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ted Face
얼굴이 살아 있는 듯 움직인다. 다이얼 위에서 때로는 우아하고, 때로는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드라마틱한 움직임이 펼쳐지는 흥미로운 시계.
Move into Life
시계의 다이얼 위에서 펼쳐지는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

Van Cleef & Arpels, Lady Arpels Ballerine Enchantee
‘시간의 서사시’를 표방하는 반클리프 아펠의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시리즈. 2007년 레이디 아펠 페어리를 필두로 2010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를 수상 한 명작 퐁데자모르, 2012년 포에틱 위시 시리즈, 그리고 2013년에는 러시아의 전설적 발레 안무가 안나 파블로바에게 영감을 얻은 레이디 아펠 발레리나 앙상 떼를 추가했다. 케이스의 8시 방향 푸시 버튼을 누르면 마치 나비의 양 날개처럼 튀튀(발레용 치마) 미니어처가 펄럭이며 각각 시와 분을 표시하고 다시 레트로 그레이드 방식으로 복귀한다.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설계 자체는 이미 시도한 바 있지만 특유의 여성스러운 매력에 철저히 부합하는 시계로 완성했다는 점에 서 반클리프 아펠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Bird Repeater

Charming Bird
Jaquet Droz, Charming Bird & Bird Repeater
18세기에 활약한 스위스 라쇼드퐁의 시계 제작자 피에르 자케 드로(Pierre Jaquet-Droz)는 기계식으로 움직이는 자동인형 오토마톤(automaton)의 대가였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머의 <오디세이>에서 유래한 오토마톤은 원래 저절로 움직이는 초자연적이고 모호한 실체를 의미했으나, 근대 산업혁명 이후 기술 발달과 함께 실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나 동물 형상을 뜻하게 됐다. 자케 드로의 차밍 버드는 수세기 전 피에르 자케 드로의 장남 앙리-루이가 ‘노래하는 새들’ 오토마톤을 통해 시도한 슬라이딩 피스톤 휘슬 시스템을 고스란히 손목시계에 계승한 특별한 시계다. 무브먼트의 움직임이 마치 자동차 엔진처럼 각각의 피스톤이 펌핑하며 실제 새의 울음소리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재현하는 것은 물론, 2시 방향의 푸시 버튼을 누를 때마다 매우 정교하게 제작한 새 형상이 다이얼 전면의 돔형 사파이어 글라스 안에서 회전하며 날갯짓하는 모습 또한 감탄을 자아낸다. 이에 앞서 소개한 버드 리피터는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미니트리피터 기능에 ‘노래하는 새들’ 오토마톤을 결합한 시계로 레버를 당기면 어미 새가 알을 깨고 나온 아기 새에게 모이를 주려 몸을 구부리고, 다른 한쪽의 아비 새는 날개를 펼치는 등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이 두 시계는 18세기 자케 드로 부자(父子)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는 21세기 자케 드로의 화답이라 할 만하다.
Jazz Minute Repeater

Hour Striker Tiger
Ulysse Nardin, Hour Striker Tiger & Jazz Minute Repeater
자케마르(Jaquemart)는 전통적 타종 메커니즘에 오토마톤을 결합한 형태를 일컫는다. 율리스 나르덴은 최근 수년간 자케마르 형태의 시계를 다채롭게 전개한,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특히 2009년 발표한 사파리 자케마르 미니트리피터는 다이얼 안에 코끼리, 기린, 사자, 원숭이 등의 동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케이스 측면의 슬라이딩 레버를 밀면 사자의 발이 시간 단위를, 원숭이의 팔이 각각 쿼터(15분)와 1분 단위를 표시했다. 2011년 발표한 칭기즈칸(Genghis Khan)은 여러 음역대의 소리를 청명하게 들려주는 웨스트민스터 카리용과 전면 다이얼의 투르비용, 그리고 칼을 든 두 남자와 창을 든 기마병의 팔이 각각 리피터를 작동하면 함께 움직이는 자케마르 기능까지 구현해 격이 다른 하이 컴플리케이션의 영역을 보여줬다. 올해 바젤월드에서 율리스 나르덴은 아워 스트라이커 타이거와 재즈 미니트리피터를 추가했다. 우선 아워 스트라이커 타이거는 케이스 측면의 푸시 버튼을 누르면 케이스와 동일한 18K 골드로 제작한 두 마리의 호랑이가 리피터 소리와 함께 서로에게 달려들듯이 움직인다. 기존 아워 스트라이커 모델의 작동 원리를 그대로 답습했으며, 시간 단위만 타종하기 때문에 미니트리피터와는 다르다. 반면 플래티넘으로 제작한 18개 한정판 재즈 미니트리피터는 전작 트리플 잭과 서커스 미니트리피터의 뒤를 잇는 모델로 리피터의 구동에 맞춰 4명의 뮤지션이 각각 1시간, 15분, 1분 단위로 연주하듯 움직인다.

