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Truthful Companion

ARTNOW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7월 13일까지 열리는 〈론 뮤익〉전을 공동 주최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키아라 아그라디 큐레이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한 인물 조각 작업을 전개하는 작가 론 뮤익(Ron Mueck)이 지난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회고전을 개최한다. 약 30년 동안 쉬지 않고 작업하며 새로운 작품을 발표해온 그는 섬세한 표현과 조각의 규모로 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론 뮤익의 작품 10점과 그의 오랜 벗인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Gautier Deblonde)의 다큐멘터리 필름 2점, 작업실 사진 연작 10점까지 총 2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공동 주최로 열린다. 전시 기간 한국을 찾은 키아라 아그라디(Chiara Agradi) 큐레이터가 론 뮤익의 작품 세계는 물론, 재단과 작가의 관계에 관해서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마스크 II , 혼합 재료, 77×118×85cm, 2002, 개인 소장. ⓒ Ron Mueck ⓒ MMCA ⓒ Fondation Cartier. Photo by Kiyong Nam.

매스, 유리섬유에 합성 폴리머 페인트, 가변 크기, 2016~2017,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멜버른, 펠턴 유증, 2018. ⓒ Ron Mueck ⓒ MMCA ⓒ Fondation Cartier. Photo by Kiyong Nam.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공동 주최합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인지 궁금해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먼저 협업을 제안했어요. 우리 재단은 언제나 이런 협업 전시에 열려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두 팔 벌려 환영하죠. 아티스트의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믿으니까요. 협업 제안이 왔을 때 무척 기뻤고, 어떤 전시를 꾸릴지 적극적으로 논의했어요. 그렇게 론 뮤익 작가를 선정하게 되었죠.
국립현대미술관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너무 좋았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의 홍이지 학예사와 론 뮤익 스튜디오의 찰리 클라크 그리고 제가 주축이 되어 이번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전시 오픈 당일 관람객이 론 뮤익 작가의 작품과 강렬히 교감하고, 긍정적 에너지를 만드는 것을 보고 우리 셋의 호흡을 통해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한 협업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매스(Mass)’라는 작품을 설치할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볼 때마다 굉장한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이 작품을 위해 총 100개의 해골로 국립현대미술관을 수놓았죠. 이번엔 론 뮤익 작가에게 ‘장소’가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였어요. 작품을 위해 마련한 공간에 알맞게 설치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죠.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작가는 3D로 스케일 모델을 만들었어요. 해골 하나하나를 어디에, 어떠한 모습으로 배치할지 미리 정해놓은 거죠. 모두가 공 들여 작품을 설치한 다음 이 3D 스케일 모델을 정리하기 위해 각각의 해골을 종이로 포장하고 또 래핑했어요. 마치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만두를 빚는 듯한 느낌이 나서 재밌는 순간이었습니다. 아, 물론 ‘해냈다!’라는 뿌듯함도 함께 있었죠.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정했는지 궁금합니다. 론 뮤익 작가는 30여 년 동안 48점의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리 많은 작품 수는 아니죠. 다만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최초의 개인전이기에 여러모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전시의 기본은 ‘조화로움’에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염두에 두고 ‘국립현대미술관’과 ‘회고전’, 즉 공간과 전시의 성격에 맞는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또 론 뮤익 작가의 커리어를 대표하고, 그의 예술적 특성을 보여주는 작품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했죠. 그중에서도 ‘매스’는 2023년 프랑스 파리에서 선보인 전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2017년에 제작한 작품이지만, 론 뮤익의 작업 방식에 대한 많은 정보를 내포한다고 생각해요. ‘매스’를 내놓기 전에 작가는 1인 혹은 2인이 주가 되는 조각 작품을 만들며 디테일에 굉장히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매스’ 이후 조각 작품이 공간과 어떻게 호흡하고 상호작용을 하는지, 또 조각과 조각, 관람객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에 좀 더 주목하고 있어요. 한편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작가의 연결 고리를 드러낼 필요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컬렉션에서 ‘침대에서(In Bed)’와 ‘나뭇가지를 든 여인(Woman with Sticks)’ 2점을 선정해 선보이게 됐죠. 또 ‘치킨 / 맨(Chicken / Man)’처럼 뉴질랜드 외 국가에서 처음 선보이는 작품도 전시해 론 뮤익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명합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키아라 아그라디 큐레이터. 사진 김제원.
아래 왼쪽 유령, 혼합 재료, 202×65×99cm, 1998 / 2014, 야게오 재단 컬렉션. ⓒ Ron Mueck ⓒ MMCA ⓒ Fondation Cartier. Photo by Kiyong Nam.
아래 오른쪽 쇼핑하는 여인, 혼합 재료, 113×46×30cm, 2013, 타데우스로팍 컬렉션, 런던 · 파리 · 잘츠부르크 · 밀라노 · 서울. ⓒ Ron Mueck ⓒ MMCA ⓒ Fondation Cartier. Photo by Kiyong Nam.

