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롭게 빛으로 물든 타오르미나의 밤
시칠리아의 아름다운 고대 도시 타오르미나에서 베일을 벗은 불가리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폴리크로마’ 컬렉션. 로마의 유산과 전 세계의 예술적 영감이 만나 탄생한, 시선을 압도하는 컬러 젬스톤이 펼쳐내는 찬란한 광채 속으로.

마스터피스 중 하나인 셀레스티얼 모자이크 네크리스.
시칠리아 북동부의 에트나산과 이오니아해 사이에 위치한, 고요한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도시 타오르미나.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흐린 타오르미나는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곳이다. 불가리는 이 고대 도시를 무대로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폴리크로마(Polychroma)ʼ를 공개했다. 콜로세움의 웅장함부터 로마 국립 현대미술관의 세련된 라인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미래를 잇는 로마 유산과 전 세계 문화에서 영감받은 이번 컬렉션은 컬러 젬스톤의 향연을 넘어 감각과 철학, 기술이 어우러진 총체적 경험으로 완성되었다.
14세기 수도원에서 피어난 색채의 향연
불가리가 폴리크로마 컬렉션을 선보이는 쇼룸으로 선택한 곳은 산 도메니코 팰리스 호텔이다. 14세기 수도원이었던 이곳은 1896년 호텔로 리모델링해 포시즌 호텔로 사용하는 지금도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새로운 컬렉션 250여 점을 포함한 하이 주얼리 600점과 하이엔드 워치, 하이엔드 퍼퓸 및 하이 주얼리 백을 전시한 쇼룸은 색채, 구조, 재료, 조명 모두 하나의 건축적 설치물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이 중 ‘밀리언 달러 피스ʼ 60점과 ‘갤러리 오브 원더스(Gallery of Wonders)ʼ라는 공간에 전시된 궁극의 마스터피스 다섯 점은 화려한 모습 이면에 정교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특히 마스터피스 다섯 점은 컬러 젬스톤 활용의 귀재인 불가리만의 풍성한 색채와 대담한 예술 언어를 압축해 압도적 인상을 전했는데, 마스터피스 중 하나인 ‘코스믹 볼트(Cosmic Vault)ʼ 네크리스는 123.35캐럿의 스리랑카산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사파이어 331개와 200개 넘는 구성 요소로 완성된 구조미가 돋보였다. 이 마스터피스는 하늘이 연상되는 로열 블루로,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위한 66캐럿 사파이어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반면 ‘셀레스티얼 모자이크(Celestial Mosaic)ʼ는 타지키스탄산 131.21캐럿 스피넬을 중심으로 무굴 문양과 예리코의 모자이크에서 영감받아 동서양의 대화를 펼쳐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피스인 ‘폴리크로마틱 블룸(Polychromatic Bloom)ʼ은 500개 이상 로즈 골드 구조물 위에 106.36캐럿 루벨라이트, 55.52캐럿 페리도트, 55.11캐럿 탄자나이트가 꽃을 피우듯 배치되어 생명력과 화려함의 정수를 구현했다. 기술 영역에서도 불가리는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하이 주얼리 최초로 ‘커넥티드 주얼리ʼ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 마이크로 인그레이빙 기술을 적용해 보석 하나하나에 고유의 디지털 정체성을 부여했는데, 이를 통해 소재와 희소성, 장인정신에 대한 이야기가 보석 자체에 내장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탄성을 자아내는 섬세하면서 담대한 광채
대망의 갈라 디너는 타오르미나 도시 전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그랜드 호텔 티메오의 파노라믹 테라스에서 열렸다. 이곳에서 바라본 저녁노을은 시간의 색 그 자체였고, 불가리는 이 장면을 시각적 서사로 확장했다. 칼타지로네(Caltagirone, 시칠리아의 마을) 세라믹과 현지 과일, 플라워, 그리고 신고전주의 조각상이 클래식하면서 우아하게 어우러진 테이블 세팅은 폴리크로마의 색채를 식탁 위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 매혹적인 분위기를 완성해 참석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글로벌 앰배서더 리사, 프리양카 초프라, 비올라 데이비스, 김지원 또한 존재만으로도 컬렉션의 예술적 무드를 체현하고 있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고대 그리스 원형극장에서 열린 퍼포먼스에서 정점에 달했다. 