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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on View

ARTNOW

책은 마음의 양식. 미술, 음악, 디자인, 건축 등 예술적 소양을 기를 시간이다.

 예술계 
하워드 베커, 한울아카데미

하워드 베커는 1982년 출간한 이 책을 통해 예술사회학에 중요한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술 작품을 단순히 작가의 창작물로 보지 않은 그는 작가들이 예술계의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작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예술 창작에 필수적 관례는 무엇이고, 집합적 활동은 예술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연구했다. 이번에 새롭게 펴낸 한국어 번역본은 베커가 저명한 프랑스 사회학자 알랭 페싱과 나눈, 예술이 창작되는 확장된 사회 시스템에 대한 대화를 새롭게 추가해 예술에 관한 다채로운 시각을 녹여냈다.

 정물화 속 세계사: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물들 
태지원, 아트북스

이 책은 자본주의의 역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정물화에 등장하는 해골과 시계, 성서 등은 부르주아계급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청어와 튤립은 시장경제의 급격한 부침을 상징한다. 후추와 오렌지는 유럽의 세계경제 장악을, 설탕, 초콜릿, 커피는 유럽을 비롯한 서양이 다른 대륙을 어떻게 착취하며 부를 축적했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총 15점의 정물화를 통해 세계사의 흐름을 따라간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화가의 정보를 면밀히 따라가며 세계사를 가장 생생하고 역동적으로 재구성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트 컬렉터의 시대: 글로벌 미술 시장의 역사와 지금 
고동연, 다할미디어

현대미술 시장에서 아트 컬렉터는 언제, 어떻게 영향력을 키웠을까? 또 시장에서 컬렉터의 역할은 무엇일까? 저자는 20세기부터 아트 컬렉터의 행보를 추적하며 미술 시장의 발전, 돈의 흐름, 시장 확장을 위한 미술계 인사들의 전략 등을 면밀히 살핀다. 그동안 컬렉터는 미술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예술가나 후원자와 비교할 때 창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컬렉터를 중심에 둔 이 책의 출간이 더욱 반가운 이유다. 그들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저자는 미술 시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현존의 아름다움: 미술로 보는 한국의 평온미 
최광진, 현암사

100여 점의 우리나라 작품에 깃든 ‘평온의 미학’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4장에 걸쳐 혼란하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 1장에서는 고대 불교 조각을 살펴본다. 반가사유상, 석굴암, 마애불, 창령사지 오백나한상이 머금은 은은한 미소를 볼 수 있다. 2장에서는 고려 불화를 대표하는 수월관음도, 지장보살도 등에 담긴 의미를 되새긴다. 조선 문인화를 통해 인생 전반에 걸쳐 좇는 평화로움을 살피는 3장을 거쳐, 4장에서는 박수근, 최종태, 김수자로 대표되는 한국 현대미술에 깃든 치유의 미학으로 마무리한다.

 메멘토 아르스: 보고, 듣고, 느끼며 
신인선 · 차호성, 모노폴리

예술사적 의미와 특정 작품을 중심으로 융합적 관점에서 미술사를 조명하는 책이다. 1장에서는 예술의 개념을 정리하고, 2장에서는 신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비교 분석해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언어를 어떻게 구축해왔는지 살핀다. 3장에서는 종교와 예술의 불가분한 관계를 다루고, 4장과 5장은 18세기 고전주의 시대에 집중한다. 6장에서는 낭만주의를 조명하고, 7장에서는 예술 창작에 영향을 준 과학의 발전과 함께 20세기 예술로 나아간다. 저자들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양 예술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음악 수업 
파스칼 키냐르, 안온북스

한국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세상의 모든 아침〉과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의 기원이 되는 작품. 저자의 글은 다양한 예술과 철학 그리고 접근법을 담은 종합예술로 읽히곤 한다. 이 작품은 특히 ‘음악과 글’에 대한 개괄적 생각과 지향점이 잘 드러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마랭 마레라는 음악가가 변성기를 겪으며 성가대에서 쫓겨난 후 제2의 출생을 깨닫는 과정, 중국 고대 연주가에게 받는 음악 수업까지 총 세 가지 에피소드를 철학적 에세이와 설화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음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전달하는 책이다.

 탈주택: 공동체를 설계하는 건축 
야마모토 리켄 · 나카 도시하루, 안그라픽스

2024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야마모토 리켄이 동료 건축가 나카 도시하루와 함께 쓴 책이다. 산업혁명 이후 당연하게 받아들인 ‘1가구 1주택’의 개념을 비판하며 건축을 통해 새로운 주거 방식을 모색하고자 펜을 들었다. 이들은 단순히 더 나은 주택이 아니라 건축으로 더 좋은 삶의 방식, 더 나아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공동체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결과를 책에 녹여냈다. 주택 안팎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무는 방법부터 주거 모델 탐색까지 모두 포함했다. 건축에 관심 있는 이에겐 필독서다.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 침묵의 피아니스트를 그린 20가지 데생 
이타가키 지카코, 봄날의책

‘침묵의 피아니스트’라고 불린 라두 루푸는 인터뷰나 녹음을 일절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2022년 4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긴 세월 극단적으로 말을 아껴온 그는 음악으로 그만의 사유를 전달해왔다. 한데 저자가 그에 관한 책을 내겠다는 뜻을 전했을 때 라두 루푸는 선뜻 동의했다고 한다. 물론 그가 직접 인터뷰에 응한 것은 아니다. 언드라시 시프, 다니엘 바렌보임, 정경화, 조성진, 미샤 마이스키, 마티아스 괴르네 등 그와 음악을 통해 교류한 음악가, 조율사, 매니저, 작가 등 20인의 생생한 증언을 더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