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우리에게 열린 문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린 ‘대이집트 박물관’이 7월 3일 그 문을 연다. 이 땅에 잠들어 있던 귀중한 보물을 살펴볼 시간이다.

Exhibition View of 〈Tutankhamun – The Immersive Exhibition〉(2023.11 ~ 2024.5). © Grand Egyptian Museum.
메소포타미아와 함께 인류 문명의 요람으로 불리는 이집트. 이곳에는 지금까지 발견된 그리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못한 수많은 보물이 잠들어 있다. 올해 이집트는 문화적으로 큰일을 앞두고 있는데, 바로 대이집트 박물관(Grand Egyptian Museum, GEM) 오픈이 그것이다.
GEM은 실로 오래된, 마치 전설 같은 프로젝트다. 그 시작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카이로에 큰 지진이 일어나 구 이집트 박물관에 구조적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또 계속되는 발굴 작업으로 소장품도 넘쳐나는 상황이라 이집트 정부는 역사적 유물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995년 정식으로 GEM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2002년이 되어서야 국제 설계 공모전을 실시했다.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당선된 곳은 아일랜드 더블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헤네건 펭 아키텍츠(Heneghan Peng Architects)’다. 하지만 그 후에도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다. 2012년 완공을 목표로 닻을 올린 프로젝트는 계속 표류하기 시작했다. 2010년 말부터 2012년까지 발발한 대규모 반정부 사회운동 ‘아랍의 봄(Arab Spring)’도 한몫했다. 그렇게 무산되는 줄 알았던 GEM 프로젝트는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2025년 드디어 대중에게 그 문을 열게 되었다.
긴 기다림 끝에 마주하는 ‘완성’은 모두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기 마련이다. 지난 2023년과 2024년 GEM은 부분 개관을 통해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시작했다. 먼저 박물관은 시대를 초월한 피라미드의 웅장함을 반영했다. 아니, 더 직접적으로 이집트 역사를 집약한 또 하나의 ‘피라미드’로 만들었다. 박물관 입구에는 약 11m에 달하는 ‘람세스 2세’ 화강암 석상이 지키고 서 있다. 카이로 람세스 광장에 자리 잡고 있던 석상을 수개월에 걸친 준비 과정 끝에 이곳으로 옮겨온 것. 가장 이집트를 빛낸 고대의 인물 석상이 관람객을 맞고, 그렇게 박물관은 그곳의 10만 점이 넘는 유물이 저마다 빛나는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가 되었음을 알린다.
GEM은 단순히 유물을 모아 전시하는 박물관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고대 이집트의 세계관인 ‘삶의 흐름’이다. 대표적 테마를 꼽아보면 ‘삶과 죽음’이다. 고대 이집트인은 죽음을 단순히 이생의 끝이 아닌, 사후 세계로 가는 여정으로 여겼다. 그래서 압도적 규모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벽화와 생활용품 그리고 관과 미라까지 죽음 이후의 삶을 위해 준비했다. 고대 이집트인의 이러한 생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투탕카멘 컬렉션’이다. 다행히 도굴꾼의 손길을 피한 투탕카멘 무덤에서 발굴한 약 5000점의 유물이 한곳에 모인다. 그가 신던 샌들, 의식용 침대, 황금관, 그리고 사후 세계를 위해 준비한 리넨 옷까지 모두 전시한다. 특히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은 누구나 죽기 전에 한 번쯤 꼭 봐야 할 유물로 손꼽히며, 이 전시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직선적으로 큐레이팅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MAD(Madrid Artes Digitales)와 협력해 ‘몰입형 전시’를 표방하는 이곳은 최첨단 디지털 프로젝션 기술을 활용해 이 어린 왕의 생애와 그와 관련된 전설, 현재까지 풀지 못한 미스터리 등 3400년 넘게 이어진 역사를 감각적으로 재현해낸다. 그 효과를 통해 박물관이 역사를 간직한 아카데믹 공간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복합적 문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
역사 속에서 약자는 언제나 강자에게 많은 것을 빼앗겼고, 이집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랜 세월 이집트의 귀중한 역사적 보물은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었다. 영국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베를린 신박물관 등에서 그 유물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집트는 자신만의 터전을 만들었다. 그것도 매우 화려하고 웅장하게. 이곳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의 역사를 담은 보고가 될 것이다. 7월 3일, 우리는 새로운 박물관의 출현을 축하하는 동시에 ‘문화재 반환’이라는 중요한 사회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대이집트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