로마 황제 시대에 지은 이 극장은 불가리의 새로운 예술 언어가 펼쳐지는 무대가 되어 쇼에 초대된 이들을 맞이했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고조시킨 퍼포먼스는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의 작품으로, 투명한 베일로 구성한 무대를 활용해 빛과 움직임, 감정의 삼중주를 연출함으로써 뒤이어 선보일 주얼리 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프란체스코 무라노의 의상을 입은 모델들과 함께 등장한 불가리의 폴리크로마 컬렉션은 모델들의 움직임에 따라 아름다운 광채를 뿜어냈다. 단순한 주얼리 쇼가 아닌 하나의 시적 체험과도 같은 영감과 감동을 전한 이 무대를 본 이들은 감탄과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불가리의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치아 실베스트리의 말처럼 “색은 장식이 아닌 본질”이었다. 색은 불가리에 단순한 장식이 아닌 기억이자 문화이며, 감정과 상징이다. 타오르미나에서 먼저 감상한 폴리크로마 컬렉션은 불가리의 그러한 철학을 작품과 공간, 공연, 그리고 기술로 변주해낸 복합적 예술 선언이자 하이 주얼리를 넘어선 감각과 감정의 언어였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해 숨은 색을 드러내듯, 불가리는 이번 폴리크로마 컬렉션을 통해 하이 주얼리가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깊고 풍부해질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Interview with Corinne le Foll
BVLGARI Jewelry Business Unit Managing Director
폴리크로마 컬렉션을 대표하는 작품은 무엇이며, 그 안에 담긴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폴리크로마 컬렉션의 히어로 피스 중 하나는 루벨라이트, 페리도트, 탄자나이트가 포함된 ‘폴리크로마틱 블룸’이라는 네크리스입니다. 중앙의 루벨라이트는 106.36캐럿, 페리도트와 탄자나이트는 각각 55.52캐럿과 55.14캐럿입니다. 정말 멋지죠. 이 네크리스는 고대 로마의 ‘플로랄리아(Floralia)’ 축제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으로, 봄의 여신 플로라와 겨울 이후 자연의 생동감 넘치는 부활을 기념합니다. 3개의 카보숑 컷 젬스톤을 처음 보았을 때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치아 실베스트리는 마치 서로를 부르는 듯한 울림을 느꼈다고 합니다. 중심의 루벨라이트는 그야말로 ‘완벽한 카보숑’을 상징하죠. 500개 이상 파츠로 구성된 이 작품은 마스터 금세공 장인 세 명이 협업한 것입니다. 입체적 구조감과 함께 유연한 착용감을 실현해 풍부한 볼륨감 속에서도 놀랍도록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합니다.
‘폴리크로마’라는 이름은 매우 상징적이면서 시각적 울림을 지녔습니다. 네이밍 과정에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폴리크로마는 폴리(poly, 다수, 다양한), 크로마(chroma, 색),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마(Roma)가 결합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콘셉트는 불가리에 자연에서 발견하는 모든 색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어요. 실제로 이번 컬렉션에서 56종의 보석을 사용하기도 했고요. 불가리는 색, 형태, 컷 등 전혀 다른 요소를 조화롭고 유려하게 아우르는 데 오랜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췄습니다. 무한한 형태와 모티브, 끝없이 펼쳐지는 색의 스펙트럼, 그리고 로마의 생동감 넘치는 빛과 반사를 담아낸 이번 컬렉션은 600점에 이를 만큼 방대합니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색상의 나열이 아니라 다층적 문화와 감성의 레이어를 색채로 번역한 서사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초기에는 라틴어 기반의 다른 이름도 검토했지만, 이 단어의 시각적·언어적 힘이 우리의 의도를 가장 잘 담아낸다는 결론을 내렸죠.