좀 더 소개하고 싶은 작가의 작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나뭇가지를 든 여인’이란 작품을 소개하고 싶어요. 굉장히 신비롭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이 조각은 실제 사람 사이즈보다 훨씬 작게 만들었어요. 벌거벗고 있는데, 엄청난 무게의 나뭇가지를 안아 들었어요. 어떤 면에선 초현실적이면서 마치 꿈에서 본 것 같은 장면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론 뮤익은 이러한 작품을 통해 여성을 넘어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듯해요. 삶의 무게를 짊어진 한 여인, 그것을 우리 삶으로 치환했을 때 인물 조각을 통해 무게감으로 인한 고통, 하지만 반드시 해내겠다는 단호한 각오가 동시에 드러나죠.
모두 ‘매스’를 직접 마주하길 고대했어요. 실제 해골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동시에 압도적 규모를 통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극대화한 작품이죠. 2023년 파리에서 처음 봤을 때 ‘경이롭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 작품이에요. 저는 그 해골들이 무한한 가능성의 상자 속에 들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라스파이 대로에 위치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미술관은 유리로 둘러싸인 만큼 외부 환경 변화, 즉 계절의 변화와 빛의 변화를 수용하며 다채롭게 바뀌죠. 해골은 유럽 사람에게 ‘죽음’이라는 의미가 강해요. 특히 뻥 뚫린 공간에서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해골의 모습은 이러한 의미를 더욱 강렬하게 부각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또 체구가 작은 사람이다 보니 작품에 압도되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이 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보기 바랍니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활동에서 놀라운 점은 브랜드의 상업 활동과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거예요. 문화 예술은 기업의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되고는 합니다. 실제로 많은 한국 기업이 문화 예술 진흥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거나 예술과 밀접한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ESG를 실천하지만, 기업과 예술, 프로젝트를 서로 떨어뜨려 생각하기 어려운데 말이죠.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설립된 1984년으로 돌아가보면, 당시엔 예술과 하이엔드 브랜드의 관계가 지금처럼 끈끈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재단을 통해 작가들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공간에서 탐험하고 창작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작가의 예술성과 창의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브랜드와 철저히 분리할 수밖에 없어요. 그 원칙을 고수하며 40년간 여러 작가와 관계를 맺고 전시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재단의 성격이 명확하게 확립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기업의 브랜딩, 혹은 마케팅에 활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죠. 재단은 순수하게 예술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 활동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론 뮤익〉전 전경. ⓒ Ron Mueck ⓒ MMCA ⓒ Fondation Cartier. Photo by Kiyong Nam.

치 킨 / 맨, 혼합 재료, 86×140×80cm, 2019, 크라이스트처치 아트 갤러리 테 푸나 오 와이훼투 컬렉션,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 ⓒ Ron Mueck ⓒ MMCA ⓒ Fondation Cartier. Photo by Kiyong Nam.
아래 장 누벨의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전시 전경. © Jean Nouvel / ADAGP, Paris, 2025. © Andrea Rosetti.  

전 세계 아티스트를 서포트하고 있죠. 2017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론 뮤익 작가의 소장품 전시를 선보인 적이 있어요. 서울과 한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눈여겨본 작가가 있나요? 서울은 놀라운 도시예요. 이곳의 공간에는 정교함과 섬세함이 녹아 있어요. 카페에만 가봐도 알 수 있죠. 서울은 이제 ‘멜팅포트’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문화가 다양해졌고, 그만큼 각양각색의 활동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미래지향적 최첨단 도시의 전형이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도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놀라운 작업을 펼치는 작가로 이불 작가와 파킹찬스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불 작가는 이미 국제적 활동 기반을 마련했죠.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도 2007년 〈On Every New Shadow〉전을 통해 인연을 맺었습니다. 박찬욱 감독과 그의 동생인 박찬경 작가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 파킹찬스와는 2017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 소장품 전시를 기념하며 ‘격세지감’이라는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최근 ‘트리엔날레 밀라노’에서 열린 전시 〈우리의 시간(Il Nostro Tempo)〉에서 상영되기도 했죠. 그들 외에도 좋은 예술가가 많겠지만, 좀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요.
올 하반기 팔레 루아얄 광장에서 새롭게 시작할 재단의 미래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어떠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나요? 오는 10월 옮길 예정인 그 역사적 공간을 장 누벨 건축가와 함께 재단장 중입니다. 루브르 박물관과 가까운, 파리의 중심에 위치한 곳이죠.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국제적 활동을 펼치는 예술 · 학술 기관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가장 동시대적인 예술 활동을 국제적으로 선보이고 또 예술가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우리 재단의 활동을 잘 드러내는 사례입니다. 이 밖에도 상하이, 마이애미 등 다양한 도시에서 전시, 퍼포먼스, 컨버세이션 등을 펼치고 있어요. 팔레 루아얄은 지금까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다져놓은 기반을 계승하면서 또 다른 40여 년의 시간을 지탱해줄 요람이자 요충지 같은 곳이 될 거라고 믿어요.

〈장 누벨의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은 5월 10일부터 9월 14일까지 조르지오 치니 재단에서 2025 베네치아 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의 병행 전시인 〈장 누벨의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새로운 공간과 건축에 대한 비전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로, 프로젝션과 실물 크기 사진, 건축 계획안, 프로토타입, 모형 등을 통해 소개된다.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앞으로 공개될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새로운 보금자리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제공 김제원(인물), 국립현대미술관,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