카프가 우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도전으로 인식됐다.
알렉산더 맥퀸이 2003 F/W 컬렉션에서 선보인 스컬 스카프, 에트로의 2014 S/S 컬렉션 속 페이즐리 스카프 패션, 피에르파올로 피촐리가 진두지휘한 발렌티노의 2022 S/S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스카프가 케이프처럼 보이도록 연출한 스타일링, 1950년대부터 이어져온 구찌 실크 스카프의 변천사를 재해석한 ‘The Art of Silk(아트 오브 실크)’ 프로젝트 등 오늘날에도 스카프를 향한 디자이너들의 애정 공세가 끊이지 않는다. 수 세기에 걸쳐 의류부터 뱅글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고민과 발전을 거듭한 스카프는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세련된 도구로 오랜 시간 인정받아온 클래식의 전형이다.
에디터 최원희(w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