색채의 향연이 중심인 이번 컬렉션에서 컬러를 구현할 때 특히 주목한 보석이나 희귀 스톤, 아울러 혁신적 세팅 기법이 있다면 소개 부탁합니다. 이번 멧 갈라에서 공개한 네크리스를 보셨나요? 우리는 이번 폴리크로마 컬렉션의 갤러리 오브 원더스의 하나인 매그너스 에메랄드(Magnus Emerald) 네크리스를 위해 241.06캐럿에 달하는 희귀하고 장엄한 에메랄드를 작업했습니다. 불가리가 세팅한 최대 크기의 컷 스톤이죠. 1970년대 아이코닉 디자인에 대한 오마주로 탄생한 이 네크리스는 사실 클래식하면서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폴리크로마가 지닌 다채로운 미학과 다중적 감성을 반영하기 위해 세팅할 때 창의성이 요구되었죠. 그중 가장 도전적인 과제는 메인 스톤과 베젤의 비율을 정교하게 조율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세팅 전체가 가볍고 섬세해 보이도록 구현할 수 있었고요. 그야말로 위엄과 희소성을 동시에 지닌 걸작이라 할 만합니다. 콜롬비아 광산에서 채굴한 이 에메랄드는 그 나라의 역사 속에서도 손꼽히는 보석 중 하나로 기록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무조 그린(muzo green)’으로 불리는 강렬하고 생생한 초록빛, 뛰어난 투명도와 광채, 그리고 극히 적은 내포물 덕분에 물처럼 유려한 질감을 지녀 더욱 특별합니다.
불가리의 유산과 로마적 정체성은 이번 컬렉션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었는지, 특정 영감의 원천이나 디자인 요소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세요. 로마는 우리의 근원이자 영감의 원천입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특히 로마의 모자이크 아트, 대리석 조각의 색조, 고대 성소의 컬러 블록 구조 등에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모자이크 폴즈(Mosaic Folds)는 고대 모자이크에 묘사된 로마 토가의 부드럽게 흐르는 선에서 영감받았고, 투보가스 기법을 적용해 다채로운 젬스톤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탄자나이트 폴스(Tanzanite Falls)는 로마의 거대한 수도교를 모티브로 했죠. 이 외에도 르네상스 시대의 기하학적인 로마 정원이 연상되는 에메랄드 드리프트(Emerald Drift), 로마 하늘의 선명한 블루에 대한 오마주로 탄생한 코스믹 볼트(Cosmic Vault) 등 로마는 과거와 현재가 겹겹이 존재하는 도시로서, 그 구조적 중첩성과 감성의 혼종성은 폴리크로마 컬렉션의 다차원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매니징 디렉터로서 불가리 주얼리 사업부를 이끌며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지, 그 이유와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팀과 함께 하나의 컬렉션이 처음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마침내 고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작품으로 완성되는 그 모든 여정을 지켜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폴리크로마처럼 브랜드의 명확한 철학과 창조적 비전을 담은 컬렉션이 세상에 나와 고객, 언론, 파트너로부터 진정한 공감과 반향을 얻는 순간은 매우 특별하죠. 불가리의 예술적 미션이 정확히 시대와 연결되었음을 증명하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당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색채와 감각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며, 그 자체로 예술이 된다는 것입니다. 불가리는 폴리크로마를 통해 ‘컬러’라는 언어로 다양성(diversity)과 진정성(authenticity), 그리고 감정의 자유로움(emotional freedom)을 찬미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불가리를 사랑하는 고객이 불가리 주얼리를 통해 자신의 다면적 정체성을 긍정하고, 그것을 세상과 당당히 나누는 여정에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에디터 유은정(ejyoo@noblesse.com)
사진 불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