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로 가는 길
부끄러움과 자부심, 희망과 절망, 사랑과 자기혐오.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이제는 숨김없이 자신을 드러내며 세상과 마주하는 조엘 메슬러. 그의 국내 첫 전시

뉴욕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조엘 메슬러.
아티스트 조엘 메슬러(Joel Mesler)의 작품에는 그의 과거가 깊게 배어 있다. 알코올과 약물 중독, 정체성 혼란, 사회적 소외감. 마비되기를 바랐던 젊은 시절은 하나의 회화가 되어 캔버스 위에 새겨졌다. 그의 작품은 개인적 서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팝 컬처적 색감과 반복되는 패턴을 통해 강렬한 시각적 즐거움과 동시에 깊은 감정적 울림을 전한다. 오는 9월 2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조엘 메슬러의 국내 첫 개인전 〈Paradise Found〉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신진 예술가 발굴과 글로벌 교류를 꾸준히 지원해온 파라다이스그룹과 협업해 ‘프리즈 서울’을 맞아 열리는 ‘파라다이스 아트 나이트 2025’ 프리뷰 프로그램 중 하나다. 화이트큐브 외 전시장 안팎에서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 굿즈, 공간 연출은 조엘 메슬러의 감정선을 더욱 몰입감 있게 전달하며 회화 너머의 정서를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한국에서 여는 첫 전시이자 파라다이스그룹과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할 것 같다. 예술가로서 겪은 멋진 경험 중 하나다. 작업에 몰입해야 할 때는 조용히 배려해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 그 덕분에 혼자라면 상상도 못 했을 비전을 함께 완성할 수 있었다. 진정한 협업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Paradise Found’라는 제목이 흥미롭다. 여기서 말하는 ‘파라다이스’는 어떤 의미인가? 이번 전시 제목은 개인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오랫동안 삶의 여정에서 ‘파라다이스’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결국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파라다이스는 언제나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을. 내게 파라다이스는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닌, 스스로를 진실하게 마주하고 창작을 통해 내면을 드러내는 과정에서만 발견되는 여정이다.
유대인으로서 정체성, 가족사, 랍비 이미지처럼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인 기억이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이런 상징은 당신의 내면과 예술을 어떻게 연결해주는가? 나의 삶과 예술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다. 예술 앞에 진실해질수록 스스로 삶이 작품을 닮아가고, 삶에 진실해질수록 작품 역시 나의 삶을 자연스럽게 반영하게 된다.
전시장 전반에 미디어 파사드, 공간 연출, 굿즈 디자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을 확장한 점도 인상적이다. 어떤 계기로 이러한 다층적 표현을 시도하게 되었나? 파라다이스팀이 나의 비전과 가능성을 온전히 믿어줬다. 그 믿음이 큰 용기가 되었고, 익숙한 매체의 경계를 넘어 나만의 예술 세계를 더 넓히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졌다.
예술을 통해 관람객과 감정이나 경험을 나누는 데 큰 가치를 둔다고 들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관람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나? ‘취약함’이야말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강한 힘이라고 믿는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런 취약함을 존중하며 정직하게 풀어내려 했다. 이 진심이 누군가에게 닿아 작은 희망이나 위로 혹은 마음을 돌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You Deserve Great Things’, 2025.
에디터 박재만(pjm@noblesse.com)
사진 제니 고먼(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