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손에서 손으로 전수되는 아름다움

FASHION

‘손'을 통해 창작의 아름다움과 장인정신을 새롭게 조명한 보테가 베네타의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 속으로.

우리는 손으로 쓰고, 짓고, 짜고, 감각한다. 어떤 이는 손끝으로 멜로디를 따라 그리고, 누군가는 말 대신 수어로 의미를 전달한다.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빠르게 대체하는 지금도 여전히 손이라는 오래된 감각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노스탤지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손은 ‘창조’와 ‘전달’의 가장 직관적 매개이자 감각과 신체의 기억이 응축된 출발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가와 장인을 비롯해 손으로 뭔가를 행하는 창작자의 몸짓에서 시간이 각인된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그 안에 새겨진 미학에 감탄한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가 상징적 가죽 수공예 기법인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캠페인 ‘Craft is our Language’를 선보인다. 이번 캠페인은 브랜드가 지켜온 수공예적 가치와 창의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다양한 예술가와 함께 인트레치아토를 손의 은유적 상징으로서 재조명하는 자리였다. 이를 통해 손의 제스처가 지닌 보편적 의미와 아름다움, 그리고 그 가치를 탐구하고자 한다.
특히 올해 5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인트레치아토 캠페인은 밀라노 예술가이자 디자이너 브루노 무나리와 1963년 출간한 이탈리아 제스처 북 <Supplemento al Dizionario Italiano>에서 영감받았다. 캠페인은 손의 언어를 인트레치아토 수공예 본질과 연결하며 ‘손’이 어떻게 조형 언어를 넘어 사유의 수단이 되는지 탐색한다.
캠페인과 참여 예술가들을 소개하기 앞서, 올해 50주년을 맞은 인트레치아토 기법에 대해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6년 설립한 보테가 베네타의 창립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 수공예 기법은 1975년 처음 선보였으며, 얇은 가죽 스트랩인 페투체(fettuce)를 가죽 베이스 패널이나 나무 몰드에 따라 손으로 정교하게 엮어 완성한다. 이 작업은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리기도 하는, 장인의 인내심과 집중력이 필요한 고도 기술이다. 또 보테가 베네타의 ‘수공예와 창의성’이라는 원칙을 상징하는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인트레치아토는 세대를 거치며 형태, 크기, 색상, 구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지만, 그 본질은 장인에게서 장인으로 전수되며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바로 이것이 보테가 베네타의 철학이자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이다.

손으로 직조하는 메시지
손은 창작의 출발점이자 감각적 언어다. 이번 캠페인에는 장인 및 예술가 약 30여 명이 참여해 영화·패션·문학·음악·현대미술·스포츠 등 각 영역에서 ‘손’과 ‘제스처’, ‘몸짓’이 지닌 의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싱어송라이터 겸 레코드 프로듀서 잭 안토노프, 영화감독 다리오 아르젠토, 디자이너 에드워드 뷰캐넌, 예술가 겸 조각가 바바라 체이스-리부드, 싱어송라이터 네네 체리, 영화감독이자 레코드 프로듀서 데이브 프리, 배우 로렌 허튼, 아티스트 아이엔, 배우 트로이 코처, 배우 비키 크리엡스, 배우 테런스 라우, 배우 미야자와 리에, 배우 줄리안 무어, 테니스 선수 로렌초 무세티, 배우 서기, 작가 제이디 스미스, 가수이자 배우 따능, 래퍼이자 싱어송라이터 타일러 오콘마, 지휘자 로렌초 비오티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이 이름을 올렸다.
손의 감각은 종종 기억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캠페인에 참여한 인물 중 1995년부터 2000년까지 보테가 베네타 디자인 디렉터를 지낸 에드워드 뷰캐넌은 봉제사였던 할머니에게 배운 손끝의 기억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예술을 풀어냈다. “디테일은 결국 다 연결되어 있다”는 그의 말처럼 손은 삶과 창작, 기술과 감정 사이를 잇는 매개가 된다.
배우들은 손과 몸의 움직임을 통해 ‘이야기하는 신체’를 사유한다. 줄리안 무어는 손을 내밀거나 몸을 기울이는 작은 제스처에서 경험과 기억이 축적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그녀에게 신체는 흔적이 새겨지는 매체인 셈이다. 또 청각장애를 지닌 배우 트로이 코처에게 손은 곧 언어다. 그는 수어를 통해 예술을 풀어내며 “예술은 우리 영혼이 머무는 집”이라고 정의한다. 손은 표현의 도구이고, 예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점을 캠페인을 통해 다시 한번 환기한다.
반면, 손은 리듬과 상상력의 경계에서도 빛을 발한다. 뮤지션 타일러 오콘마는 음악을 들을 때면 손으로 자연스럽게 멜로디를 따라 그린다고 한다. 그는 피아노를 치거나 그림을 그릴 때 손이 ‘아름다운 움직임’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작가 제이디 스미스는 자신이 쓴 문장 속 인물의 제스처를 독자가 함께 상상하며 따라가는 그 순간을 ‘천국’이라 표현한다. 손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를 따라 읽는 손끝의 감각, 그 조용한 공명을 통해 진정한 서사가 완성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문학가로서 면모를 보여준다.

예술과 장인정신이 깃든 손의 대화
캠페인에 참여한 이들이 말하는 손은 제각각 다르지만, 그 안에는 공통된 인식이 흐른다. 손은 단지 도구가 아닌 감각의 연장이며 기억과 감정, 사유를 담는 매개다. 움직임은 말보다 먼저 기억을 불러오고, 침묵 속에서도 언어처럼 기능한다. 누군가는 그것을 창작의 시작으로, 누군가는 말없이 이어지는 교감으로, 또 어떤 이는 자유와 존재의 증명으로 받아들인다. 이번 캠페인이 보여주는 것은 손이라는 지극히 일상적 신체의 일부가 예술과 얼마나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새삼 일깨우는 과정이다.
보테가 베네타는 ‘손’과 ‘제스처’, ‘공예’라는 동일한 주제를 두고, 창작자들이 얼마나 다양한 언어와 감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는 공예적 기술을 통한 완성의 의미를 넘어 몸과 감각을 중심으로 예술 그 자체의 의미를 다시 묻는 시도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모든 창조가 손에서 비롯된다는 브랜드의 본질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보테가 베네타는 예술가와 장인의 경계를 부드럽게 흐리며, 창작의 본질에 주목한다. 영화감독, 디자이너, 문학가, 배우, 음악가, 스포츠인까지 각자 영역에서 손과 몸으로 사유하고 감각을 다루는 이들을 동시대 ‘장인’으로 상정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 정제된 기술과 깊은 몰입을 통해 완성되는 창작 과정은 본질적으로 닮았다. 결국 누군가의 손과 감각을 통해 구현되는 아름다움은 예술이든 공예든 경계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언어라는 점을 역설하는 것이다.
오는 9월, 보테가 베네타는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인물의 사진과 영상 시리즈, 그리고 브랜드 철학을 상징하는 제스처 50가지를 사전 형식으로 엮은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인트레치아토 50주년을 기념한 이 출간물은 손이라는 테마로 창작과 사유, 전통과 감각이 교차하는 상징적 아카이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손의 움직임은 넘쳐나는 이미지와 가상성이 팽배한 현재, 예술이 ‘감각’과 ‘존재’를 어떻게 다시 실재화할 수 있는지 되묻는다. 결국 창작은 가장 오래된 언어로부터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보테가 베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