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나의 창조적 원천
식물과 토양 그리고 예술은 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샴페인 메종 루이나에 창조적 영감을 주는 원천이다. 그 결속력을 더욱 강조하는 일환으로 마련한 ‘자연과의 대화’ 아트 시리즈를 위해 올해는 프랑스 · 스위스 아티스트 줄리앙 샤리에르와 손잡았다.

Portrait of Julian Charrière in His Studio, Berlin, 2025. Photo by Alice Jacquemin.
3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샴페인 메종 루이나는 오랜 시간 자연과의 교감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아왔다. 식물과 토양 그리고 생물 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메종의 샤르도네 전문가들은 언제나 땅의 변화에 귀 기울이고, 그 흐름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해왔다. 이러한 태도는 예술과의 접점에서도 이어진다.
메종 루이나는 자연과의 관계를 예술의 언어로 풀어내는 ‘자연과의 대화 Conversations with Nature’ 프로젝트를 통해 매년 자연에 대한 감각적 해석을 제안해왔다. 생태계, 기후, 생명과 시간이라는 거시적 주제를 시각예술로 번역해내는 이 프로젝트는 예술을 통해 타인과 연결되고, 새로운 인식을 유도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브랜드 가치를 설명하는 차원을 넘어, 실제로 예술이 세상의 감각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
올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특히 그 철학적 기반이 견고하게 드러난다. 메종 루이나는 이를 통해 자연을 한 ‘대화의 주체’로 인식한다. 단순히 아름다움을 모티브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감응하며 마주 보는 순간을 예술로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메종 루이나의 초크 셀러(크라예르)에서 출발한 이번 협업은 과거와 현재, 땅과 기억, 침묵과 감각이 맞닿는 지점에서 탄생했다.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바로 프랑스 · 스위스 개념미술가 줄리앙 샤리에르(Julian Charrière)다. 퍼포먼스, 비디오, 조각, 사진을 결합하는 작업을 전개하는 그는 화산, 빙하, 방사능 지대처럼 인간의 흔적과 자연의 긴장이 교차하는 장소를 탐사하며, 지질학적 시간과 생태적 감수성을 시각화해왔다. 그는 “내 작업은 대부분 ‘만남(encounter)’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특정 장소에 직접 개입하고, 그 공간과 서로 반응하며 관계를 맺는 과정을 통해 작품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메종이 추구하는 자연과의 교감과도 맞물린다.

Julian Charrière and His Artwork in His Studio, Berlin, 2025. Photo by Alice Jacquemin.
예술에 대한 그의 접근은 감각적이고도 다학제적이다. 어릴 때는 자연 속에서 관찰의 감각을 길렀고, 이후 스위스 예술학교와 올라푸르 엘리아손이 설립한 베를린의 ‘공간 실험 연구소’를 거치며 예술이 철학, 과학, 공간 개념과 어떻게 만나는지 탐구했다. 현재는 20여 명의 팀원과 함께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자연을 직접적으로 대상화하지 않고 감각, 기억, 시간의 층위로 전환해 다루는 그의 방식이 메종 루이나의 철학과 깊이 공명한 결과를 보여준다.
자연과의 대화 프로젝트를 통해 샤리에르는 메종 루이나의 철학과 맞닿은 다양한 작업을 시도했다. 그중에서도 오는 9월 프리즈 서울에서 선보일 사진 시리즈는 수천만 년 전 루테티아 시대 바다(Lutetian Sea)에 잠겨 있던 샹파뉴 지역의 지질학적 기억을 오늘날의 해양 생태계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작가는 산호초를 촬영한 수중 사진을 네 가지 색상으로 분할한 뒤, 이를 직접 수집한 석회석, 초크, 산호에서 추출한 안료로 재인쇄했다. 디지털 기술과 자연물에서 얻은 물질이 겹겹이 층을 이루며 고대 바다의 흔적과 현대 해양의 연약함 사이를 오간다. 거의 무색에 가까운 섬세한 이미지는 사라진 바다의 흔적을 담아내며 과거와 현재, 보존과 상실 사이의 감각을 조용히 환기한다. 작가는 또 19세기 석판인쇄 기법인 포토리소그래피를 활용했다. 그렇게 작품에 여러 레이어를 쌓으며 과거에 존재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바다의 기억이 오늘의 위태로운 바다와 어떻게 중첩될 수 있는지 묻는다. 작품은 2025년 3월 아트 바젤 홍콩에서 처음 공개 후 프리즈 서울과 아트 바젤 파리 등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Ruinart Blanc de Blancs, 2025. Photo by Alice Jacquemin.
한편 메종 루이나의 본거지인 랭스 메종에서는 사라진 바다의 기억을 사운드 작업을 통해 현재의 감각으로 소환한다. 작가는 처음 초크 셀러로 내려가던 순간을 “과거의 바닷속으로 잠겨드는 감각”이라고 말했다. 수천만 년 전 지금의 샹파뉴 지역을 뒤덮은 바다의 흔적은 이곳의 석회암 지층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작가는 이곳에서 작품 ‘Chorals’를 선보이는데, 산호초 다이빙을 통해 해양의 소리를 채집하고, 이를 통해 사라진 바다의 기억과 현재의 생태계 위기를 연결하는 작품이다. 단순한 청각 경험을 넘어 관람객이 공간 전체에 울려 퍼지는 사운드 그 자체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직접 바닷속으로 다이빙해 수중 환경을 감각적으로 구조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작업을 통해 예술적 탐구를 이어가는 동시에 개인적 여정을 지속한 셈이다.
이처럼 샤리에르와 메종 루이나가 함께한 자연과의 대화 프로젝트는 자연을 단순히 시각예술의 모티브로 소비하지 않는다. 메종 루이나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땅과의 교감, 그리고 예술을 통해 이를 세상과 공유하려는 시도가 협업을 통해 다시 한번 깊이 있는 울림을 만든다. 결국 자연을 딛고 선 메종과 동시대 예술가의 언어가 교차하는 이 프로젝트는 예술이 어떻게 브랜드의 시간에 개입하고, 지금 우리의 감각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지 증명한다.

Portrait of Julian Charrière in the Historic Vineyard of Maison Ruinart in Taissy, 2024. Photo by Alice Jacquemin.
에디터 정송(song@noblesse.com), 정희윤(heeyoon114@noblesse.com), 박재만(pjm@noblesse.com), 조인정(ijcho@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