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만난 샤넬 크루즈 컬렉션
이탈리아 코모 호수의 빌라 데스테에서 포착한 샤넬 2025/26 크루즈 컬렉션의 다채로운 면면.
여유로움이 흐르는 곳, 빌라 데스테
부드러운 햇살이 수면을 스치고 실크 스카프 자락이 테라스 위를 가볍게 넘실댄다. 샤넬 2025/26 크루즈 컬렉션 초대장에 동봉된 사진 속 코모 호수와 빌라 데스테의 첫인상이다. 지난 4월 29일, 샤넬은 시간이 멈춘 듯한 코모 호수의 빌라 데스테에서 전 세계 프레스와 VIC 및 셀러브리티를 초대해 2025/26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였다. 르네상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고풍스러운 호텔 빌라 데스테는 한때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윈스턴 처칠이 사색에 잠기고, 가브리엘 샤넬의 오랜 친구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이 영감을 얻은 곳이다. 450년 넘는 세월 동안 예술가들의 은신처로 사랑받아온 이곳은 ‘우아한 탈일상’의 상징과도 같다. 이번 쇼는 바로 이 호텔의 테라스와 정원을 런웨이 삼아 펼쳐졌다. 오는 10월 마티유 블라지의 데뷔 쇼를 앞둔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팀은 빌라 데스테의 호화로우면서 절제된 우아함을 샤넬의 상징적 코드에 녹여내 여유로움이 감도는 컬렉션을 완성했다.
‘호텔 라이프’의 우아한 판타지
컬렉션의 핵심은 ‘호텔 라이프’로, 일상을 벗어나 만나는 새로운 자아에 관한 판타지다. 외부 세계와 분리된 아름다운 섬 같은 호텔에서 일상의 자아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페르소나를 만나는 순간, 옷차림은 단순한 의복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소피아 코폴라가 연출한 이번 크루즈 쇼 티저 영상은 ‘현실 속 나와는 조금 다른, 어딘가 떠나 있는 동안의 나’라는 주제로 이 감성을 정확히 포착했다. 컬렉션 전반에 깔린 살구색과 핑크·블루 컬러의 러플 장식 태피터 미니 볼 가운은 코모 호수의 빛나는 물결을 연상시키고, 햇살에 물든 옐로·오렌지 컬러는 빌라 데스테의 건축적 색조를 반영했다. 호텔 가운에서 영감받은 트위드 재킷부터 코모산 실크 스카프까지, 모든 요소는 활기차고 사색적인 이탈리아식 휴양의 정취를 담아냈다.
낮과 밤의 조화로운 리듬
이번 컬렉션은 하루의 순환을 절묘하게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낮에는 크루즈 코드를 반영한 스트레이트컷 화이트 팬츠와 딸기 아이스크림 컬러 피코트, 블루 & 화이트 스트라이프의 저지 팬츠 슈트가 경쾌함을 더하고, 밤이 되면 댄스에서 영감받은 다채로운 스팽글로 장식한 가볍고 유연한 트위드 소재 팬츠 슈트와 이브닝 파자마, 골드 루렉스 다마스크 세트, 그리고 아이코닉한 샤넬의 라메 소재로 완성한 핑크 & 오렌지 컬러 스트라이프 백리스 점프슈트 등이 등장하는 식이다. 아울러 검은색 태피터 뷔스티에 미니드레스에 가벼운 케이프를 걸쳐 여유로운 여름 저녁의 감성을 표현했고, 비즈와 라인스톤 브레이드를 장식한 아이보리 블라우스와 볼륨 있는 슬리브, 그리고 화이트 태피터 이브닝 팬츠의 조합은 빛을 머금은 듯 근사한 실루엣을 드러낸다. 빌라 데스테의 정원도 컬렉션에 스며들어 목련, 등나무, 동백, 철쭉이 레이스워크와 자수로 재탄생했다. 이 섬세한 플로럴 모티브는 비즈 브레이드 장식의 블랙 스커트 슈트부터 시폰 플라워를 줄무늬로 수놓은 플레어 드레스, 크롭트 팬츠와 스펜서 재킷의 화이트 슈트 룩으로 표현되었다.
룩을 완성하는 결정적 요소
샤넬의 액세서리 스타일링은 언제나 전체 룩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번 크루즈 컬렉션 역시 샤넬 특유의 위트를 더한 유쾌하고 멋스러운 액세서리가 수집 욕구를 자극했다. 진주 네크리스와 미노디에르, 플라워 장식 선 해트, 할리우드 스타가 연상되는 롱 글러브, 젤라토 모티브 백, 체인 핸들의 커다란 비치 토트백과 에나멜 뮬까지. 모든 액세서리는 타임리스한 매력과 대담한 태도를 동시에 보여준다. 특히 헤어와 손목, 샌들 발목에 다양하게 활용한 실크 스카프는 여행지에서 만끽하는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듯했다. 그뿐 아니라, 크루즈 컬렉션의 전형적 코드도 놓치지 않고 곳곳에 적용해 시선을 끌었다. 스트레이트컷 화이트 팬츠와 컬러풀한 스트라이프의 니트 카디건, 하이웨이스트 트위드 쇼츠, 레이스 홀터 톱, 폴로셔츠 등 1930년대 스타일의 리조트웨어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해 질 무렵, 코모 호수에 일렁이며 반짝이는 빛처럼 샤넬 2025/26 크루즈 컬렉션은 찰나의 아름다움과 판타지를 탈일상의 찬란한 여정으로 승화시켰다. 가브리엘 샤넬의 유산이 햇살 아래 빛나는 섬세함과 품격이 깃든 무심함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여행 중인 여유로운 나, 자연과 조화로운 낯선 도시의 빛, 일상에서 벗어나 드러나는 세련된 취향.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한 편의 아름다운 여름 영화를 완성했다. 아주 우아하고 드라마틱하게.
에디터 유은정(ejyoo@noblesse.com)
사진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