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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Hands and Their Intertwined Meanings

ARTNOW

보테가 베네타가 인트레치아토 기법 탄생 50주년을 맞아 전하는 ‘손’의 특별한 의미에 대하여.

‘Craft is Our Languauge’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 제이디 스미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는 대표적 가죽 수공예 기법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의 탄생 5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글로벌 캠페인 ‘Craft is Our Language’를 선보였다. 브랜드가 오랜 시간 지켜온 수공예 정신과 창의성의 가치를 다시 환기하며 배우, 조각가, 문학가, 음악가 등 다양한 창작자와 함께 인트레치아토를 ‘손’이라는 상징을 통해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다. 손의 제스처에 담긴 의미와 조형적 아름다움을 탐색하고, 인트레치아토의 본질과 맞닿은 감각과 사유의 영역을 확장해나간다. 인트레치아토 기법은 1966년 창립한 보테가 베네타의 브랜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준다. 1975년 얇은 가죽 스트랩 페투체(fe uce)를 가죽 베이스 패널이나 나무 몰드를 따라 손으로 정교히 엮어 처음 선보인 이래, 이는 보테가 베네타를 상징하는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기법으로만 생각한다면 절반만 알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는 인트레치아토에 상호 연결성과 교류, 협업의 정신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손과 제스처가 가진 보편성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스럽게 보테가 베네타가 선보이는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 역시 이러한 브랜드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비키 크리옙스의 보테가 베네타의 글로벌 캠페인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은 특히 손에 주목하는데,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소통 수단이자 표현 방법이며, 창구이기 때문이다. 이 캠페인에는 장인과 예술가 30여 명이 참여해 영화, 패션, 문학, 음악, 현대미술, 스포츠 등 각 영역에서 손과 제스처, 몸짓의 의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음반 프로듀서 잭 안토노프, 영화감독 다리오 아르젠토, 디자이너 에드워드 뷰캐넌, 시각예술가이자 조각가 바바라 체이스-리부드, 싱어송라이터 네네 체리, 영화감독이자 음반 프로듀서 데이브 프리, 아티스트 아이엔, 배우 로렌 허튼, 트로이 코처, 비키 크리엡스, 테런스 라우, 미야자와 리에, 줄리안 무어, 서기, 테니스 선수 로렌초 무세티, 작가 제이디 스미스, 가수이자 배우 따능, 래퍼이자 싱어송라이터 타일러 오콘마, 지휘자 로렌초 비오티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이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각기 다른 분야에서 손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 이들 가운데, 예술의 언어로 손을 해석한 몇몇 이야기는 특히 인상 깊다.

보테가 베네타의 글로벌 캠페인 ‘Craft is Our Language’에 함께한 바바라 체이스-리부드.

먼저 문학가 제이디 스미스는 자신이 만든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독서의 순간을 ‘천국’에 비유한다. 문장을 써 내려가는 손끝과 그것을 더듬듯 읽어 내려가는 독자의 손끝이 만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이야기는 살아난다. 그녀에게 손은 단지 글을 쓰는 도구가 아니라, 서사를 직조하고 감각의 층위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신체적 매개다. 언어 이전의 몸짓이자, 이야기를 형상화하는 감각의 출발점인 셈이다. 예술가 바바라 체이스-리부드는 “손끝이 닿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작가는 예술가와 장인을 구분 짓지 않는다. “내 손은 늘 움직이고 있다. 마치 내가 만든 조각처럼.” 반복과 밀도, 질감과 시간의 응축을 통해 형태를 만들어내는 그녀의 작업은 손이라는 감각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품고 있다. 손은 단지 조각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사유하고 느끼면서 전하는 하나의 매체라는 그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영화감독 다리오 아르젠토는 “손짓 언어는 어디서든 통한다”고 말한다. 그는 프레임 너머 배우에게 “너무 과해요. 좀 더 섬세하게 울어봐요”라고 지시하며, 연기를 구성하는 것은 결국 몸의 미세한 동작이라고 강조한다. 자기 자신을 감독, 작가, 색채와 이미지의 탐구자이자 학자라고 말하는 그는 손을 통해 감정과 이미지, 그리고 내면의 울림까지 끌어낸다. 말보다 먼저 작동하는 제스처는 아르젠토에게 하나의 조형 언어이며, 연출의 가장 원초적인, 어쩌면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봉 같은 도구가 아닐까. 이처럼 ‘Craft is Our Language’ 캠페인에서 손은 기술의 상징이 아니라 감각과 사유가 응축된 신체의 언어다. 그리고 그것은 예술과 공예, 창작의 경계를 허무는 하나의 철학으로 확장된다. 캠페인은 단순히 다양한 인물의 손에 대한 사유를 집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보테가 베네타가 지난 6월 재단법인 아름지기에서 개최한 〈세계를 엮다: 인트레치아토의 언어〉전 전경.

캠페인이 한창 이어진 지난 6월에는 아름지기문화재단에서 〈세계를 엮다: 인트레치아토의 언어〉전을 개최해 강서경, 박성림, 박종진, 이광호, 이규홍, 이헌정, 정명택, 온지음 집공방, 홍영인 작가와 함께 ‘엮임’이라는 개념과 그 활용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탐구했다. 전시에서 보테가 베네타 역시 아틀리에에서 남은 가죽 조각들을 활용한 작품 ‘브릭-아-브락’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형태, 개념, 기법, 시간 등 각기 다른 맥락으로 작업하는 이들이 보테가 베네타가 마련한 ‘직조의 언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모여 예술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가늠해본 것. 보테가 베네타는 이 자리를 통해 인트레치아토 기법이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손이 품은 감각과 움직임,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시간을 예술로 직조해내는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 보테가 베네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창작은 언제나 손에서 시작되며, 손은 감각과 기억을 담아내고 사유를 현실로 엮어내는 창조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인트레치아토는 손을 통해 엮어낸 시간과 이야기의 ‘구조’이자, 예술이 다시 우리 삶과 만나는 ‘지점’으로 표현할 수 있다. 브랜드가 수십 년간 이어온 장인정신은 이제 예술적 감각을 담아내는 틀로 확장되었고, 그 중심축에는 여전히 ‘손’이 자리하고 있다.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사진 보테가 베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