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감각
열기 속에 피어오른 아지랑이가 공기를 뜨겁게 감싼다. 흩어지는 감각을 파고들며 부드럽게 휘어잡는, 생동하는 색감의 작품.

들꽃 – 풍경 23, Oil on Canvas, 190×117cm, 2025. © 2025. Lim Nosik,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임노식 Lim Nosik
임노식의 회화에 나타나는 풍경은 일찍이 그가 마주한 광활한 자연에 대한 감각에서 비롯된다. 단순히 재현된 풍경이 아닌, 복합적 감각과 정서를 내재한 그의 회화 속 풍경은 새로운 장소적 경험을 이끌어낸다. 묘사된 풍경을 다시금 투명한 오일 파스텔로 덮어 뭉개는 과정은 최근 연작에서 대상과 자신의 층위를 감각하는 방식이다. 시간과 공간이 축적된 듯한 표면 질감과 모호하고 흐릿한 형태가 드러나며, 오히려 대상의 객관적 실재 위로 서정적 심상을 떠올리게 한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들꽃과 안개처럼 부유하는 빛의 풍경은 사라지고 잊히는 한순간의 생명력을 담아내며, 잠재된 기억과 감각을 더듬게 한다. 화면 속에서 외형과 내면, 사실과 심상이 레이어를 이루어내는 그의 풍경은 회화가 지닌 감각적 깊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하나의 독백이자 고백으로 다가온다.

Pictures of You, Oil on Canvas, 80×60cm,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Pulsating Spectacle of Nature, Oil on Linen, 190×260cm,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ThisWeekendRoom, Seoul
파블로 벤조 Pablo Benzo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칠레 출신 작가 파블로 벤조(Pablo Benzo)는 구상과 추상, 현실과 기억의 경계를 넘나드는 회화 작업을 통해 감각의 층위를 탐구해왔다. 그는 일상에서 마주한 사물과 장면, 그리고 순간의 잔상처럼 스며든 기억의 조각을 엮어 감정과 기억이 교차하는 풍경을 그려낸다. 인상주의, 입체주의, 초현실주의가 꽃피운 20세기의 미술을 그는 “마치 직관의 언어 같다. 예술가들이 현실의 표면을 열어젖히고 그 이면의 세계를 탐험한 시대이자 형태를 해체해 감정과 기억, 움직임으로 재구성한 세기”라고 표현한다. 최근 칠레 산티아고에서의 시간은 그의 작업에 감정적 유연함을 더하며 빛과 온기, 고향의 친밀한 감각을 화면에 스며들게 했다. 부드럽고 유기적인 형태와 빛바랜 듯한 색조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자아내며 세상을 기억하고 유영하는 방식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에디터 정희윤(heeyoon114@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