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물들인 디올의 오디세이
지난 4월 19일 성공적 시작을 알린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전시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눈부신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시대를 초월해 재해석한 다양한 뉴룩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 ‘뉴룩’. © Kyungsub Shin
총 11개 전시관으로 구성한 디올의 대규모 회고전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는 방대한 아카이브와 함께 디올 하우스의 정체성, 그리고 75년의 유산을 조명하며 찬란한 역사를 기념한다. 볼거리로 가득한 전시는 디올이 추구해온 예술적 비전과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는 브랜드 창립 이후 상징적 장소로 자리매김한 ‘몽테뉴가 30번지’에서 시작된다. 희소한 아카이브 문서와 돔을 가득 메운 디자인 스케치가 디올의 역사적 순간을 되짚으며 관람객을 몰입감 넘치는 서사 속으로 이끈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영원한 스타일 아이콘 ‘뉴룩’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바 슈트 스커트의 곡선이 연상되는 이곳에서는 시대를 초월한 다양한 뉴룩을 감상할 수 있다. 꽃과 정원에 대한 열정은 서정적 공간 두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스 디올’이 주제인 공간은 에바 조스팽의 설치 작품이 어우러져 향기에 담긴 감성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다른 공간에서는 ‘쟈도르’의 이야기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조형물, 특별 제작한 보틀, 리한나가 착용한 황금빛 자수 드레스를 통해 다채롭게 전개된다. 거대한 달항아리를 본뜬 ‘디올 가든’은 별처럼 흩뿌려진 꽃들이 풍성한 매력을 드러낸다. 아티스트 김현주가 식물의 다양한 형태를 한지로 표현한 작품은 라란 컬렉션의 은행나무 벤치와 어우러져 특별함을 더하며, 로맨틱한 자수와 프린트를 머금은 아카이브 룩을 만날 수 있다. ‘컬러라마’는 룩, 핸드백, 슈즈, 향수 등 다양한 아이템을 컬러별로 구성해 시각적 즐거움을 전한다.
뒤이어 등장하는 순백의 공간 ‘디올 아틀리에’는 거울을 활용한 빛 반사를 통해 디올 재단사의 장인정신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디올의 유산’에서는 크리스챤 디올의 뒤를 이은 아티스틱 디렉터 여섯 명의 대표작을 통해 디올 하우스의 긴 여정을 되돌아볼 수 있다. ‘레이디 디올’은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코닉 백에 집중했다. ‘Dior Lady Art’ 프로젝트의 작품 아홉 점과 ‘Lady Dior As Seen By’ 콘셉트로 제작한 열일곱 점의 아트 피스를 소개하며, 한국 아티스트들의 시선을 통해 재해석된 디자인의 레이디 디올을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지수, 제니퍼 로런스, 셀린 디옹 등 디올과 함께 찬란한 순간을 만들어낸 셀러브리티가 착용한 의상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의 피날레는 디올 아티스틱 디렉터들이 사랑했던 축제의 순간을 구현한 공간으로, 파스텔 톤과 한국 전통에서 의미 있는 순백의 드레스가 무도회장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수 써니 박의 손길로 완성된 빛나는 설치 작품은 반짝이는 분위기와 어우러져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마법 같은 풍경을 완성한다.
전시는 7월 13일까지 진행되며, 입장권은 디올 공식 웹사이트에서 예매 가능하다.
Interview with Zadie Xa, Artist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전, 크리스챤 디올은 예술에 대한 깊은 열정을 지닌 갤러리 오너였다. 당신이 생각하는 패션과 예술을 잇는 연결 고리는 무엇인가? 예술과 패션은 우리 주변을 새롭게 바라보고 재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매개라고 생각한다. 환상적 세계를 창조하고, 개인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며, 지나온 경험을 되돌아보게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에 힘을 실어주고, 때로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예술과 패션은 결국 이야기를 전하는 수단, 곧 스토리텔링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디올과 함께한 작업에 대해 자세히 들려달라. 2022년에는 디올의 후원으로 화이트채플(Whitechapel)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수 있었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Lady Dior Art’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기존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할 수 있었던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함께한 아티스트들의 작업 역시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크리스챤 디올의 초상화를 맡았고, 이 역시 매우 뜻깊은 작업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새로운 작품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지. 어디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도 궁금하다. 나는 오래전부터 한국의 조각보, 텍스타일 그리고 회화에 등장하는 상징적 이미지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 작업에서는 그런 전통적 요소를 바탕으로 단순히 초상화를 넘어 무슈 디올이 중요하게 여긴 행운의 상징과 그만의 섬세한 관심사를 담아내고자 했다.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그의 내면 세계를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에디터 오경호(okh@noblesse.com)
사진 디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