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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 & Marbles

ARTNOW

루브르 박물관 전시를 마치고 시카고로 옮겨온, 19세기 로마 토를로니아 왕자들이 수집한 고대 로마 조각 작품 컬렉션이 뒤바꿀 예술계 풍경에 대하여.

Statue of Emperor on Throne with Portrait of Augustus. Photo by Lorenzo de Masi. © Fondazione Torlonia.

‘바람의 도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국 시카고에 올해 3월부터 이탈리아에서 불어온 돌풍이 더해졌다. 이를 몰고 온 주역은 전 세계 개인 컬렉션 중 가장 많은 고대 로마 조각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토를로니아 컬렉션(Torlonia Collection)’으로, 오는 6월 29일까지 아트 인스티튜드 오브 시카고(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관람객을 특별한 시간 여행으로 안내한다. 〈Myth and Marble: Ancient Roman Sculpture from the Torlonia Collection〉전은 지난 2020년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Musei Capitolini)에서 처음 공개한 후 유럽을 벗어나 선보이는 최초 조각 컬렉션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깊다. 미국 시카고와 텍사스, 캐나다 몬트리올을 순회하는 이번 전시는 토를로니아 컬렉션의 주요 소장품 58점으로 구성했으며, 그중 새롭게 보수한 24점의 작품은 무려 100여 년 만에 공개하는 것이다.

The Torlonia Nile, Formerly the Barberini-Albani Nile, Coloured Marble, Imperial Era. © PH Agostino Osio. © Fondazione Torlonia.
아래 Exhibition View of 〈Myth and Marble: Ancient Roman Sculpture from the Torlonia Collection〉. © PH Agostino Osio. © Fondazione Torlonia.

지난해에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7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은 토를로니아 컬렉션은 19세기에 활동한 프랑스계 이탈리아 은행가 조반니 토를로니아(Giovanni Torlonia) 왕자와 그의 아들 알레산드로 토를로니아(Alessandro Torlonia)가 수집한 것으로, 현재 토를로니아 재단(Torlonia Foundation)에서 관리하고 있다. 로마 바티칸 박물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평가받는 이 컬렉션에 속한 작품은 총 622점이다. 1876년 알레산드로 토를로니아 왕자 소유의 박물관에서 극소수에게만 선보이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2020년까지 단 한 번도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아서인지, 다른 개인 컬렉션 전시보다 큰 기대와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왔다. 600점이 넘는 소장품 중 브론즈로 제작한 단 한 점을 제외한 모든 작품이 대리석 조각이라는 사실 역시 토를로니아 컬렉션의 명성에 힘을 더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조각은 기원전 5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 초까지 제작한 것이다. 대부분 로마제국 황금기인 1~2세기에 완성했기에 고대 로마 조각상을 대표하는 양식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토를로니아 컬렉션의 상징(Icons of the Torlonia Collection)’, ‘황실 초상화(Imperial Portraits)’, ‘토를로니아 발굴(Torlonia Excavations)’, ‘우수한 복원(Exceptional Restorations)’, ‘신과 여신(Gods and Goddesses)’, ‘장례 조각(Funerary Sculptures)’ 총 여섯 가지 주제로 분류한 작품은 각각 로마제국의 번영을 일으킨 사회적 가치, 종교적 신념, 정치적 권력 등을 생동감 있게 담아냈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섹션은 컬렉션의 대리석 소장품 중 반복적으로 회자되는 ‘Portrait of a Young Woman, Known as the Maiden of Vulci’가 속한 ‘토를로니아 컬렉션의 상징’이다. 이 작품은 아우구스투스 초기 시대 여성을 묘사한 고대 로마 초상 조각의 대표적 예시로, 뚜렷한 이목구비와 사실적인 안면 구조 덕분에 눈앞의 흉상이 어느 순간 고개를 돌려 정면을 응시할 것 같은 상상을 하게 한다.
전시 개최에 앞서 토를로니아 재단의 디렉터 카를로타 로베리니 보타(Carlotta Loverini Botta)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희귀한 명작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이번 전시가 고대의 세계와 예술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공감대를 일으키기 바란다.” 그동안 밀레니엄 파크에 설치되어 도시의 명물로 자리매김한 애니시 커푸어(Anish Kapoor)의 ‘Cloud Gate’와 매해 4월 개최하는 국제 아트 페어 엑스포 시카고(Expo Chicago) 등으로 인해 현대미술과 두터운 연결 고리를 형성해온 시카고가 인간의 생애를 초월한 신비로운 고대 로마 조각의 배경으로 변모했으니, 보타의 바람이 실현된 듯하다.

 

이승민(wh-bn 대표)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토를로니아 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