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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ge of View

BEAUTY

페미니즘이나 포퓰리즘을 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피부색과 종교, 몸매와 나이에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존중하는 뷰티와 패션업계의 조용한 움직임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은 것뿐.

1 입생로랑 뷰티의 메이크업 앰배서더 스타즈 린데스.   2 시몬 로샤 쇼를 빛낸 백발의 모델 잔 드 빌뇌브.

지난 2015년 S/S 샤넬 컬렉션 피날레에서 모델들이 페미니즘 메시지 피켓을 들고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저 패션 하우스의 한 시즌 테마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 몇 시즌을 지나면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그의 여성 비하 발언과 인종우월주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맞붙으면서 패션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페미니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늘 논란이 따라오는 여성 인권을 외치자는 말은 아니다. 이 같은 메시지는 곧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아름다움에 대한 기존 잣대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하니까.
전형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각자가 지닌,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존중하고자 하는 인식은 요즘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다. 적어도 뷰티와 패션업계에서는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던 여성들이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빛을 발한 것도 미의 기준이 다양해져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시즌 시몬 로샤 컬렉션에서는 백발의 모델이 캣워크에 등장했고, 과거 모델계에서 용인되지 않던 풍만한 사이즈의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은 마이클 코어스와 프라발 구룽 등 빅 쇼의 모델은 물론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뉴 아이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몇 시즌 전부터 자주 언급한 ‘걸크러시’ 같은 표현도 결국 기존 미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섹시하거나 우아한 모습만이 아름다움의 전부인 듯 군림하던 뷰티업계에서 선 굵은 얼굴로 파워풀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여성이 새로운 뮤즈로 각광받으며 함께 떠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3 걸크러시를 대표하는 메이크업 포에버의 뮤즈 제시 제이.   4 당당한 애티튜드가 매력적인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   5 히잡을 쓴 채 런웨이에 등장한 모델 할리마 아덴.

올해 입생로랑 뷰티의 메이크업 앰배서더로 활동을 시작한 기타리스트이자 모델 스타즈 린데스, 메이크업 포에버와 아티스틱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는 뮤지션 제시 제이는 분명 기존 미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는 이미지다. “메이크업 포에버의 브랜드 슬로건은 ‘Life is a Stage’예요. 각자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그만의 무대라는 의미죠. 작년부터 음악과 뮤지션을 모티브로 진행하는 아티스틱 컬래버레이션에도 이런 메시지를 담았어요. 완벽한 비율과 여성스러운 외모로 시선을 끄는 모델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다양한 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고자 했죠.” 메이크업 포에버 홍보팀 고지영 과장은 지금 시대의 아름다움은 있는 그대로의 개성이며, 그런 만큼 몇 가지 이미지로 정의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최근 뷰티와 패션업계의 러브콜을 받는 이들은 ‘쎈 언니’들만이 아니다. 소말리아계 난민인 무슬림 모델 할리마 아덴은 막스마라와 알베르타 페레티 컬렉션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냈고, 할리마처럼 히잡을 쓰진 않지만 무슬림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드러내는 인기 유튜버 아이린 칸은 겔랑크리니크 등 세계적 뷰티 브랜드의 파트너로 다양한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체인지데스티니’ 캠페인을 전개하는 SK-II는 ‘나이에 유통기한은 없다’는 메시지를 통해 독신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고, 랑콤은 신제품 제니피끄 더블 드롭 앰플과 함께 전개하는 ‘오늘부터 1일’ 캠페인 전면에 60대 모델 우노 초이를 내세운다. 사회에서 규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2017년, 시대에 따라 미의 기준을 제시하는 뷰티업계부터 이러한 시도를 계속 이어간다면 진정한 아름다움의 실현은 물론, 사회적 갈등 해소까지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