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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음악을 개척하다

CULTURE

바이올리니스트, 악장 그리고 차세대 음악인을 이끌어갈 지도자. 여러 모습으로 음악 세계의 지평을 넓혀가는 아티스트 김재원의 개척자적 면면.

한국 클래식계 뉴웨이브 뮤지션, 유일한 한국인 단원으로서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 입단,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제2악장, 그리고 지난해 3월 툴루즈 카피톨 국립오케스트라 종신 악장으로 임명되기까지.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악장 김재원의 행보는 ‘최초’를 좇는 개척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2023년 6월 프랑스 명문 악단인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 입단은 그의 음악 인생에서 결정적 변곡점이 됐다. 3년간 이어진 오디션을 거쳐 유일한 한국인 단원이 된 그는 불과 9개월 뒤인 2024년 3월 종신 악장으로 임명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한국인 최초이자 매우 이례적인 기록으로, 그의 음악적 역량과 리더십이 동시에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단순히 탁월한 연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단원들과의 긴밀한 교감이 리더십의 핵심이 아닌가 합니다.” 그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 김재원이 악장으로서 중시하는 가치는 ‘소통’과 ‘신뢰’다. 악장으로서 그는 지휘자의 음악적 의도를 신속하게 파악한 후 단원들에게 정확한 해석과 명확한 표현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내가 먼저 음악에 설득되어야 단원들도 그 울림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는 그의 신념은 무대 위에서도 자연스레 드러난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열정 또한 그 못지않다. 2024년 2월 서울 금호아트홀과 대구 <더 마스터즈> 무대에서 펼친 독주회는 그의 음악적 내공과 감성을 한껏 드러낸 자리였다. 북유럽 특유의 서정성을 담은 시벨리우스 소품, 프로코피예프의 힘찬 ‘바이올린 소나타 1번’, 그리고 낭만과 열정이 녹아든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Op.18’까지 한 곡 한 곡에 깊은 애정을 쏟았다. 나아가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협업해 라벨의 ‘Posthume’ 녹음에 참여하는 등 새로운 레퍼토리와 해석에 대한 탐구도 멈추지 않았다. 실내악, 협연, 멘토링, 객원 악장 활동을 아우르며 자신만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꾸준히 확장해온 것.
무대 위 역할에 따라 요구되는 무게와 집중력은 상이하지만, 김재원이 뮤지션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언제나 소통, 즉 상호작용이다. 실내악에서는 섬세한 음색 조율과 긴밀한 공감, 악장으로서는 명확한 신호와 책임감, 독주자로서는 곡 전체를 관통하는 긴 호흡과 내러티브 설계가 필요하다. 실내악 단원, 악장, 솔리스트 등 각기 다른 역할에 필요한 소양 역시 천차만별이지만, 어떤 역할이든 무대에 오르는 순간 그는 관객과 연주자 사이에 진정한 감정의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감각의 날을 세운다.

김재원의 연주 철학은 단순 명료하다. ‘기본’과 ‘중심’을 지키는 것이다. “연습실에서는 세심한 디테일에 집중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온전히 음악에 몰입해요. 악보에 담긴 작곡가의 의도를 진심으로 해석하는 데서 연주의 진정성이 시작되거든요.” 이러한 태도는 그가 어떤 무대에서든 흔들림 없이 목소리를 내는 힘이 된다.
지난 7월 프랑스 에비앙에서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와 마지막 연주를 마친 뒤 김재원은 새로운 도전에 대한 소식을 알려왔다. 9월부터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바이올린 조교수로서 후학 양성에 나서는 것. “젊은 연주자들이 음악적 중심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경험과 가치를 전하는 멘토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다짐에서 또 한 번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는 음악가로서의 결의가 느껴진다.
김재원의 일상은 더없이 촘촘하다. 여수국제음악제와 서울국제음악제 실내악 무대, KNN 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이 예정돼 있으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아카데미 공연과 멘토링, 객원 악장 연주도 병행할 계획이다. 독주자, 실내악 연주자, 오케스트라 리더로서 균형을 맞추며 굳건한 음악적 신념과 깊은 소통 의지로 단단히 다져진 그의 행보는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다양한 역할을 균형 있게 이어가고자 합니다. 저만의 고유한 음악 이야기를 관객과 나누고 싶어요. 제 음악 여정은 아직 프롤로그에 불과합니다.”

 

에디터 이호준(hojun@noblesse.com)
사진 박규태   메이크업 이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