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wing with Art
도시와 비도시 지역 공간을 수놓은 7개 예술 프로젝트와 함께 예술이 어떻게 이곳을 밝게 물들였는지 살펴본다.
호주, 다크 모포(Dark Mofo)
호주 태즈메이니아에 위치한 신구 미술관(Museum of Old and New Art, MONA)에서 2013년 여름 ‘MONA FOMA’ 페스티벌의 겨울 버전으로 시작한 문화 예술 축제다. 남반구 동지(冬至)의 어둠을 밝히는 의미로 밤에 개최하며, 다양한 음악 공연과 함께 대규모 라이트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2013년 아트 컬렉터이자 미술관 오너인 데이비드 월시(David Walsh)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레이 카마이클(Leigh Carmichael), 음악가 브라이언 리치(Brian Ritchie)와 손잡고 시작했다. 첫해에 시각 미술과 사운드를 전개하는 일본 아티스트 이케다 료지의 15km 높이의 조명 설치 작품이 주목받았는데, 이는 지금도 MONA의 영구 설치 작품으로 남아 있다. 다크 모포는 호주의 다른 예술 축제와 차별화되는 급진적이고 도발적인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예술의 경계를 넓히고, 인간의 본성과 집단적 감정, 어둠과 빛이라는 상징을 다양한 형식으로 탐색한다. 이 축제는 단순한 ‘쇼’가 아니라, 예술의 다양성을 끌어안고 공동체가 함께 사유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지향한다. 2025년 올해는 6월 5일부터 21일까지 호주의 밤을 밝힌다.
사우디아라비아, 데저트 X 알룰라(Desert X AlUla)
‘데저트 X’는 예술이 건물을 벗어나 관람객과 소통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는 믿음으로 2017년 화이트워터 보호지역에서 코첼라까지 이어지는 지역에 16명의 작가가 작품을 선보이며 시작한 프로젝트다. 코첼라밸리에서는 총 네 차례 비엔날레가 열려 누적 17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짧지만 강렬한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저트 X는 2020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알룰라에 세계 각국의 작가를 초대해 다시 한번 현대미술이 어떻게 이 장엄한 사막 환경을 아름답게 수놓을 수 있을지 모색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김수자 작가가 참여해 ‘To Breathe – AlUla’를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녀는 사막의 기하학적 구조와 빛의 흐름을 반영한 설치 작업을 통해 사막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빛의 풍경을 구현해냈다. 데저트 X 알룰라는 이처럼 자연과 예술, 역사와 현재를 연결하는 예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랑스, 르 보야주 아 낭트(Le Voyage à Nantes)
프랑스 서부에 위치한 낭트는 브르타뉴 지방의 역사적 수도로, 파리에서도 기차로 불과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예술 도시다. 이곳이 예술 도시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12년에 시작한 특별한 프로젝트 ‘르 보야주 아 낭트’ 덕분. 매년 여름 예술가들이 도시 곳곳을 무대로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는데, 특정 주제를 바탕으로 매회 다양한 작품이 도시환경과 조화를 이뤄 새롭게 확장해가고 있다. 지금까지 무려 120점이 넘는 예술 작품이 곳곳에 설치되어 눈길 닿는 곳마다 신선한 자극을 준다. 그중에서도 다니엘 뷔랑(Daniel Buren)과 파트리크 부솅(Patrick Bouchain)이 함께 만든 작품 ‘고리’가 손에 꼽힌다. 18개의 고리로 이뤄진 작품은 강을 마주한 채 하나의 프레임이 되어 풍경을 담아낸다. 밤에는 붉은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빛나며 어둠을 밝히는 이 작품을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도구로 제시했다. 이 외에도 파브리스 이베르(Fabrice Hyber), 시릴 페드로사(Cyril Pedrosa), 장 쥘리앵(Jean Jullien), 로랑 페르보(Laurent Perbos)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예술가, 일러스트레이터, 건축가가 프로젝트에 참여해 도시의 풍경을 예술로 재해석해왔다.
