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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연주하다

CULTURE

여름휴가와 축제 시즌이 마무리되는 가을은 유수의 악단이 안방을 떠나 세계 곳곳으로 투어를 떠나는 시기다. 올가을 한국을 찾는 월드 클래스 오케스트라, 그리고 그들과 함께 무대를 채울 음악가들을 소개한다.

2027년 라 스칼라 음악감독으로 부임하는 정명훈.

올해 클래식계 최고 뉴스를 꼽으라면 단연 정명훈 지휘자의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 부임 소식이다. 200여 년간 세계적 오페라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는 ‘라 스칼라’는 그 자체로 이탈리아의 거대한 음악적 자산이며, 세계적 지휘자만 설 수 있는 무대로 알려졌다. 2027년 라 스칼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을 정명훈 음악감독이 9월 17일 예술의전당에서 이들과 함께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1부는 <베르디>의 대표적 서곡 ‘운명의 힘’으로 시작된다. 이탈리아 오페라 레퍼토리에 대한 정명훈의 무르익은 해석을 오리지널 사운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이와 함께 러시아 피아니즘의 계보를 이어가는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가 그의 대표 레퍼토리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들려주며,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인기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한다. 본격적인 오페라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30여 년간 수시로 합을 맞춰온 정명훈과 라 스칼라의 호흡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멀리 신대륙에서도 중요한 뉴스가 들려왔다. 뉴욕 필하모닉이 음악감독을 신중히 고른 끝에 지난 17년간 LA 필하모닉을 이끌어온 구스타보 두다멜을 최종 낙점한 것. 이번 공연은 미국 서부 중심에서 동부로 거점을 옮길 두다멜이 그의 악단과 펼치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10월 20일과 21일 이틀간 진행될 이번 공연에서 두다멜은 독특하게도 협연자 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교향곡 레퍼토리에 집중한다. 20일은 90분의 공연 시간을 오롯이 말러 2번 교향곡 ‘부활’에 할애하며, 21일에는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존 애덤스의 ‘Frenzy’를 비롯해 스트라빈스키의 가장 사랑받는 오케스트라곡 ‘불새 모음곡’과 ‘봄의 제전’을 들려준다. 두다멜 특유의 격정적인 해석, LA 필하모닉의 장대한 에너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런던 필하모닉도 오는 10월 방한해 네 차례 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에서 그들이 선택한 협연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그녀가 이번에 선보일 곡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손열음 특유의 폭발적 에너지와 화려한 테크닉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다. 2부에서는 브람스의 가장 밝고 목가적인 교향곡으로 손꼽는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오페라 지휘자로도 명성이 높은 상임 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의 해석이 가장 유명한 낭만주의 레퍼토리에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감상 포인트다.
세계적 거장 세미온 비흐코프와 함께 흥미로운 예술적 디스코그래피를 만들어가는 체코 필하모닉도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우선, 10월 28일에는 체코의 민족적 정서를 담은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Ma Vlast)’ 전곡을 소개한다. ‘체코’라는 국가의 서사와 정신을 담은 곡으로, 연주 당일이 체코의 독립기념일이라는 점 역시 특별한 감동을 전할 것이다. 29일 공연 1부에서는 첼리스트 한재민이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독일 낭만주의 레퍼토리가 클래식 공연장의 주류가 된 상황에서 세미온 비흐코프가 구현하는 동유럽 낭만주의 음악의 정신을 한자리에서 목도할 수 있는 이 무대는 그만큼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Benjamin Ealovega

LA 필하모닉과 함께 한국을 찾는 구스타보 두다멜. © Danny Clinch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와 클라우스 마켈라. © Eduardus Lee

체코 필하모닉 음악감독 세미온 비흐코프. © PetraHajska

11월에는 그야말로 세계 최정상 악단이 내한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클래식 무대의 중심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11월 5일부터 9일까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와 베를린 필하모닉이 거의 동시에 내한하는 것. 우선 로열 콘세르트헤바우는 상임 지휘자로 부임을 기다리는 클라우스 마켈라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서울 2회, 부산 1회로 이어지는 이들의 내한 공연은 두 명의 협연자와 함께한다. 우선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11월 5일 공연에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키릴 거스타인이 함께한다. 그는 현대음악과 재즈를 넘나드는 탈장르적 면모와 지적 해석으로 명성을 얻은 인물로, 이번 공연에서는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선보인다. 11월 6일과 9일에 열릴 공연은 젊은 바이올린 연주자 다니엘 로사코비크가 함께한다. 그는 브루흐 바이올린협주곡 1번을 들려줄 예정이며, 현의 울림을 극대화한 감성적 연주로 정평이 난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2부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곡으로 손꼽히는 말러 교향곡 5번을 클라우스 마켈라의 젊은 해석으로 만날 수 있다.
가을을 물들이는 클래식 공연의 열기는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진행될 베를린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에서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거의 2~3년 주기로 가을 시즌에 한국을 찾는 베를린 필은 올해에도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와 함께 내한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지점은 올해 협연자로 나서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의 호흡이다. 그는 2021년 베를린 필 안방에서 진은숙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슈만 피아노협주곡을 들려준다. 최근 지휘자로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피아니스트로서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그의 불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2부에서는 명실상부 ‘가을 교향곡’으로 사랑받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하며, 협연 없이 진행되는 11월 8일 공연에서는 야나체크, 버르토크, 스트라빈스키 등 민속적 색채와 리듬감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을 통해 베를린 필의 탁월한 연주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 키릴 거스타인. photo by Marco Borggreve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박지혜(프리랜서)