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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사라진 자리

ARTNOW

우리는 목소리가 닿지 않는 존재에게 어떻게 말을 걸 수 있을까? 그 질문 끝에 남은 울음이, 5월 9일부터 7월 20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홍영인 작가의 개인전 〈다섯 극과 모놀로그〉를 통해 선보이는 신작 사운드 설치 ‘우연한 낙원’의 시작이다.

처음으로 두루미를 진지하게 바라본 건 DMZ에서였다. 아트선재센터의 후원으로 찾은 그곳에서 여러 날 두루미를 관찰했다. 인간을 피해 조용히 움직이던 그 새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나도 두루미를 따라 말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졌다. ‘우연한 낙원’은 그렇게 시작된 작업이다. 내가 쓴 ‘두루미와 나는’이라는 텍스트를 읽는 나의 목소리가 두루미의 소리로 바뀌며 사라진다. 내가 말하면 두루미가 울고, 말을 멈추면 울음도 멈춘다. 그 소리는 두루미의 울음도, 나의 목소리도 아니다. 자연과 인공 사이에서 어딘가 어긋나 있고, 어딘가 낯설다. 나는 두루미가 되고 싶었다.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닿을 수 없는 존재를 상상하고, 그 존재를 향해 내 목소리를 겹쳐보는 시도. 두루미가 되고 싶다는 내 소망은 실패할 수밖에 없기에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했다. 중앙 스피커에서는 내 목소리와 결합해 변형된 두루미의 울음이 흘러나온다. 주변 스피커에서는 DMZ에 서식하는 고라니, 들새, 풀벌레 같은 동물의 소리가 흐르며, 영상 자막을 통해 ‘두루미와 나는’ 텍스트를 읽을 수 있다. 그 사이에 선 관람객이 경험하는 완전하지 않은 만남, 이상한 거리. 그 낯섦 자체를 통해 가만히 두루미를 바라보며 내가 느낀 감각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구슬 홍영인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사진 아트선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