Christophe Claret, Margot
해리 윈스턴의 오퍼스 시리즈 중 네 번째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독립 시계 제작자 크리스토프 클라레는 올해 바젤월드에서 최초로 여성용 컴플리케이션에 도전했다. 첫사랑에 빠진 소녀가 꽃잎을 한 장씩 떼며 “그는 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읊는 일종의 놀이를 기계식 시계 안에 끌어들인 점이 재미있다. 작동 및 표시 방식도 매우 직관적이다. 2시 방향의 푸시버튼을 누를 때마다 다이얼 중앙의 꽃잎이 두 장씩 떨어지면서 4시 방향에 나타나는 프랑스어 문구가 바뀌는 것. 즉 “그는 날 조금 사랑한다”, “그는 날 많이 사랑한다”, “그는 날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그는 날 미친듯이 사랑한다”, “그는 날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 등 총 5개의 문장이 번갈아 나타난다. 또 꽃잎이 질 때마다 선명한 차임을 들을 수 있으며 백케이스에서 작은 해머가 공을 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꽃잎이 진 다음 4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다시 일제히 원상태로 복귀한다.

Bulgari, Commedia dell’Arte
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즉흥 가면극에서 이름을 딴 코메디아 델라르떼는 2013년 불가리가 발표한 뜻밖의 마스터피스였다. 제랄드젠타 마그소닉 시계에 사용한 대범한 디자인의 케이스가 시선을 사로 잡는 이 시계는 3가지 흥미로운 기능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우선 다이얼의 6시 방향에서 점핑 아워 형태로 시간을 표시하고, 다이얼 왼쪽에서 세로로 길게 분을 표시한다. 다이얼 중앙의 계단에 앉아 있는 가면 쓴 배우의 오른손과 바이올린 활이 레트로그레이드 형태로 가리키는 것. 슬라이드를 밀면 미니트리피터가 작동하면서 바이올린을 든 배우의 왼팔과 다이얼 오른쪽 관람객을 형상화한 배우들의 팔, 2시 방향에서 하프를 켜는 여인의 팔이 각각 1시간, 15분, 1분 단위로 타종 소리에 맞춰 움직인다. 불가리에서 자체 개발한 수동 칼리버 BVL 618을 탑재했으며, 선명한 차임을 내는 커시드럴(대성당) 공과 폴리싱 처리한 2개의 해머를 사용했다. 겹겹이 층을 이룬 입체적 다이얼과 오토마톤 미니어처는 모두 한 명의 장인이 수공으로 인그레이빙하고 이탈리아 전통 페인팅 기법으로 정성스럽게 마감했다.
Opus 11

Opus 13
Harry Winston, Opus 11 & Opus 13
해리 윈스턴은 2001년부터 세계 유수의 독립 시계 제작자와 협업해 오퍼스 시리즈를 발표했다. 2011년 드니 지게(Denis Giguet)와 함께 완성한 오퍼스 11은 다이얼 안에 4개의 회전판이 있고 그 위 3개의 타원형 기어와 삼각형 휠, 6개의 원뿔형 피니언과 24개의 날개형 플랫 카드가 제각각 기민하게 회전하며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다이얼 중심에 숫자로 시간을 표시한다. 이 모든 움직임은 작은 물고기의 군무를 보는 것처럼 유려하고 아름답다. 2013년에는 11개의 정삼각형 모양 핸드가 회전하며 시를 가리키고, 기존의 분침 대신 59개의 구슬 형태 피벗 핸드가 트랙을 따라 1분마다 도미노처럼 쓰러지며 다시 5분마다 빨간색으로 분을 표시하는 시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컨셉의 오퍼스 13을 발표했다. 독립 시계 제작자 뤼도비크 발루아르(Ludovic Ballouard)가 참여했으며, 수동 무브먼트에 사용한 스톤 수만 해도 기존 시계의 10배에 달하는 242개다.

Konstantin Chaykin, Cinema
콘스탄틴 샤이킨은 흔치 않은 러시아 출신 독립시계 제작자다. 10대 때부터 앤티크 시계 복원사로 활동했으며, 현재 모스크바 외곽의 공방에서 자신의 전 컬렉션을 수작업으로 완성하고 있다. 2013년 발표한 시네마는 동물의 다양한 움직임을 활동사진으로 담아낸 19세기 영국 사진가 에드워드 머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의 작품을 손목시계에 응용한 모델이다. 9시 방향의 푸시 버튼을 누르면 다이얼 아래 원형 다이얼 안에서 기수를 태운 말이 달리는 역동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시네마라는 이름은 초기 영화 발전의 숨은 공로자 머이브리지에게 헌정하는 동시에 활동사진을 시계 메커니즘에 구현한 상징적컬렉션임을 의미한다.
H1

H2
HYT, H1 & H2
2012년 손목시계 역사상 최초로 유동 액체 방식으로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 H1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HYT는 독립 브랜드로서는 매우 이색적이고 실험적인 컬렉션을 지향한다. 물시계 클렙시드라의 원리에서 착안한 이들의 시계는 무브먼트에 부착한 자동차의 엔진 피스톤을 연상시키는 특수한 장치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별도의 파이프를 따라 형광색 계열의 액체가 점프하며 시를 가리킨다. 첫 컬렉션 H1에 이어 2013년 발표한 H2는 오데마 피게의 컴플리케이션 제조사 르노 & 파피와 협업을 통해 완성, 한층 강렬한 외관과 완벽한 피니싱의 기계식 수동 무브먼트를 자랑한다.
에디터 |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
글 | 장세훈 (타임포럼 시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