미국, 하이라인 아트(High Line Art)
뉴욕은 명실상부 공공 미술의 성지다. 이 도시에는 시시각각 새로운 작품이 등장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또 다른 작품으로 교체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뉴요커에게 예술이라는 잠깐의 휴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인 아트는 뉴욕시 맨해튼 서쪽 약 2.3km 길이의 고가 화물 철로 구조물에 조성한 공공 공원에서 선보이는 독특한 프로젝트다. 2009년 시작해 장소 특정적 작품, 공연, 비디오 프로그램, 빌보드 작품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매년 선보인다. 이는 예술가에게 공원의 독특한 건축과 역사, 디자인과 창의적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주변 지역사회, 도시 풍경과의 생산적 대화를 이끌어 더욱 풍성한 도시 생활을 그려낸다. 지금까지 350여 명의 예술가가 세계 각국에서 참여했으며, 400점이 넘는 작품이 하이라인 아트를 통해 뉴욕 거리를 수놓았다.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까지는 미카 로텐베르그(Mika Rottenberg)와 타이 샤니(Tai Shani), 브리타 마라카트-라바(Britta Marakatt-Labba)와 장쉬잔(Zhang Xu Zhan)이 영성, 신체,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한 작품을 선보인다.
스위스, 아트 사피엔탈(Art Safiental)
스위스 그라우뷘덴주 사피엔탈 계곡에서 열리는 국제 예술 비엔날레. 예술 및 생태학 연구 기관 ILEA(Institute for Land and Environmental Art)에서 주최한다. 2016년 ‘New Land Art’라는 주제로 첫 번째 비엔날레를 개최했다. 그동안 우리가 봐온 전통적 대지예술에 현대적으로 접근하고 그 개념을 확장하는 동시에 자연환경과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새로운 예술적 접근법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결국 기존 대지예술을 재조명하며 현대사회와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중요한 자리를 마련하는 데 성공한 이들은 2018년 ‘Horizontal – Vertical’을 주제로 삼아 점점 더 발전시켜나갔다. 지난해에는 ‘What If? Song from Tomorrowlands’를 주제로 15명의 국제적 작가가 참여했다. 미래 사회에 대한 질문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행동할지 탐색했다. 또 이들은 사피엔탈 계곡의 지형과 역사, 글로벌 이슈를 반영한 설치 작업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과 소속감을 상상하며 ‘노래(song)’를 연결과 기억의 은유로 제시했다. 비엔날레는 스위스의 드라마틱한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며 초월적 장면을 만들어낸다.

Teresa Margolles, A Thousand Times in an Instant, 726 Plaster Imprints on Steel Armature, 246.8×455.6×211cm, 2024. Courtesy of the Artist and James Cohan, New York. © Teresa Margolles 2025.
영국, 네 번째 좌대(The Fourth Plinth)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공 미술 커미션일 네 번째 좌대 프로젝트. 1994년 트래펄가 광장의 비어 있는 좌대에 대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Evening Standard)〉에 왕립예술학회(Royal Society of Arts) 의장 프루 리스(Prue Leith)가 한 통의 편지를 보내며 시작되었다. 그 후 5년이 지난 1999년 마크 월링거(Mark Wallinger)의 작품 ‘Ecce Momo’를 처음 그 좌대에 설치하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의 막이 올랐다. 샘슨 캄발루(Samson Kambalu), 마이클 라코위츠(Michael Rakowitz),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 카타리나 프리치(Katharina Fritsch), 엘름그렌 & 드락세트(Elmgreen & Dragset),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 앤터니 곰리(Antony Gormley), 토마스 쉬테(Thomas Schütte) 등 당대 가장 주목받은 세계적 예술가들이 이 프로젝트를 거쳐갔다. 2025년 현재에는 멕시코 개념미술가 테레사 마르고예스(Teresa Margolles)의 작품 ‘Mil Veces un Instante’를 감상할 수 있다. 2026년까지 이어진다.
프랑스, 익스피리언스 포므리(Experience Pommery)
프랑스 랭스에 위치한 도멘 브랑켄-포므리(Domaine Vranken-Pommery)는 고대 로마 시대의 석회암 채석장 ‘크레예르(crayères)’를 샴페인 저장고로 쓰고 있다. 이 역사적 장소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브랑켄-포므리는 2003년부터 이곳을 현대미술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해 매년 세계 각국의 예술가를 초대해왔다. 동굴은 자연적으로 차고 건조한 온습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매우 독특한 전시 환경을 제공한다. 이 특별한 전시 프로그램이 국내에 알려진 계기는 올해 남춘모 화백의 전시 참여 소식이다. 남춘모 화백은 우리나라 전통 창살을 연상케 하는 대형 입체 격자무늬 작품을 선보였는데, 동굴의 독특한 공간을 활용해 빛과 그림자의 상호작용을 만들어냈다. 한 개인과 브랜드의 예술에 대한 헌신에서 비롯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컬렉션을 넘어 역사적 공간을 예술로 물들이는 시도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