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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sso: Beauty and Drama

ARTNOW

SJM 리조트 S.A에서 선보이는 세계적 거장 파블로 피카소 전시는 그의 삶과 예술의 주요 순간을 담아내며, ‘아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하얀 비둘기로 말라가의 거리를 연상시키는 전시의 첫 공간.

마카오 코타이의 중심부에 자리한 그랜드 리스보아 팰리스(Grand Lisboa Palace)에서 세계적 거장 파블로 피카소 전시 <피카소: 아름다움과 드라마>가 열린다. 10월 26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아트 마카오 2025’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피카소의 어린 시절이 깃든 말라가와 그가 사랑한 스페인의 정서를 중심으로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새롭게 조명한다. 피카소 생가 박물관(Museo Casa Natal Picasso)과 협업해 마련했으며, 회화를 비롯해 도자기, 판화, 삽화 등 140여 점의 작품을 통해 그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90대에 생을 마감한 피카소가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지난 지금, 이 전시는 ‘예술가’, ‘천재’, ‘혁신가’ 등 화려한 수식어 너머, 가장 순수한 스페인의 영혼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 피카소를 탐구한다.

말라가의 상징 재스민꽃과 그 향이 가득한 전시장 전경.

전시는 ‘여성’, ‘아름다움’, ‘도자기’, ‘신화’, ‘투우’, ‘기법’ 그리고 ‘Top 10’까지 총 7개의 테마 공간으로 구성된다. 각 공간은 미로처럼 이어져 관람객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경험 속에서 피카소의 다층적 세계에 몰입하도록 이끈다. 단순히 그림을 걸어두는 형식이 아니라, 피카소가 걸었을지 모르는 거리와 앉았을지 모르는 카페를 재현해 그의 시대와 감각을 함께 체험하게 한다. 그의 대담하고 실험적인 예술 정신을 통해, 피카소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를 다시금 확인하게 한다.

왼쪽 Bust of Woman with White Bodice(Jacqueline in Profile), 1957~1958. © Succession Picasso 2025. © Museo Casa Natal Picasso.
오른쪽 Cavalier and Horse, 1952. © Succession Picasso 2025. © Museo Casa Natal Picasso.

아름다움과 드라마의 미로 속으로
하얀 비둘기가 날고 있는 말라가의 거리로 들어가며 전시는 시작된다. 피카소에게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자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제인 ‘여성’ 섹션에는 그가 사랑하고 열망한 여성에 관한 작품을 모았다. 이 공간은 말년의 두 주요 인물, 두 아이의 엄마인 프랑수아즈 질로(Françoise Gilot)와 두 번째 아내이자 미망인인 자클린 로크(Jacqueline Roque)에게 초점을 맞추며, 관계의 변화 속에서 사랑의 흐름을 반영한 다양한 화풍의 작품을 조명한다. ‘아름다움’ 섹션에서는 전통적 미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관념에 도전하며 예술의 본질에 대해 질문한 피카소의 시선을 탐구한다. 그에게 아름다움은 균형 잡힌 형태나 조화로운 비율만이 아니었다. 왜곡된 선, 해체된 시선, 과감한 붓질을 통해 그는 인간 존재의 진실과 본질적 감정을 포착하며 새로운 미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어 60대에 시작한 도자 작업으로 구성한 ‘도자기’ 공간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어선 실험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단순히 그릇으로만 여기던 도자기를 회화적 캔버스로 확장했으며, 손으로 빚고 그린 흔적에는 특유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유머가 깃들어 있다. 예술을 고정된 장르가 아니라 끊임없이 확장되는 언어로 이해한 피카소의 태도를 온전히 드러낸다.

The Great Bullfight, 1949. © Succession Picasso 2025. © Museo Casa Natal Picasso.

이색적인 ‘신화’ 공간은 피카소가 고대 예술과 전통적 미의 이상에서 출발해 그것을 해체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스페인의 지중해적 뿌리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반인반수 같은 고대 신화적 형상을 통해 합리와 본능, 사랑과 파괴와 같은 양가성을 표현한다. 이어 피카소 예술에서 반복되는 강렬한 상징을 보여주는 ‘투우’ 섹션. 투우는 스페인 문화의 정수가 깃든 주제이자, 생명력과 죽음, 긴장과 해방을 동시에 내포한 모티브다. 말을 탄 기수와 황소, 관객의 시선이 교차하는 구도는 마치 관람객을 투우장 한가운데로 초대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그의 붓끝에서 폭발하는 에너지는 스페인인의 정체성과 예술가의 열정을 증언한다.

‘기법’ 공간에 전시한 ‘도구의 설치(Exploded Tools Installation)’ 전경.

‘기법’ 공간은 완성된 작품을 넘어 피카소가 예술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노트르담 미술학교와 협업해 피카소가 사용한 판화, 에칭, 리노컷, 리소그래프 등 다양한 기법을 설명하고, 작업 도구와 원작 그리고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함께 전시한다. 특히 ‘도구의 설치(Exploded Tools Installation)’는 피카소가 사용한 작업 도구를 해체적으로 전시,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예술의 물리적 흔적을 강조하며 그의 장인적 감각과 조형적 탐구심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왼쪽 Paloma with her Doll, Black Background, 1952. © Succession Picasso 2025. © Museo Casa Natal Picasso.
오른쪽 Figure with a Stripped Bodice, 1949. © Succession Picasso 2025. © Museo Casa Natal Picasso.

마지막 공간 ‘Top 10’은 이 전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10점의 대표작을 선별, 피카소의 예술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다른 시기와 주제를 아우르는 이 섹션은 그의 창조적 여정을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가 남긴 방대한 예술 세계를 되새기게 한다. 전시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인터랙티브형 에필로그 공간을 통해 다시 열린다. 왜곡된 거울을 바라보며 자화상을 그리는 ‘거울의 방’, 피카소의 창작 정신을 따라가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당신은 어디로 가는가?’ 섹션은 보다 확장된 예술 경험을 선사한다. 유년의 말라가에서 시작해 다양한 매체와 주제를 넘나든 피카소의 여정은 한 예술가의 개인사를 넘어 20세기 미술 역사를 관통한다.

 

에디터 정희윤(heeyoon114@noblesse.com)
사진 SJM 리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